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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문화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해온 저자가 전남 신안군의 섬들에 유배를 왔던 인물들의 섬 생활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주지하듯이 유배란 조선시대까지 행해졌던 형벌의 하나로, 조정과 멀리 떨어진 특정 지역으로 죄인을 보내 생활하게 하는 제도이다. 주로 정치적인 이유로 내려졌던 형벌로, 권력 투쟁에서 패배한 정치인들이 권력에서 밀려났다고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권력의 중심이었던 조정에서 밀려나, 죄를 지어 먼곳으로 유배형에 처해지는 것이 당사자들에게는 상당한 결격 사유로 받아들여졌다. 더욱이 배를 타고 섬으로 보내지는 유배형은 중죄에 해당하는 벌로 인식되었다.
지금도 섬은 왠지 고립이라는 이미지가 연상되는데, 당시에는 섬으로 유배를 떠나는 것에 대해 더 좌절감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대체로 섬으로 유배를 당한 사람들의 경우, 자신이 절해고도(絶海孤島)에 놓인 것처럼 표현을 하고 있다. 육지로부터 떨어진 곳인 섬, 배를 통해서만 육지로 나갈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감시가 수월하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대체로 유배지로 선정된 섬들은 죄수들을 감시할 수군의 진(부대)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유배객들이 혼자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을 돌봐주는 사람(보수주인)을 정해야 했다. '보수주인(保囚主人)'이란 죄인을 책임지고 돌봐주는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섬으로만 이뤄진 신안군의 경우, 수군의 진이 설치되어 있던 흑산도와 지도 그리고 임자도가 주로 유배지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이곳에 유배를 와서 생활했던 6명의 인물들이 남긴 기록들을 통해, <유배인의 섬 생활>을 살피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중죄를 지은 사람들의 경우 살고 있는 집에 가시나무를 두르고 하루 세끼 밥만 들이던 위리안치(圍籬安置)라는 제도가 있었지만, 저자에 의하면 그것이 엄격하게 지켜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한다. 실상 정치인들에게 있어 유배란 이중의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그 하나는 정치 권력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학문과 정신적 성장을 꾀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조선 후기의 학자였던 정약용의 예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임금이었던 정조의 총애를 받았던 정약용은, 정조가 죽자 반대 당파의 견제로 인해 18년 동안이나 유배지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전라도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정약용은 수많은 제자들을 기르고 <목민심서>를 비롯한 역작을 남길 정도로 학문을 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이 책에 수록된 그의 형 정약전도 흑산도에서의 생활을 토대로, 물고기와 바다 생물들의 특징을 기록한 <자산어보>를 남기기도 했다. 아마도 유배라는 형벌에 좌절하고만 있었다면, 이룰 수 없었던 학문적 성취라 할 것이다.
이 책에는 전라도 신안군에 위치한 섬에 유배되었던 6명에 대한 유배 생활의 면모가 소개되어 있다. 그들이 관직에 있을 때에는 실력자로 인정받았다고 하더라도, 섬으로 유배를 간 경우 섬 주민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살아가기가 쉽지 않았을 터이다. 그래서 그들은 섬 주민들을 위해 서당을 열어 교육 사업을 하기도 했고, 때로는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주변을 여행하여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고 한다. 대상 인물들 가운데 조선 후기 예술인들에 관한 기록을 남긴 조희룡과 한문학의 대가로 인정을 받았던 김윤식은 국문학에서도 언급이 되고 있다. 여기에 <자산어보>를 남긴 정약전은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어 흑산도로 유배형에 처해진 인물로, 그의 아우인 정약용의 유배지는 인근의 강진이었다.
나머지 세 인물들은 김약행과 박우현 그리고 김평묵 등으로, 이 책을 통해서 그들이 남긴 섬 생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잇었다. 섬으로 유배를 간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적인 사건에 연루된 경우가 많아, 주로 섬 주민들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얻어 생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단순히 유배객들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특히 섬사람들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그들의 유배 생활을 조명하고 있다. 아마도 자신들은 곧 떠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유배 생활을 하는 동안 섬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들에게도 절실한 문제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유배 생활을 새로운 각도에서 짚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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