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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이야기.... (Chrysanthemum)
글 : 백진주(다화림)
국화는 동양에서 재배하는 관상식물 중 가장 역사가 오랜 꽃으로, 시대를 달리하면서 은군자(隱君子), 은일화(隱逸花), 옹초(翁草), 천대견초(千代見草) 등으로 불린다.
국화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는 3000년 전 중국의 [주례기]에 있는 牡鞠(모국) 이란 말인데 확실하게 어떤 꽃인지에 대해서는 밝혀져 있지를 않다. 그러나 그 이후 기원전 256년부터 49년까지 기록된 [예기]라는 문헌에 의하면 '황색의 꽃'이라는 설명이 있고 또 鞠자와 菊자는 한자의 발달에 의하면 같은 글씨로 여겨지므로 국화는 2500년-3000년 전부터 중국에서 가꾸어 오다가 우리 나라를 거쳐 일본 등으로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다.
1940년 조선일보사에서 펴낸 [화하만필]에는 원나라에서 국화를 가져오기 훨씬 전에도 신라나 고려에서 아름다운 종류의 국화를 중국 내륙에서 가져와 길렀음을 중국의 기록에서 볼 수 있다 한다. 또 일본에 국화가 전해진 것은 백제 때 왕인(王仁) 박사가 청, 황, 적, 백, 흑(靑, 黃, 赤, 白, 黑) 다섯 가지 색깔의 국화를 전했다는 기록에 있다. 국화 중에 16장의 노란 꽃잎이 크고 넓은 품종 기꾸(きく 菊)는 일본 왕실 문장이 되면서 권위의 상징이 되었다. 16장의 꽃잎을 가진 황국은 왕실의 문장이므로 일반 백성은 함부로 심지 못하도록 했다. 이 땅의 국화가 일본 왕실을 대변하는 꽃의 자리에 앉아 그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나라에서 국화를 길러온 것은 삼국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449년 에 강희안이 지은 [양화소록]에는 국화가 그 색깔별로 품종이 나뉜 점으로 보아 우리 나라에서도 국화가 일찍이 사랑 받으며 개량이 계속된 꽃이라 생각된다.
국화의 성품에 대해 [종회부(鍾會賦)]에 다음과 같이 언급되어있다. “국화는 다섯 가지 아름다움이 있으니, 둥근 꽃송이가 위를 향해 피어 있으니 하늘(天)에 뜻을 두고, 순수한 밝은 황색은 땅(地)을 뜻하며, 일찍 싹이 돋아나 늦게 꽃을 피우는 것은 군자의 덕(君子之德)을 가졌음이며, 찬 서리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것은 고고한 기상(氣像)을 뜻하고, 술잔에 동동 떠 있으니 신선의 음식(仙食)이라.”
가을이라는 계절의 분위기가 잘 어울리는 국화는 원산지가 중국이어서 그런지 동양적인 느낌을 준다. 가장 늦은 철인 11월의 찬 서리를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강인한 식물이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모습에서 인내와 단련을 배운 동양에서는 국화를 매화, 난초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四君子)라 하여 귀하게 여겨 왔다. 매화는 이른봄에 잎보다 먼저 꽃이 피고, 난초는 향기가 있고 잎과 꽃이 아름다와서 좋아하던 식물이었다. 그리고 대나무는 잎이 항시 푸르고 줄기가 꼿꼿하여 절개를 상징하던 식물이었다. 반면에 국화는 꽃도 아름답지만 향기가 매우 짙어 사랑 받던 식물이었다. 그래서 우아한 꽃의 기품과 추위를 이겨내는 강인함은 곧잘 충신의 절개와도 비유되어 동양에서 사랑을 받아 왔다. 서리가 내려 대부분이 초목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 국화는 홀로 금빛으로 피어나 맑은 향기를 퍼뜨려, 인내와 끈기를 가진 국화의 그 같은 성정이 군자의 덕목과 같다고 하여 길상의 상징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의 작품 소재가 돼 왔다. 또한 국화는 꽃의 수명도 길고, 차가운 늦가을 까지 홀로 고고한 꽃을 피워 영광을 노래한다. 그래서 어느새 사람들의 뇌리에 국화가 부활의 상징처럼 굳어지게 되었다. 가장 영광된 꽃의 자리를 차지한 때문인지 동서양이 모두 흰 국화를 죽은 이의 관을 장식하는 꽃으로 여기게 되었고, 무덤을 치장하는 꽃으로 심는다. 특히 황국(黃菊)은 신비한 영약으로 이를 달여 마시면 장수한다고 믿어 왔으며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환갑․진갑 등의 헌화로도 사용하였다.
