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의 집을 짓다
김금만
폐자재 무늬목을 밤낮 대패질하여
눈썰미 먹줄 튕겨 곡예하듯 결을 탄다
날이 선 필 끝을 따라 불어넣는 푸른 혼
서랍 속 들춰 가며 찾아낸 낡은 노트
빨간 줄 그어 놓은 행간을 다독인다
망치로 꿰맞춘 얼개 푸덕푸덕 소리나
가을밤 서재 한 칸 임대한 귀뚜라미
달 비친 창가에서 고서를 읽고 있다
또르륵 유리구슬을 밤새 씻어 헹구고
침향이 타들어가 실연기 헝클린다
다관을 끓여대는 참숯불 놋쇠 화로
찻잔을 비우다 보면 새벽빛이 스민다
망배단에 잔 올리고
김금만
능선이 처마인 양 한가위 달 내걸린다
저 멀리 이명 적신 고향 가는 기적 소리
또 한 해 반성문 쓰는 가을 하늘 기러기 떼
제단에 향 피우고 잔 올려 절을 하면
헝클린 실연기가 머리 풀린 어머닌 듯
석이야 부르는 소리 눈물비 쫙쫙 쏟아진다
윙윙 터빈처럼 돌아가는 꽃바람개비
어쩌면 드론 되어 옛집 영상 담아 올까
녹이 슨 철마도 함께 뭉친 객혈 토해낼 듯
- 김금만 시조집 『시詩의 집을 짓다』 2024.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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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의 집을 짓다 / 망배단에 잔 올리고 / 김금만
김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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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05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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