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수 사진 에세이 파랑 바다 삼천 리 152 * 224 mm 358쪽 “아름다운 풍경은 시와 산문을 낳고 추억을 만들어준다. 초록으로 채색된 깊은 봄날에 포항에서 구룡포 가는 길은 목가적인 풍경을 연출한다.”(「구룡포~석병」)라고 시작되는 동해안 봄의 여정은 어떤가? 시내버스 차창 너머로 보이는 올망졸망 전답과 온통 초록 물결로 일렁이는 산이 눈부시다. 비릿한 바다 내음이 풍기는 한산한 구룡포 항구에서 시작하는 해안길을 따라 나그네는 부지런히 걷는다. “활처럼 휘어진 읍내”를 벗어나면 호수처럼 잔잔한 동해가 끝없이 펼쳐지고, “노란색으로 물든 이름 모를 꽃, 제비꽃이 바다를 배경으로 화사하게 피어나고 올망졸망한 갯바위가 얕은 바다에 검은 융단처럼 박혀 있”다. 마을 잔치 현수막이 걸린 삼정리 바닷가 마을이 풍악 소리로 들썩거리니 나도 어깨춤이 절로 나고, “마을 아낙네가 건네주는 맥주 한 잔, 파전과 오징어 한 점에 시나브로 세월도 잊”고 며칠이고 머무르고 싶다. “해풍에 타닥타닥 건조된 미역 향내”가 코를 찌르는 마을 길을 벗어나자 “파도 따라 밀려온 미역 조각과 해초가 어지러이 널려 있는” 하얀 백사장이 펼쳐진다. “마늘과 감자가 제법 자라고 있”는 얕은 고갯길의 마늘밭에서 풀 뽑는 할머니에게 얻어 맛본 마늘종에서 인정스럽고 아삭한 시골의 향이 퍼진다. 다시 걷는다. 아, 동해 땅끝마을 이정표가 보이는 고개 너머로 펼쳐지는 온통 청보리밭! 초록 바다다! 꿈결 같다. “보리밭이 일렁이는 농로를 따라 동해 땅끝마을로 방향을 틀었다.” ‘석병’이다. “호랑이 꼬리 부분 호미곶보다 사실 동쪽 끝 마을은 석병에 있음을 알려주는 비문” 그 앞 갯바위에 낚시꾼 한 명이 당당하게 바다와 마주하고 서 있다. “바람 없고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영등철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파도가 없는 포근한 날의 동해”, 갯바위에는 하얀 물거품이 부딪치고 부서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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