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울음소리에 정신이 더없이 맑아지고 기분이 좋은 밤이다. 두견새의 전설, 귀촉도, 소월의 시 접동새가 한꺼번에 몰려와 이런저런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해마다 별터에서 들려왔으나 올해는 동네 산이나 그 위뜸인 미모산 쪽에서 울음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어둠이 내린 밤, 마당가를 서성이며 그 소리가 가져다주는 애절할 정도의 청아함에 취해있다. 접동새의 전설. 계모에게 죽임을 당한 후 접동새로 다시 이승으로 오지만 까마귀로 환생한 계모에 쫓기운 채 어린 동생들이 보고 싶어 이산 저산 다니며 운다고. 그 울음은 참 많은 정감을 가져다주기에 밭일로 피곤해진 몸을 오히려 개운하게 하는 청량제가 되기도 한다. 자연치유의 힘이랄까.
몸이 아프기라도 하면 공연히 외로움까지 더해져서 우리는 이웃을 그리워하게 된다. 이럴 때 정겨운 이들과 담소를 나누고 나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고, 세상이 다시 환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요즈음 산야에서 얻는 나물들은 몸에 쌓인 독소를 풀어준다. 각종 비타민 성분은 만성피로와 춘곤증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주며 면역력 증진에 효과가 있음은 두루 알려진 바이다. 원추리, 달래, 쑥 그리고 방풍, 취나물을 비롯하여 두릅, 엄나무 순과 망초까지 실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나물이 우리 몸을 정화시켜 준다.
코로나19라는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 나와 다시 올 것 같지 않던 노마스크의 세상을 맞이하고 있다. 아직도 하루 평균 일만 사오천 명 정도가 확진이 되고는 있지만 안정세로 들어선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백신도 중요한 역할을 했겠지만 우리 몸의 회복력은 정말 놀라울 정도임을 우리 스스로가 증명하고 있다. 자연치유력이 있다고 해도 백세 노인이 소년으로 돌아간다든지, 병들지도 늙지도 않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유무형의 치료와 음식을 제공받아 병을 이겨내는 것은 결국 몸에 내장되어있는 치유프로그램이 작동된다는 뜻이다.
현대의학은 대증요법을 중심으로 한다. 많은 현대인들이 열심히 챙겨 먹는 혈압약은 주로 심장근육을 맘껏 뛰지 못하게 하여 혈압을 낮춘다고 한다. 혈압이 높으면 혈관이 막히거나 터질 위험이 높기 때문에 심장근육을 약하게 하여 큰 사고를 미리 막고자 하는 것이리라. 병원에서는 심장에 가는 무리나 치매 관절염 같은 부작용은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고, 환자들 역시 약 먹기에만 집중한다. 물 호스를 밟으면 흐름이 멈추면서 압력이 높아지게 되는데 이때 발을 떼면 다시 물은 흐르게 된다. 그런데도 수도꼭지를 잠가서 압력만 줄이려는 방식의 현대의학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원인을 찾아 제거하지 않고 약물로 증상만 완화시킬 뿐이니, 근본 치료는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 운동선수들이 격렬한 운동을 할 때 수축기 혈압이 대부분 180을 넘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고혈압 진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건강한 혈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고혈압이라면 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일이 가장 먼저이니, 혈관 건강을 해치는 음식을 피하는 것부터 해야할 성 싶다. 사람은 나쁜 음식을 먹어서 죽기보다 좋은 음식을 먹지 못해 죽는다는 말이 있다. 해로운 음식으로 배를 채우니 자연히 좋은 음식 들어갈 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닐까.
고혈압 얘기를 하게 된 것은 아내를 옆에서 지켜본 나머지 알게 된 사실들 때문이다. 뇌출혈 치료과정에서 고혈압이 찾아왔고 고혈압 약을 오래 먹다가 결국 당뇨와 골다공증까지 진단받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얼마 전부터 천연 기능식품으로 혈관을 개선하여 혈압과 당뇨는 거의 정상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자연 속에서의 삶도 큰 역할을 했으리라 믿는다. 이제 목표는 올해 안에 혈압약과 당뇨약을 끊는 것이다.
우리 집의 식단은 제철 산야초 중심으로 차려진다. 무슨 음식이 좋네 마네하는 것은 하도 많이 떠도는 것이라 굳이 얘기할 수는 없지만, 보다 자연에 가까운 것들이 몸에 좋은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젊은 시절엔 직장일 때문에 모임 때문에 너나없이 바쁘다는 핑계로 몸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그저 병원과 약에만 기대어 살아왔다. 재산은 남에게 맡기지 않으면서 그보다 더 소중한 건강은 의사에게 전적으로 맡겨놓았던 것이다. 나이 들어 비로소 정신없던 시절을 반추해 보고 화들짝 놀란 일이 바로 자신의 건강을 남에게 맡겼던 일이요, 자연에서 멀어져도 너무 멀어져 버린 사실이다. 그리고 코로나 19의 암울한 시기를 거쳐오면서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에 대해서도 얼마나 무감각했었는지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는 젊은 시절보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성찰의 기운이 있어야 하는데도 그저 바이러스의 침해로부터 달아날 궁리만 했다. 평균수명이 길어져 오래 살게 된 것을 그만큼 더 복을 누리는 일이 되는 양 여겨서 한때는 전력을 다해 백신 접종에 골몰하기도 했었다. 길어진 수명은 복된 일일까. 젊은 시절 바쁜 시간 속에 가려졌던 욕심이나 어리석음이 코로나로 인해 표출된 것만 같아 은근히 두렵기까지 했다. 코로나로 한껏 웅크렸던 엄혹한 때도 소쩍새는 울었고 산나물도 여전했을 터이다.
현대의학에 절교를 선언하거나 그를 대체할만한 그럴싸한 이론을 가지고 맞설 계제는 아니다. 다만 요즈음 하루하루 해먹는 산나물들로 일상이 즐겁고 밤에 들려오는 소쩍새 소리는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기에 더욱 자연에 기대고 싶을 뿐이다. 그리하여 깨어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치유의 정수리를 늘 자연에서 자극받길 바란다.
첫댓글 제철에 나는 산나물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놀라운 치료 능력이 숨어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50년 6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90년 200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살 것이라는 가설이 있습니다. 저희 어릴 적에는 가난해서 먹는 음식이 거의 대부분이 자연에서 나온 것들이지요. 화학물질이 첨가된 것도 아니고 방부제가 들어 간 음식도 없었고 인공 조미료, 감미료들도 들어 간 음식들이 거의 없었지요.인간의 몸은 참으로 자연 회복력이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답니다. 화학약으로 치료하는 것은 임시방편이지만 음식으로 치료를 하는 것은 부작용이 없고 거의 건강이 회복되는 단계에 들어서게 되지요. 두 분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나무와 풀들이 많은 유기물을 남기는 계절로 접어든 듯 하네. 이즈음 인간은 거꾸로 밖에서 많은 결과물을 얻기 시작하지. 그래서 감사의 시간은 늘 자연으로부터 오는게 아닌가 하네. 자연에서 치유의 수단까지 얻으니까.
좋은 글 한편 잘 읽었네요~^^
아내 분의 뇌출혈 치료 과정 속에 일어났던 합병증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글을 죽 적으셨는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또한 자연치유력을 경험한 적이 있는데요~
인간의 몸은 놀랍습니다. 빛나는 하루 보내시고 두 분 다 건강하세요~^^
이즈음 한낮에는 그늘 바람을 맞으러 이곳저곳 옮겨다닙니다.
지구는 아직도 많은 혜택을 부려놓네요. 삽상한 바람은 천금과 바꿀 수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