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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다.’
아일랜드 출신의 문인인 버나드 쇼(Bernard Shaw)의 묘비에는 새겨진 글귀라고 한다. 영어로 된 원문을 위트있게 번역한 이 구절은 버나드 쇼가 미리 정해 놓은 것이라고 하며, 혹자는 원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오역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비록 오역이라고 해도, 이 문장은 그의 무덤을 장식하는 묘비명으로써의 의미를 잘 살려주고 있다고 이해된다. 실제로 묘비의 구절은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의 생애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아마도 자신의 역정을 정리한 표현이라기보다, 무덤을 찾은 사람들에게 던지는 경구(警句)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이해된다.
문득 버나드 쇼의 묘비에 새겨진 구절이 떠올랐던 이유는, 이 책의 내용이 바로 죽음을 앞두고 저자가 생각한 바를 독자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내용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삶의 다른 방식을 찾고 있는 당신에게’라는 부제에서 보듯, 저자는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살아보기를 권유하고 있다. 이미 세상을 떠났음에도 그의 책들은 독자들에게 적지 않은 위안을 안겨주고 있다고 한다. 대체로 하나의 글이 3페이지를 넘지 않는 간결한 형식으로, 핵심적인 내용을 간략하게 서술하고 있는 내용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때문에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교훈을 주거나 핵심적인 내용이나 이치를 표현하는 문장을 가리키는 ‘아포리즘’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저자는 매일 아침에 ‘나는 기적이다’라는 말을 힘주어 해보라고 권유하는 글로 책을 시작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조급하거나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각자 ‘나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이러한 주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죽음을 생각하라’는 조언을 던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삶을 더 겸손하게 돌보고, 행동을 반성하며, 시간을 소중하게 받아들일 줄’ 알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저자가 죽음을 앞두고 있었기에 가능한 성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을 먼저 떠올리지는 않는다. 오늘의 삶을 통해서 내일의 미래가 결정될 수 있다고 믿기에, 죽음보다는 현재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처럼 길지 않은 내용과 간결한 형식으로 저자는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서술하고 있다. 250면 가량의 분량에, 책의 목차만 아주 작은 글자로 한 페이지에 두 줄씩 모두 3페이지에 걸쳐 150개의 글 제목들이 제시되어 있다. 그 내용은 간단하게 훑고 지날 수 있는 것들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처지를 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진지한 글들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형식이 매우 간결한 만큼 그 내용도 매우 추상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 처한 독자들의 입장에서, 해당 글들에 대한 가치가 서로 다를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또한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내용을 정리한 유고집이기에, 아마도 저자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주제를 다루고 싶었을 것이라 이해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 역시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나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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