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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공간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때문에 도시 공간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의 조건을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한다. 최근에는 단기간에 걸쳐 계획적으로 이뤄지는 도시가 생겨나기도 하지만, 원래 도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살아왔던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 하겠다. 그래서 <도시는 만남과 시간으로 태어난다>라는 제목이 도시의 성격을 적확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저자는 ‘매일이 행복해지는 도시 만들기’라는 부제를 붙이고, 저자가 탐방하고 연구한 도시들에 대해 분석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경험했던 도시들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키며, ‘매력적인 도시의 비밀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여는 글’을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매력적인 도시’라는 것이 누구의 시각일까 하는 점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것이 잠깐 스쳐가는 여행자의 시각일 수도 있으며, 혹은 그 속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이들의 삶에서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상 대부분의 도시는 역사적으로 형성되면서 사람들의 삶이 쌓이고, 그들의 시간이 적층되면서 형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완성형의 도시처럼 보이는 모습도 실은 현재 진행형인 미완성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로 둘러싸인 서울 근교의 신도시들처럼 계획도시들은 미적으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터이고, 나처럼 편리하기는 하지만 선뜻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지방의 소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이곳조차도 옛 모습을 간직한 구도심과 아파트 건물들이 대부분인 신도심으로 명확하게 구분되고 있다. 그리고 구도심과 신도심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도는 뚜렷하게 갈리기도 한다. 결국 도시 공간에 대한 감각은 사람들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이해라 할 수 있다.
모두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도시 공간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내용을, 1장에서 ‘시간과 기억이 담긴 공간은 따뜻하다’라는 제목으로 담아내고 있다. 공간의 편리함과 편안함의 문제를 환기시키며, 불편하다고 평가되지만 저자가 편안하다고 느꼈던 파리의 특징을 소개하면서 시작되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서는 보기 힘들게 되었지만, 전통적인 마을에서 볼 수 있었던 골목과 마당 그리고 공터가 지닌 매력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이밖에도 학교 운동장과 도서관, 기차역과 항구, 그리고 마을마다 하나쯤 있었던 구멍가게의 추억을 떠올리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여전히 남아있는 전통적인 마을 공간을 떠나는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2장에서는 도시에서 길이 차지하는 의미를 담아 서술한 내용들을 ‘길 속에 담긴 도시’라는 제목으로 풀어내고 있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와 서울의 세종대로의 특징과 그속을 거니는 사람들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으며, 덕수궁 돌담길과 서울역 근처 고가대로를 새로이 꾸민 ‘서울로 7017’ 등에 대한 단상들도 도시학자의 시각에서 논하고 있다. ‘도시는 만남을 위해 존재한다’는 3장의 내용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공간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최근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텃밭 가꾸기’에 대해 저자의 호의적인 반응은 아마도 도시인으로서 자연에 대한 추억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마지막 4장에서는 ‘무엇이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제목으로, 도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건축물의 존재 의미를 짚어보고 있다. 최근 각 도시마다 이른바 ‘랜드마크’에 해당하는 건축물을 지으려고 하고 있는데, 이러한 풍조에 대한 저자의 비판적인 시선을 읽어낼 수 있다. 나 역시 주변 경관을 고려하지 않고 커다랗게 지어지고 있는 ‘랜드마크’ 조형물들에 대해 그리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저자는 미래 도시의 특징으로 이른바 ‘스마트해지는 도시’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이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이기만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관점에서 도시 공간의 모습을 기억하고 또 추구하는 저자의 인식이 나에게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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