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친구는 음악 들으며 위안받길 바란다고 소식을 전해왔고 와타나베는 다른 일정을 접어두고 아예 강화로 와주었다. 그리고는 많이 먹으라며 밥집에 데려가고 조용한 청련사로 차를 몰았다. 할미꽃이 피었다 지고 라일락은 아직 향기롭다. 그는 자그마한 머위 몇 뿌리를 뽑아 내게 주었다. 슬픔이 있는 걸 알고 있으니 굳이 많은 말들을 전해오지 않았다. 위로는 많은 말로서 되는 게 아니란 걸 우린 알고 있다. 수다스런 친구였으면 내가 만나지 않았을테고. 혼자 있으면 더 생각나니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눈물의 절반은 마른다.
이번 현주의 소식으로 나는 또 몇 년의 세월을 건너뛴 느낌이다. 불과 4일 전의 일인데도 아득히 먼 옛날의 기억같다. 나의 심신은 그만큼 더 주름이 깊고 수축되었단 얘기다. 납골당에 갈때 편지를 써서 붙이고 와야겠다. 그 앞에 서서 뼛가루로 남은 이 친구를 어찌 마주하나 생각하니 눈물이 솟는다. 와타나베가 같이 가준다고 했다. 너 분명 주저앉아 울 것 같으니 그 모양으로 어떻게 운전할거냐고. 현주를 잃으며 이 친구를 얻었나 생각이 든다. 위로가 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