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환자 아님의 차이는 링거(수액)를 꼿느냐의 차이다.
병원에서 환자들 모두에게 한 자루의 총과 총알이 주어지는 데, 그것은 링거(수액) 거치대와 링거다.
군인에게 총과 탄약이 있다면 환자에겐 거치대와 링거가 있다.
나이롱 환자는 마땅히 줄 링거가 없다는데 있다.
환자는 필요한게 많다. 항생제, 진통제, 비타민, 강장제, 알부민 등등.. 몸에 넣어야 할 것이 많아서 내내 링거를 달고 다닌다.
링거는 불편하다. 달고 다니면 활동자체가 제약을 받는다. 씻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먹는 것, 또 움직이는 모든 활동에 있어 자연스럽게 환자를 더욱 환자답게 만들어주는 묘미가 있다.
그 링거를 달고 다니다 잠시 링거에서 해방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는 이상하게 더 이상 환자가 아닌 것 같이 느껴진다. 마치 군인이 총과 탄약이 없으면 민간인이 된 듯 착각하듯, 환자도 링거를 빼는 순간 정상인이 된 것 같아진다.
나이롱 환자는 링거가 필요하다. 링거가 없으면 불안하고, 자신의 정체가 탄로날 것 같아, 뭐라도 맞아야 한다.
하다 못해 비타민 주사라도 맞아야 한다. 하지만 환자는 내내 링거를 달고 산다. 불편해도, 맞은 자리가 부어서 아파도, 돌려가면서 주사 바늘을 꼿으면서도 내내 링거를 달고 있어야 한다.
병원에서 환자와 환자 아님을 구분하는 법이 쉽다는 것을 알았다.
링거를 맞다보면 저 사람은 뭘 맞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좀 오래 병원생활을 하다보면 수액의 종류나 효능을 알게 된다.
저 사람은 항생제, 이 사람은 진통제, 저 사람은 알부민 등등...
그러다가 저 사람처럼 좋은 약 맞고 싶은데.. 라는 생각도 한다.
아무리 좋은 링거라도 안 맞고 건강한 게 상책인데, 인간이라는게 그것까지 탐 내게 된다.
잠시 링거와 헤어지는 이별이 있었다.
맞는 부위가 자꾸 부어, 다른 부위를 찾기 위해 이별을 했다.
천천히 돌아올 것 것이다. 링거와 헤어지니 정상인이 된 듯 하다.
하지만 그가 돌아오면 다시 환자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