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에 대한 보고서 - 공광규
낭독-이의선
시골 재당숙이 혼자 살다 돌아가셨다
집안 역사교과서 한 권이
동네 이야기책과 지적도 한 책이
신명꾼 하나가 사라졌다
혈관부에 피가 돌던 굽은 나무 한 그루가
평생 동네를 떠나 본 적이 없는 말뚝 하나가 뽑혀
그 자리에 누웠다
매일 아침 열리던 대문이 며칠째 닫혀 있자
옆집 독거할머니와 회관에서 돌아오던 독거노인 한씨가
대문을 따고 방문을 열었다고 한다
혼자 살다 죽으면
칼로 배가 갈려 한 번 더 죽어야 한다며
산비탈에 뻘건 황토 구덩이를 파놓고
아침 일찍 대전으로 부검 받으러 떠난 사체를
붉은 노을이 번질 때까지 기다리며 투정했다
몸이 돌아갈 땅을 향해 자꾸 꼬부라지는 노인들
겨우겨우 무덤 가까이에 친 천막에 올라와
재당숙이 나이롱 뽕을 좋아하고
'갈대의 순정'이 십팔번이었다고 회고 했다
퇴직하고 동네에 들어와 사는 타지 출신 중늙이 몇과
시골노인들이 보는 앞에서
관을 들고 비탈에 올라가
멀리 청태산 낙타봉을 좌향 삼아 묻었다
동네 회관에 내려와 저녁 먹고 술을 나누는데
까마귀가 며칠을 재당숙네 집 주위를 돌며
맑게 울었다고 한다
노인들은 까마귀가 영물은 영물이라고 칭찬하였다
어쩌면 재당숙은 까마귀 까만 등을 타고
먼 하늘로 올라갔을지도 모른다
카페 게시글
[이의선]의 좋은 낭독
고독사에 대한 보고서 - 공광규
이의선
추천 3
조회 12
24.10.01 07:53
댓글 1
다음검색
첫댓글 노인 한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에 탄다 했습니다
일생 보고 느낀것이 얼마나 많을까요
귀담아 들을 일이지요
그리고 까마귀가 영물이지요
사람이 죽을라치면 반듯이 마을에 알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