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와 ‘하게체’
(2인칭대명사) 자네는 친구나 손아랫사람 또는 나이 적은 사람에게 대접하여 존대하는 호칭이다. 자네가 주어일 때 서술어는 하게체가 된다. 「자네가 가는가?」「자네가 가게」「자네도 가세」로 말한다.「자네 왔나?」라고 하면 주어(자네)와 서술어(왔나?)가 호응이 맞지 않는다.「자네」라고 하면 서술어는 하게체가 되어야 한다. 즉 「자네 왔는가?」라고 해야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이 맞다.
영남의 일부지방 사람들은 ‘하게체’나 ‘자네’는 손아랫사람에게 쓰는 말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친구에게「자네 왔는가?」라고 하면, 그 말을 들은 친구는「네가 어째서 나보고 자네라고 하나?」라고 하면서 불쾌하게 여긴다. 자네에 대하여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네는 친구에게도 높임의 뜻으로 대접하는 말이다.
어릴 때는 친구끼리 서로「너」라고 하지만, 성장하여 성인이 되면 친구들 끼리도 대접하여 서로「자네」라고 한다.
선생님이 학생에게 어릴 때는「너 왔느냐?」라고 해라체를 쓰지만, 학생이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해라체의 말을 하게체의 말로 고쳐서 「자네 왔는가?」라고 말하게 된다.
백발이 성성한 노령인(老齡人)들이 아이들처럼 친구를 보고「만식아, 너 오랜만이다.」「얘, 성구야, 너 하나도 안 늙었다.」「어서 오너라.」「이리 앉아라.」라고 하며 해라체를 쓰는 것은 아름답지 못하다.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되면 친구간(親舊間)에 서로 하게체를 쓰는 것이 점잖고 보기 좋다.
○ TV의 연속극을 보면 장인이 사위에게 “김 서방, 자네 왔는가?”처럼 사위에게 ‘자네’라고 호칭하고, 하게체를 쓰고 있다. TV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사위에게 ‘자네’라고 하고, 하게체를 쓰고 있다. 사위는 딸과 동등한 위치에 있으므로 ‘해라체’를 쓰는 것이 옳다.
시부모는 며느리에게 해라체를 쓰는데, 처부모는 어째서 사위에게 하게체를 써야 하는가? 장모는 관습대로 하게체를 쓰더라도 장인은 해라체를 쓰는 것이 마땅하다. 장인, 장조부는 물론이고 처숙부(妻叔父)도 질서에게 해라체를 쓸 수 있다. 사위는 자식인데, 왜 하게체를 써서 사위를 높여야 하는가?
우리 집에서는 어른들이 사위(자형, 고모부)에게 하게체를 썼다. 나는 내 사위에게 해라체를 쓴다. 사위에게 해라체를 쓰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동생에게 자네와 하게체
형제간에 어릴 때는 해라체를 쓰지만 형이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면 형에게 경어(합쇼체)를 쓰고, 형은 동생에게 해라체를 쓴다. 형제가 모두 회갑을 지나고 노령이 되면 형이 동생에게 ‘하게체’를 쓰고 ‘자네’라고 부르게 된다.
그런데 평생 해라체를 쓰던 동생에게 ‘하게체’를 쓰고 ‘자네’라고 부르면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마음이 편하지 않고 정이 뜨게 된다. 과거에는 나이 많은 동생에게 하게체를 쓰고, 자네라고 했더라도 현대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형은 어릴 때처럼 동생에게 해라체를 쓰고, ‘너’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이 나고 우애가 돈독해질 것이다. 동생에게 하게체를 쓰고 ‘자네’라고 부르는 것은 동생도 자녀가 성장하여 며느리, 사위가 있고, 손자들이 있게 되면 동생의 체면과 권위를 높여 주기 위해서 ‘자네’란 호칭과 하게체를 쓰는 것이다. 체면과 권위보다 형제간의 변함없는 우애가 더 소중하므로 형은 동생에게 평생 해라체를 쓰고 ‘너’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동생이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형과 동생의 관계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형은 언제나 형이고, 동생은 언제나 동생이다.
○조카와 ‘하게체’
조카가 나이가 많아지면 숙부가 조카에게 하게체를 쓰고 자네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숙질간은 부자간과 비슷한 관계이다. 그래서 편지에서 숙부는 유부(猶父)라고 자칭하고 조카는 유자(猶子)라고 자칭했다. 유(猶)는 ‘흡사 같다’는 뜻이다. 유부(猶父) 유자(猶子)는 흡사 아버지 같고, 흡사 아들과 같은 관계란 뜻이다.
옛날에 조혼(早婚)을 할 때는 숙부보다 조카가 나이가 많거나 나이가 비슷한 경우도 있었다. 이럴 때는 조카에게 하게체를 쓰는 사람도 있었다.
조카는 나이가 많아도 위계(位階)가 숙부보다 낮은 사람이다. 당내(堂內)의 연하(年下) 조카에게는 해라체를 쓰는 것이 옳다. ‘자네’와 ‘하게체’는 부당하다. 그러나 족숙질간(族叔姪間)은 경우가 다르다.
○ 무덤에서 출토된 언간(한글 편지)에 의하면 조선 중기에는 부부끼리 서로「자네」라고 한 것 같다. 남편이 아내에게「자네」라고 했고, 아내 역시 남편에게「자네」라고 한 것 같다. 부부가 서로 하게체를 쓴 듯하다.
부부는 주종관계나 상하관계가 아니고 평등한 관계이다. 부부가 서로 하게체를 썼다면 예의에 어긋나지 않았다.
요즈음 어떤 젊은 부부는 남편은 아내에게 하인처럼 해라체를 쓰고, 아내는 남편을 상전처럼 대우해서 합쇼체(존대어)를 쓰는 것은 보기에도 천하고 언어예절에 어긋난다. 부부는 서로 경어를 쓰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부부끼리는 반어(半語: 반말)도 허용된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적절한 호칭은 인간관계의 기본인데, 좋은 자료를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마운 건 접니다. ㅎㅎ
좋은 자료 잘 읽었습니다.^^
다른 데서 가져온 것입니다.
참고할 수 있다면 좋은 일 아닙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