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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는 다산 정약용의 저서로, 전12권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분량의 행정 지침서라 할 수 있다. ‘목민(牧民)’이란 ‘가축을 기르듯 백성들을 기른다’는 의미로, 지방에 부임하는 관리를 ‘목민관’이라 일컬었다. ‘심서(心書)’는 마음에 새겨야 할 책이란 뜻이니, <목민심서>는 지방관으로서 행정을 펼칠 때 반드시 마음에 새겨야 할 내용을 담은 책이라고 하겠다. 이 책은 정약용이 유배지인 전라도 강진에서 지은 책으로, 수령의 부임으로부터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과정까지 거쳐야할 과정을 적어놓은 행정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상적인 지방관의 역할을 그려놓은 것이기 때문에, 지방관으로 부임하여 이 과정을 실제로 따른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하겠다.
이 책을 보면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1975년부터 번역을 시작하여 역주본을 책으로 출간을 한 것이 1985년이었다. 우선 책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기에, 출판사에서도 실제 판매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주문이 밀려들었고, 출판사와 번역자들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주문이 급증한 배경이 밝혀지는데, 어느 날 9시 뉴스에 군부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던 당시 전아무개 대통령의 인터뷰 배경으로 서가에 꽂혀있던 이 책이 비춰졌던 것이다. 그래서 권력자의 주변에 있던 정치인들이 그것을 보고 읽지도 않을 책들을 서둘러 주문했다고 한다. 아이러니칼하게도 정치인의 정직과 성실함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던 이 책이, 독재자의 인터뷰라는 계기를 통해 급작스럽게 많이 필리면서 유명세를 타게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초판이 나온 지 벌써 30여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 전면 개정판이 전7권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다산연구회란 이름으로 뭉쳤던 16명의 학자가 초판본의 번역을 맡았지만, 30여년이 흐른 지금 그 중 여러 명의 회원들이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면 개정판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의 교열을 담당했던 임형택 선생의 노력이 가장 클 것이라고 여겨진다. 나 또한 한동안 선생이 지도하는 강독회의 일원으로 참여를 했었으며, 동시대에 학회 활동을 하면서 후학으로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몇 년 전 보길도에서 윤선도와 관련된 학술대회에 발표자의 한 사람으로 참여했다가, 임형택 선생을 뵌 적이 있었다. 정년퇴임을 하신 지 10년도 더 지났는데 여전히 논문과 번역 작업을 왕성하게 하고 계신다. 그날 뒤풀이 자리에서, 내 글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앞서도 설명했듯이 <목민심서>는 지방관이 부임하면서 퇴임할 때까지, 목민관으로서 행해야할 내용과 과정을 적어놓은 책이다. 이 책의 제1권은 전체 12항목 가운데 3개 항목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첫 번째 항목인 ‘제1조 부임 6조’는 수령이 부임하면서 지켜야할 5개의 조목을 서술하고 있다. 지방관으로서 임명을 받고 행장을 꾸리는 방법과 조정에 하직하기, 그리고 부임 행차에서부터 취임과 업무를 시작하는 과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수령으로서 지켜야 할 자세를 다룬 ‘제2조 율기 6조’이다. 수령의 마음가집으로 제시한 것은 바로 ‘바른 몸가짐’과 ‘청렴한 마음’, ‘집안을 다스림’, ‘청탁을 물리침’, ‘씀씀이를 절약함’, 그리고 마지막으로 ‘베풀기를 좋아함’의 덕목이다.
1권의 마지막은 공인으로서 지켜야할 덕목인 ‘제3조 봉공 6조’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지방관으로서 마땅히 ‘교화를 펼침’과 ‘법도를 지킴’은 중요한 덕목이라 하겠다. 여기에 ‘예의 있는 교제’와 조정에 바칠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또한 지방관의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가 세금을 걷어 ‘공물 바치기’를 잘 하는 것이며, 상금 관청으로부터 ‘차출되는 일’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도 제시되어 있다. 실제 목차만 보더라도 정약용이 지방관의 자세나 임무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내용들은 현대의 정치인들도 반드시 익히고 행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너무 세세한 내용들까지 다루고 있어 읽기에 지루한 감은 있으나, 행정을 필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라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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