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창문으로 ㅅ네 집이 보인다. 큰 딸이 와서 생이 얼마 안 남은 엄마의 집을 청소하고 돌봐드리는 모양이다. 멀쩡히 잘 사시다가 본인이 중병에 걸린 걸 아신 아주머니는 너무도 놀라 읍내의 병원에 입원해서 진정을 하고 오신거라 들었다. 하긴 누구라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동네사람들은 찾아가기가 영 어렵고 짠한 모양이다. 치료해서 나을 상태라면 어서 쾌차하시라며 음료수라도 사들고 방문할텐데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분에게 찾아가 무슨 말을 할 것인가. 괜히 위로차 갔다가 코로나 염려도 되고 하니 다들 병문안은 삼가한다고 했다. 농촌일이 한창 바쁜 시기이니 다들 고추 심고 논을 갈고 김을 매는 일상을 살다가 장례식장에나 가시려나 싶었다.
엄마에게 아침커피를 내어드리며 미리 하는 장례식 얘기를 꺼냈다. 꽤 오래 전의 일인데, 일본의 한 사업가는 자신의 장례식을 미리 열어서 화제가 되었다. 그는 잊고 지냈던 옛 지인들을 그나마 살아있을때 만나 인사를 나누고 싶으니 자신을 기억하는 분들은 ㅇㅇ날 몇 시 어느 장소로 와달라고 신문에 기사를 올렸다. 그러자 그 기사를 본 많은 사람들이 그를 보러 모였고 그는 성대한 파티를 연 듯 기쁜 마음으로 모두를 만나 노래 제목처럼 happy end로 마무리한 경우였다. 나는 그 이야기를 읽으며 미리 여는 장례식이 맘에 들었다. 곧 망자가 될 이는 그나마 웃을 수 있는 시기를 잡아 좋은 모습으로 벗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그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사진으로만 남은 모습에 허허로울 것 없이 당신과의 좋았던 날들을 기억한다며 서로의 안녕을 바랄 것이다. 진정 해피 엔드란 이런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