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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처음부터 저자와 어머니의 현재 시각을 중심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을 구성되어 있다. 그러한 구성은 저자가 ‘4부까지의 이야기를 다 듣고 그리기 시작한 게 아니고, 한 화를 그릴 때마다 이야기를 듣고 그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가 어머니의 일생을 다 인지한 상태에서 작품을 진행했다면,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짜임새가 갖추어진 구성이 되었으리라 여겨진다. 그러나 현재와 과거를 오락가락하는 현재의 짜임새도, 나름대로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무엇보다 저자가 이러한 방식을 취한 것은 나이 드신 ‘엄마가 언제 돌아가실지 모른다고 생각’했고, 어머니의 이야기를 남겨야 한다는 조급함도 한 몫을 했다고 한다.
전체 4권으로 구성된 <내 어머니 이야기>의 3권은, 작가의 부모님이 남쪽에서 정칙하면서 본격적으로 가정을 꾸려가는 이야기이다.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살아계신 어머니의 시각에서 다루고 있기에 아버지의 입장은 배제되어 있지만, 어머니의 삶을 지켜본 저자의 시각도 어느 정도 개재해 있으리라고 여겨진다. 일찍 남으로 왔던 큰오빠 덕분에 저자의 부모님들은 거제도에서 논산으로 옮겨 정착하게 되었던 것이다. 다른 가족들을 그대로 북에 두고 내려왔던 처지이기에 여동생 가족들과 가까이에서 살게 되어, 큰오빠로서는 적지 않은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3권의 앞부분에는 저자의 부모님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가계도가 제시되어 있는데, 사실상 큰오빠인 동주를 제외한 다른 형제들은 부모님이 남쪽에 정착하면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림을 그린 저자는 부모님의 막내딸이다. 우여곡절 끝에 논산에 정착한 부모님은 어머니의 큰오빠 덕분에 큰 어려움이 없이 지내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자식들이 태어나고, 허랑한 아버지로 인해 어머니와 다른 가족들이 힘겨운 생활을 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작품에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제시되어 있지만, 저자와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이야기는 아마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시절 어머니와 가족들을 힘들게했던 아버지에 대해 가급적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저자의 입장도 담겨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실상 남성 중심적인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그 시절의 한국 사회에서, 허랑한 남편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어머니의 이야기는 비단 저자의 가족에게만 해당되었던 일은 아니었으리라. 특히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문득 우리 어머님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나의 아버지도 어머니와 자식들에게 자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에 반해 어머님은 그야말로 자식들을 건사하며 억척스럽게 살림을 꾸려나가셨던 것이다. 그 시절 아버지들은 가족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리 쉽게 일탈하셨던 것일까? 팔순이 넘으신 내 어머님은 간혹 고생하셨던 옛 기억을 떠올리면서 눈가가 촉촉해지곤 했다. 저자와 비슷한 시대를 살아왔기에, 작품의 내용이 더 생생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학교에 들어갈 무렵까지 어머니의 신산한 삶을 그리는 것으로, 그렇게 3권의 내용은 마무리 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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