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전독법(신영복)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자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공자가 말했다. 배우고 난 뒤 일정한 시간에 따라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고 실습하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 뜻하는 바가 같은 사람이 먼 곳에서 오면 또한 즐겁지 않은가? 다른 사람이 나를 이해하지 못해도 오히려 원망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또한 군자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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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논어의 맨 첫 구절에서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던 말의 의미는 대체 무엇인가? 이에 대한 분석은 다음과 같다.
1. '때때로'라는 말은 '시중지도時中之道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보아야 한다. '時中之道'라는 것은 때에 맞게, 때를 잘 살펴 행동하고 사고하고 전략을 수립한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그러니 학이 편에 들어 있는 '때때로'라는 말도 이러한 타이밍timing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때에 맞게 공부하고 때에 맞는 사고와 행동을 겸비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일정한 시간에 따라 맞닥뜨리는 사안들 속에서 배우고 익힌 바를 실천에 옮긴다면 통찰력이 생겨날 것이니 기쁜 일이 아닌가?
2. 반복학습하여 익히는 일의 중요성이다. 가끔, 시간이 날 때 배우고 익히는 일이 아니라 배우고 익히는 일이 인생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는 정도로 서술하면 일반적으로 공감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될 듯하다.
3. 그러나 실제로는 더 깊은 뜻이 있으니 '배운 것을 적용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반복하여 익힌다'는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다. 이 대목에 이르면 타이밍은 '기회'라는 것으로까지 연결되는데 우리가 걸어가야 할 인생에서 그것만큼 '타이밍'만큼 중요한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잘 배우고 익혀서 어디에 쓸 것인가? 이 대목에서 공자는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소셜 리더social leader의 개념인 군자君子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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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차례 이야기했습니다만, 논어는 인간관계론의 보고寶庫입니다. 춘추전국시대에 백가들이 벌였던 토론은 고대국가 건설이라는 사회학 중심의 담론이었습니다. 굳이 논어의 독자적 영역이라면 숱한 사회학적 담론 중에서 사회의 본질을 인간관계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논어의 제일 첫 장에 나타나는 친구朋의 이야기는 공자 사상의 핵심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가 있는 성공회대학교를 찾아오는 분들을 환영하는 인사에서 내가 자주 인용하는 글입니다.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먼 곳에서 벗이 찾아오니 어찌 즐겁지 않으랴
사실 성공회대학교는 먼 곳에 있는 학교거든요. 물론 서울의 변두리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만 우리 학교가 지향하는 교육의 이념에서 본다면 더 멀리 떨어진 학교이지요. 우리 사회의 주류 담론에서 한참 밀려나 있는 비주류 담론 공간인 셈이지요. 그런 점까지 생각하면 참으로 먼 곳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학교를 찾아온 분들이 어찌 진정한 벗이 아닐 수 있으며 그것이 어찌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있겠느냐는 뜻이지요.
_신영복, 〈강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
첫댓글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다른 사람이 나를 이해하지 못해도
오히려 원망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또한 군자가 아닌가?
군자답다 ...
나는 ?
원망하고 비난한다 ?
나와 다른 사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