춘천 명동 지하상가 장애인 배려 ‘NO’
장애인용 시설 부족하고 화장실 비좁아
“명동 지하상가 입구에서 목발을 짚은 장애인 한 분이 지하상가 안으로 이동하려는데,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같은 이동수단이 없어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매는 걸 봤어요. 몸이 불편하신 분들도 안전하게 지하상가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세요.”
지하상가에서 근무하는 윤아무개(여·46) 씨는 며칠 전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난처해진 장애인을 발견해 도와준 적이 있다.
춘천의 도심 명동 지하상가에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춘천의 최대 상업지역인 명동 지하상가에는 하루 최대 6천여 명이 방문한다. 이런 대규모 상업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용 시설은 약 40개의 진입 계단 중 중앙로터리 한 곳이 유일하다. 상가 주변에는 장애인 시설을 알려주는 어떠한 안내 표지판도 없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어렵게 지하상가에 진입한다고 하더라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은 너무 낡아 제구실을 못할 뿐 아니라 장애인용 화장실 또한 큰 지하상가 안에 단 한 곳뿐이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은 공간이 매우 협소해 사용하기 힘들다.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하상가 한 상인은 “장애인 등 주민보행 편의를 위한 시설을 시급히 설치해야 한다”며 “같은 춘천시에 사는 사람인데 이런 대규모 시설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춘천에는 약 700여 명 이상의 휠체어 이용자가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다른 시에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평균 600명에 달한다. 춘천시의 경우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춘천시 신체장애인복지회장은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 증설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5~2016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장애인 이동 관련 민원 932건을 분석한 결과 안내표지판과 같은 이동 안내시설을 정비해달라는 요청이 231건(24.8%)으로 가장 많았다.‘’ 경사로나 승강기 등 이동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 요청이 131건(14.1%)으로 2위를 차지했다. 아주 기본적으로 제공돼야 할 것들이 부족한 것이다.
춘천시 관계자는 “해당 사항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다”며 “정확한 현황 조사를 통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애인 복지 시설은 법대로 설치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한 계획과 배려가 필요하다. 휠체어용 경사로를 설치할 경우 장애인의 이동 편의와 안전을 충분히 고려해 반드시 일반 문이 아니라 자동문으로 연계돼야 하며, 안전장치도 필수적이다. 김도현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