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자와 떠나는 감성여행 후기 2 ◈
(지난주에 이어서...)
경포호의 다섯 개 달을 일곱 개의 달로 만들고는 강릉을 떠났다.
7번 해안도로는 간간히 흩뿌리는 여름비에 싸여 더욱 신비로움을 드러내고, 오래전부터 있었을 포구와 포구에 묻혀 살아가는 사람들이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갔다.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휴게소에 들러 마신 에스프레소는 쓴맛을 배제한 듯 달콤한 향내를 풍기고 있다.
난 또 하나의 풍경을 보았다. 그건 함께한 사람들의 구김 없는 웃음과 함께하지 못한 사람들을 향한 미안함이었다. 하지만 파도는 금방 나의 상념을 쓸어가고, 다시 새로운 행복을 몰고 왔다. 낸 돈에 비해 허접한 점심 탓인지 눈에 들어온 포구로 향해 큰 다라에 담겨 펄떡이는 생선을 골라 바닷가 창 넓은 곳에 앉았다. 운전 때문에 소주 한 잔도 편히 마시지 못한 흰바람은 싱싱한 회에 맛있게 소주잔을 기울인다.
갈매기만큼 크게 웃는 사람들, 횟집 아줌마들의 호객소리보다 크게 떠드는 사람들의 몸에 세상의 흔적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 그래서 여행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행은 속초를 향했다. 가던 길에 양양에 들러 녹두전, 파전, 메밀전, 장칼국수에 탁배기 한잔으로 점심을 때우고, 몇 년 전 피정 중에 만난 낙산사 부근 음악이 좋은 커피숍에 들렀다.
주인은 아내와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나 말다툼을 하다가 우리 일행 덕에 한 숨을 돌렸는지 눈을 찡끗한다.
‘닐 영’의 노래 한 곡을 청해 들었더니 ‘나나무스끄리’ 의 노래로 답이 온다.
정년퇴직 후 내려와 찻집을 연 노 부부, 수천 장의 L.P 판과 수천 만 원이 넘나드는 음향장치가 은근히 부럽다.
이 저곳을 부리나케 사진에 담아두려고 분주한 자연님, “이런 것 갖고 싶죠?” 라고 묻는 애기님, 내 곁에서 조용히 찻잔에 입술만 댄 채 음악을 듣는 하얀님, 첫날부터 어린아이가 되어 덜렁덜렁 분위기를 이끄는 솔님...
커피 향은 그렇게 음악을 담아서 우리들 곁을 떠나지 않았다.
해가 뉘엿할 때쯤 마지막 여정인 속초숙소에 들었다.(설악산에 가서 등산은 못할지언정 케이블카나 타고 산 아래를 보자 했으나 쏟아지는 빗방울 탓에 관망이 어렵다는 말에 입장료, 주차료 포함 29,000원을 만 30분 만에 날리고 하산함) 부모님이 하던 여관을 개조해 만든 게스트하우스는 홍보사진과는 다른 분위기였지만 일행이 하루 쉬기엔 충분했다.
30분쯤 걸어서 간 동명항은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자연산 회를 파는 횟집들 앞에는 곁을 지나가기가 불편할 정도로 왁자한 호객행위가 기분을 망친다.(사람들이 우리 들꽃인들의 수준을 물라서...^^)
우린 호젓한 해안도로를 끼고 있는 포장마차(말만)에 자리했다. 많이 걸어서 찾은 것에 비하면 거시기 했지만 나름 정취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술 한 잔에 숙소에 오자마자 꿈나라에 빠진 흰바람, 피곤한 이들을 끝끝내 붙잡고 이바구를 친 이슬, 침대에 누워서도 간간히 말을 섞는 애기와 하얀님, 끝장 보자고 달려드는 솔과 늘봄님, 가물가물하면서도 예의를 갖추려는 자연님...
시리얼과 토스트,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마친 우리는 영랑호(둘레 7.6km, 바닷물이 드는 자연호수)에 들러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영화 한 편을 찍었다. (물론 애기와 하얀님은 카페에서 우리들의 무사 귀환을 기도했지만...^^)
난 이번 여행을 이렇게 말하고 싶다. ‘구김이 없고, 거침이 없고, 조심이 없었던 여행이었노라!’라고...
참 편안했다. 이끌 것도, 배려할 것도 없는 여행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겨울엔 따뜻한 곳으로 가고자 한다.
이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난장치면서 행복하기를...
첫댓글 좋은 여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