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바람이 강한 날 집을 짓는다
박영한 [서울시정일보 논설위원]
정호승 시인은 ‘새들은 바람이 강한 날에만 집을 짓는다.’라고 하였습니다.
높은 나뭇가지 위에 위태롭게 보이는 둥지는 바람이 불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새들은 바람이 강한 날에 집을 지었기 때문입니다.
배우지 않았어도 새들은 바람이 없는 날에 편하게 집을 지으면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에는 둥지가 떨어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고치에 있는 나비가 쉽게 나올 수 있도록 밖에서 고치를 열어주면 나비는 결코 하늘을 날 수 없다고 합니다.
스스로 고치를 열고 나와야만 날개에 힘이 생겨서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전거를 타면 엉덩이가 아프기 마련입니다.
다리의 근육도, 팔의 근육도 아프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려면 그 과정을 이겨내야 합니다.
이것은 누가 대신해 줄 수도 없습니다.
처음 자전거를 탈 때는 엉덩이가 아팠는데 어느덧 아픈 줄 모르고 타게 되었습니다.
다리와 팔이 아파서 경치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예쁜 꽃도 보고 뺨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새들이 바람이 강한 날에 집을 짓듯이 삶은 폭풍우 속에서도 항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잔잔한 파도는 결코 강한 항해사를 만들 수 없습니다.
파랗게 돋아나는 새싹들도 모두 지난겨울 눈보라를 맞으면서 봄을 맞이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