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과 시야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의사들은 사람들을 예비 환자로 바라보게 되고, 심리 상담사들은 상대방의 정신적인 문제에 집중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태도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지니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즉 사람들은 각자 단점이 있으면, 그것을 대체할 장점도 아울러 지니고 있음을 말해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러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 책은 어린 시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판정을 받았으나, 그로 인해서 오히려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하고 나아가 의사가 될 수 있었던 저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원인은 물론 치료법조차 알지 못하는 ‘캐슬만병’에 걸려서 여러 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저자는 타고난 집중력으로 매번 위기를 이겨냈다. 물론 그 과정에 가족들과 친구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있었기에, 저자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 다시 재발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이 걸렸던 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아주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되고 있다.
암으로 죽은 어머니를 기리며 저자는 자신과 같이 부모를 잃고 슬픔에 빠진 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전국적인 네트워크인 ‘AMF’라는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그것은 자신의 어머니 이름의 약자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아픈 아버지와 어머니(Ailing Mother & Father)’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침내는 ‘적극적으로 움직여 나아가자(Actively Moving Foward)’라는 의미로 확대되어 사용되었다. 이러한 그의 활동은 후에 자신과 같은 병에 걸린 이들을 연결하고, 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대 조직인 ‘캐슬만병네트워크(CDCN)’을 조직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심각한 증상으로 모두 5차례에 걸친 죽음의 위기를 넘긴 저자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희귀병이라 여겨지는 캐슬만병 환자들을 위한 활동에 돌입하고 있다. ‘아무도 모르는 병에 걸린 스물다섯 젊은 의사의 생존 실화’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 이 책은 20대에 겪은 자신의 불행한 경험을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투병의 과정에서 자신의 곁을 지켜준 여인과 결혼을 하고, 마침내 두 사람 사이에 자식이 태어나기도 했다고 한다. 아직 완치되었다고 할 수 없지만, 끝내 희망을 놓지 않고 그것을 자신의 삶으로 만든 저자의 힘겨운 노력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비록 더디지만 그들의 연구가 결실을 맺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병의 고통에서 놓여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