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스몸비’ 대책 마련 시급
지난달 29일 춘천의 한 찜질방에서 박아무개(여·23) 씨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었다. 20대 여성 한 명이 스마트폰으로 위치기반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인 ‘포켓몬 고’를 하며 탈의실과 목욕탕을 배회한 것이다. 문제는 게임 속에서 포켓몬을 잡기 위해 카메라 기능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눈총을 받은 직원이 그녀에게 자제해달라고 부탁했으나 탈의실 안에서 셀카를 찍는 등 몰상식한 행동을 이어갔다.
‘스몸비족’(smombie·스마트폰+좀비)이 헬스클럽과 수영장, 대중목욕탕 등 신체 노출이 불가피한 공중이용시설에서도 자주 출몰하면서 주위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 법적으로 이 장소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게 불법 행위는 아니지만 몰래카메라와 같은 우려로 인해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크다.
스몸비족은 언제나 스마트폰 화면만 쳐다본다는 뜻이 담긴 신조어다. 스몸비는 산악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발을 헛디뎌 추락하기도 하고, 범죄 발생 현장에서 피해자를 도와주기보다 촬영해 SNS에 올리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스몸비족의 문제는 교통과 관련된 상황에서 더욱 불거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실제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발생한 보행자 교통사고는 지난 5년간 2배 넘게 급증했다. 보행 중에 스마트폰을 보게 되면 돌발 상황이나 장애물에 대처하기 어려워 사고 위험성이 높아진다. 작은 화면만 주시하다 보니 평소보다 시야각이 줄어들어 반응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올 초 나온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2월 우리나라 스마트폰 가입자는 4천만 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4천900만 명 중 약 80%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스몸비족이 큰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각 지방자치단체는 교통안전표지를 내걸고, 바닥에 스티커를 붙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춘천시는 지난달 19일 ‘우리는 스마트폰 리더’ 프로그램을 개최했고, 28일 한강공원 일대에서 ‘건전한 스마트폰 이용 약속’을 주제로 열린 캠페인에 춘천고등학교가 참가했다. 그러나 직접적인 해결 대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태국 방콕에 있는 카셋삿대학교는 스몸비와 비(非)스몸비 간 충돌을 막기 위해 인도를 반으로 나눠 스마트폰 이용자 전용으로 표시했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는 점선 형태의 빨간색 등을 횡단보도 양쪽 끝 바닥에 깔아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눈에 띄도록 했다. 신호등과 연동해 스몸비도 고개를 들지 않고 보행자 신호를 확인할 수 있다. 인식변화를 위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시가 나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현실이 나쁘다는 생각보다는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이용방식에 주목해야 한다. 시대적 변화는 모든 대중문화의 확대로 이어진다. 그 시대에 맞춰 개개인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 김도현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