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ago]
입력 2023.03.24 06:49
[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유언장을 찢어 버린 경우
만일 어떤 사람이 법률적으로 유효한 유언장을 남겨놓고 운명했다면, 사후에 이 사람이 원하는 대로 그의 재산이 분배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유언장을 만드는 것만으로 항상 충분하지는 않다. 하지만 유언장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여러가지로 낫다. 유언장이 있는 경우의 가장 큰 장점은 우선 망자의 뜻에 따라서 그의 재산이 분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두번째 장점은 살아있는 사람들이 망자의 재산을 분배하는데 조금이라도 편해 질 수 있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서로 다투지 않고 망자의 뜻에 따라 남은 재산을 분배하게 되니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주마다 유언장이 갖추어야 할 요건이 조금씩 다르다. 그러므로 죽기 전에 유언장이 자기 주에 합당한 요소를 모두 갖추었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일리노이 주의 경우에 합법적인 유언장이 되려면 우선 유언장을 남기는 사람이 18세 이상이고, 유언장을 남길만큼 정신이 건강해야 한다. 그리고 유언장을 남기는 사람이 죽으면서 자신의 재산을 분배하고자 하는 뚜렷한 의도가 있어야 한다. 또한 유언장은 반드시 문서로 작성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문서는 두 사람 이상의 증인 앞에서 작성이 되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유산을 받는 사람은 이 유언장의 증인이 될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유언을 남기는 사람과 두 사람의 증인은 모두 같은 자리에서 서명을 해야만 한다.
이렇게 작성된 유언장은 언제든지 유언장을 작성한 사람의 마음이 변하면 무효화 할 수 있다. 기존의 유언장을 무효화 하는 방법은 두가지 중에 하나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유언장을 찢어 버리면 된다. 그리고 또 다른 방법은 새로운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기존의 유언장을 무효화 한다고 적으면 된다. 그런데 위의 두 가지 방법은 같지가 않다. 두 가지의 경우가 사후에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남자가 재혼을 했다. 그런데 전처와의 사이에 자식이 셋이 있었다. 이 남자는 재혼한 새로운 부인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새로 맞이한 아내에게 모든 재산을 다 주겠다는 유언장을 작성한다. 그런데 유언장을 작성하고 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재혼한 부인과의 다툼이 잦아졌다. 어느날은 새 부인과 엄청난 말다툼 끝에 가지고 있던 유언장을 꺼내와서 벽난로에 던져 버리고 집을 나갔다. 남편이 집을 나가자 재혼한 아내는 급히 벽난로에 던져진 유언장을 꺼낸다. 유언장이 조금 타긴 했지만 아직 내용은 그대로였고, 서명도 되어 있었다.
이 사건이 있고 얼마 후 남편은 사망한다. 남편이 죽자, 재혼한 아내는 이 유언장을 들고 법정에 가서 남편이 자신에게 모든 재산을 주겠다는 유언장을 자신이 가지고 있으니, 남편의 재산은 전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한다.
남편은 살아있을 때 새로운 유언장을 작성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직 살아 있을 때 전부인과 낳은 자식들에게 재혼한 부인과 다툰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자신에게 유언장이 있었지만 이미 불태웠다는 내용과, 자신은 재혼한 아내에게는 한푼도 재산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망자의 세 자녀는 법원에 가서 아버지가 생전에 한 이야기를 증언한다. 법원이 재혼한 아내가 가지고 있는 유언장을 인정하면 모든 재산은 그녀의 것이 된다. 법원은 자녀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망자의 마지막 의도가 완전히 반영된 것은 아니었다. 망자의 의도는 재혼한 부인에게 재산을 한푼도 주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유언장은 없었다. 법원은 원래 유언장이 무효인 것은 맞지만, 새로운 유언장도 없으니 주법에 따라 망자의 재산을 분배한다. 해당 주법에 따르면, 유언장이 없는 경우에 부인이 재산의 반을 가져가고, 자식들이 반 남은 재산을 삼등분 하게 되어있었다.
손헌수(변호사,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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