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우리 만났습니다.
박승희, 엄신자, 정정숙, 나 조향숙 이렇게 넷이서 모였고 평일이라 최세정은 못 왔습니다. 원래는 학여울 부근에서 만나기로 했었는데 그 전날 정숙이랑 내가 저질러 놓은 일 수습 관계로 남대문 시장으로 장소를 바꾸었습니다.
거의 1시가 다 되어 만났기에 배도 고프지만 우선 처리해야 할 일이 바빠 가방 집으로 갔지요. 사람이라도 들어갈 만큼 큰 가방을 들고선 돌아다니기는 좀 그렇잖아요? 그저께 살 때부터 ‘팽귄’이라는 커다란 글자부터가 좀 거슬리던데 정숙이는 괴이치 않고 잘 굴러야 된다면서 바퀴만 열심히 챙기더니 결국 딸에게 퇴자 당했나봐요. 정숙이 딸이 이번 방학 동안 유럽으로 배낭여행 갈려고 산 트렁크거든요. 다행히 주인아저씨가 즐겁게 바꿔주시데요. 그 바람에 나도 C.D. 신모델 핸드백 하나 샀어요. (카피로, 쉿 !!)
그 다음은 시계방, 역시 전날에 정숙이네 새로 이사 간 집 거실에 걸려고 산 시계인데 거실에 비해 시게가 너무 작아서 더 큰 것으로 교환. 그 전날 많이 본 뒤 끝이라 많은 시간 허비하지 않고 골랐습니다만 그 바람에 나도 욕실용 시계 하나 장만했어요. ( 또 그 바람에??)
다음은 광진안경집, 동네 비해 많이 저렴해서 가끔씩 이용하는 집인데 전날에 선그라스를 맞췄는데 도수를 넣고 나니 영 어리어리해서요. 요즘 유행하는 플라스틱 태로 했더니 코 받침대가 낮아서 그럴 수도 있다는데 아무튼 다시 손 봐도 역시 불편하면 보기 싫어도 코 받침대를 세워야한데요. 애초에 입체적인 서양인 얼굴에 맞게 디자인된 것이라 그렇다나요.
이제 점심 먹을 시간. 갈치조림 먹자는 신자의 제안에 칼국수 먹자고 했죠. 문제의 그 전날 정숙이랑 갈치조림 먹었거든요. 남대문 시장 명물인 ‘희락’이라는 갈치조림 집에서 먹어보겠다고 뜨거운 불김이 확확 달아오르는 컴컴한 골목에 줄 서서 기다리기에는 배가 너무 고프기도 하고 또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이틀 상간으로 또 먹기는 좀... 다행히 착한 신자 순순히 그러자고 동의해서 ‘남문교자, 로 갔지요. 사실 이 집도 남대문 시장에서는 갈치조림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이름을 떨치는 집이거든요. 이날 점심은 정숙이가 쐈아요.
착한 신자와 승희는 더운 날씨에 우리 뒤치닥거리 하는데 헉헉대며 따라다니느라 고생스러울 덴데도 마냥 환하게 즐겁기만 하네요. 그래서 우린 묵은 친구지요.
어지간히 볼 일 마치고 신세계로 가서 좀 쉬기로 했지요. (왜 어지간히냐하면 나는 선그라스 때문에 다음 날 또 다시 나와야 하거든요. 싼게 비지 떡인가요?)
로비에 앉아서 끊임없이 재잘대며 수다를 떨기는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딱히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떠오르는 것은 없네요. 그래도 항상 헤어질 때는 시간이 모자라지요.
하나 확실한 내용은 내가 ‘서울 여학생 연락 지부장’이라는 감투를 썼다는 사실을 통보하고 다들 정음회에 정식으로 가입하라고 적극 권유 했다는 것이죠. 그간의 사정을 보아 짐작하니 원래 이 감투가 내 것이 아닌데 어떨 결에 내게 맞겨진 것이 확실한 바, 잘못하면 다시 원 주인에게 빼앗길 것 같아 열심히 해서 자리 보존하려고요. 다들 겉으로는 확실히 밀어준다면서 가입하겠다고 했는데 모르죠. 카페에 가입하지 않는 사람은 지부장 자리에 흑심을 품어 협조를 하지 않는다고 협박을 할까 생각 중이예요. 승희는 일이 있어 먼저가고 우리 셋은 ‘레드망고’로 옮겨 앉아 다시 한 시간을 더 보내고 헤어졌어요.
다음 모임은 정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세정이 학교 기말 고사 있는 날이 될 것 같네요.
이번 모임의 하이라이트는 박승희의 형광 빛 체리핑크 화려한 모드가 아닐까. 고운 색이 어울리는 나인가요, 우리가?
첫댓글 향숙씨,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즐겁게 사세요. 승희씨 귀여운 얼굴에 형광빛 체리 핑크는 정말 아름다웠을 것 같네요.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서 올릴 걸 그랬죠? 정숙씨 영애는 어디로 배낭여행을 가나요? 가까이 있으면 용돈이라도 좀 줄 걸...
음... 정말 피곤한 모임인 것 같네요. 가방집, 시계방 거기다 안경원까지... 아마 저는 가방집에서 포기하고 말 것 같아요.(무얼 포기할 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무언가 중요한 것을 포기할 것 같아요.) 그런데도 끈기있게 두 군데를 더 들를 수 있는 그 체력과 인내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친구야 반갑다 프로에 나가면 한참 동안 헤매야 할 것 같은 아득한 기억 저편의 얼굴과 그 체력 및 인내력을 매치시키지 못하면서 갑자기 불현듯 느닷없이 떠오른 말... 보고싶다. OTL.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별로 피곤한 모임은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가계들이 돌래돌래 있었고 무엇보다도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것에 귀찮음도 피곤함도 다 묻히던데요. 올려진 사진으로 보니 나는 친구야 반갑다에 나가면 이규태씨, 유철환씨는 쉽게 찾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