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마을로/최일걸
삶을 되돌려 태초에 이르고 싶은 충동이
들끓어 만조를 이루면
물빛에 자신을 내어주고
강 하구까지 흘러 내려가라
꼭꼭 숨겨둔 짝사랑도
소나무숲에 들어가면
푸른 솔잎에 퉁겨 오르는 재채기처럼
끝내 들키고 만다
암각화모양 잊혀진 사랑도
해안가에 걸리면
갯바위처럼 파도를 불러들여
온몸으로 몸살을 앓는다
단층운동 같은 어긋난 만남도
해안마을에 이르면 한통속이 되어
수평선을 팽팽하게 당기지 않는가
그리하여 화살촉 같은 곶에 찔린 태양이
피보다 붉은 빛살을 선창가에 하역한다
한사코 붙들고 놓고 싶지 않지만
선박들이 출항을 서둘러도
바닷가 마을은
묵묵히 저를 열어두고 있지 않은가
<프로필>
1995 전북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1997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2006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
2006 전남일보 신춘문예 희곡 가작 입선
2008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8 춘천인형극제 대본공모 가작 입선
제17회 전태일문학상 詩부문 우수상
제13회 한국해양문학상 희곡 장려상 수상
제11회 여수해양문학상 詩 가작 입선
제5회 대한민국 경제올림피아드 詩부문 수상
제18회 전태일문학상 소설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