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모텔에 들었다
신달자
나 모텔에 들었다
강진읍 남성리 금수장 모텔
영랑축제에 가느라 다섯 시간 버스를 타고 내리니 옆에 선생님이 피곤하다며 쉬고 싶다는 것.
강진 시인들이 급하게 모신 것이 나까지 묶여 엉겁결에 모텔 들다.
너도 좀 자라
선생님은 곧 바로 잠에 들고
나는 거울 달린 둥근 침대 끝에 어정쩡 누워
왠지 몸이 근질근질.
나 모텔에 들었다
비밀스럽게 숨어들면 몸 구석구석에 화끈거리는
여름 나팔꽃이 온몸을 열며 피어날 것 같은 모텔
모처럼 나들이 겸 온 강진의 화사한 대낮
선생님과 모텔 침대에 누워
좀 이상하게 나는 쉬고 있어
목덜미를 거쳐 발끝을 스치는 파리 한 마리 잡으며 헛손질을 하고 있어
영랑 생가 뜰에는 살 뜨겁게 모란이 허공을 밀어내며 피어나고 있을 때
봄 햇살이 머리끝을 확 잡아당기는 대낮
그렇게 막 봄 신명이
강진읍을 들썩거리고 있을 때.
- <문학들> 2006.가을호
첫댓글 혹시 우리가 들었던 그 모텔로 시를 쓸 것 같으면 참조하라고 올립니다.
강진의 모텔에 관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생각납니다. 학교 개교기념일에 동료와 둘이서 해남, 강진으로 여행을 갔는데 막차를 놓친 뒤 길에서 히치하이킹한 젊은 두 남자와의 에피소드. 해남에서 강진까지 태워줬는데 강진의 모든 여관이 full 이라 실컷 저녁 사먹여 보낸 젊은 두 남자에게 다시 삐삐를 날려 우리 방없어요, 광주까지 태워주세요!!! 그 이후, 연하의 그 남자와 애정행각이? 진행되어 까딱하면 인생이 바뀔뻔 했답니다. 후편은 다음 기회에...
인생이 바뀌어도 괜찮았을 것을... 그리고 진행형은 아닌 것 같은데 진짜 궁금하게 만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