원산지 중국의 경우 장수(長壽)를 상징하는 꽃이 바로 국화이다. 당나라때 중양절이 생겨 났는데, 음력 9월 9일로 중구절(重九節), 또는 양수(陽數)인 9가 겹친 날이기에 중양절(重陽節 ) 이라고도 하는데. 이 중양절은 모든 사람들이 국화의 날이라 하여 기념하는 풍습이 있다. 숫자 구(九)는 중국어로 ‘주’로 발음하는데 목숨 수(壽)자와 음이 같다. 그 때문에 중구절이면 건강을 기원하며 국화이슬로 몸을 닦고 귀신을 쫓으며 재난을 피하려는 뜻에서 국화주를 마시며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중양절에 관련되어 전해 오는 이야기이다.
옛날에 장방이라는 현자가 있었다. 어느 날 근항경이라는 사람에게 한 가지 예언을 하였다. "금년 9월 9일 자네의 집에는 반드시 재앙이 있을 것이네. 이 재앙을 막으려면 집안 사람 각자가 주머니를 만들어 주머니 속에 산수유를 넣어서 팔에 걸고 높은 곳에 올라가 국화술을 마시면 화를 면하게 될 것이네." 근항경은 장방의 말에 따라 그날 집을 비우고 가족들과 함께 뒷산으로 올라 갔다. 그리고는 장방이 말한대로 국화술을 마셨다. 집에 돌아와 보니 닭이며 개, 소, 양, 돼지 등이 모두 죽어 있었다. 장방은 이 소문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짐승들은 사람 대신 죽은 것이었다네. 국화술이 아니었다면 자네 식구들은 모두 죽었을 거야." 9월 9일 중양절에 높은 곳에 올라가 국화술을 마시거나 부인들이 산수유 주머니를 차는 것은 여기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그 후로 사람들은 중양절에 산수유주머니를 차고 높은 곳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는 중양연(重陽宴)을 행했다고 한다.
중국 남양의 여현이라는 곳에 있는 감곡 개천 상류에 국화가 자생하고 있었는데, 그 액수를 먹고 사는 하류의 마을 사람들은 보통 120-130세까지 장수를 하였고, 仙人 팽조는 아침마다 국화이슬을 마셔 무병장수하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다.
이 외에도 국화주를 마시고 장수했다는 많은 설화들이 있다. 이것이 국화주를 연명주(延命酒) 또는 불로장생주(不老長生酒)라 하는 이유이다.
도교에서는 국화를 장생불사약으로 생각했다. 주요자(朱儒子)는 국화를 즐겨 먹고 몸이 새털처럼 가벼워져 끝내 흰 구름을 타고 승천했다고 한다. 또 유생(劉生)은 “단법(丹法)을 펼칠 때마다 국화즙을 짜 화단증지(和丹蒸之) 하여 1년을 먹으면 능히 백 살을 산다.”고 했다. 《포박자(抱朴子)》에도 “국화는 신선들이 즐겨 먹었던 선식”이라 했다. 그 전통이 남아 지금도 산사에서 수도하는 스님들이 머리를 맑게 식히기 위해 국화차를 즐겨 마신다.
중국에서는 국화를 약초로서도 권하고 있어 건강과 장수의 비결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같은 중국사람들의 국화에 대한 남다를 생각이 국화의 품종과 재배 기술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었다.
서양에서도 그리스나 로마 때부터 국화를 재배해 왔는데 ,본격적으로 개량된 것은 프랑스 인이 중국의 국화를 유럽에 전한 후부터라고 한다. 서양의 국화는 잘라서 꽃만을 보거나 화단에 심어 정녕 우리가 흔히 보거나 생각하게 되는 국화는 이러한 서양의 국화가 대종을 이룬다.
재배 국화는 꽃송이의 크기에 따라서 대국(大菊)․중국(中菊)․소국(小菊)으로 나눈다. 대국은 꽃의 지름이 18cm 이상 되는 것으로 흔히 재배하는 종류이며, 중국은 꽃의 지름이 9~18cm, 소국은 꽃의 지름이 9cm 미만의 것을 말한다. 소국은 꽃잎의 형태도 여러 가지이고, 꽃색도 다양해서 현애작이나 분재작으로 적당하다.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서는 하국(夏菊)․ 추국(秋菊)․동국(冬菊) 등으로 나눈다.
하국은 대개 팔월에 피는 것을 말하며, 초겨울에 피는 것을 동국이라 하고, 시기에 따라 팔월국, 구월국도 있다. 그리고 시월쯤에 피는 보통의 국화가 바로 추국이다.
가을 산자락에 홀로, 또는 무리지어 피는 노란 꽃은 바로 산국이거나 감국이다. 둘다 노란 빛깔로 산국은 꽃의 크기가 작아 1cm보다 조금 크고, 감국은 먹을 수 있고, 약으로도 쓸 수 있어 "단국화"란 뜻의 이름을 가지며, 꽃의 지름이 2cm 이상으로 산국에 비해 조금 큰편이다..
국화는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식물이다. 봄에 새 싹은 나물로 데쳐 먹고, 여름에 무성한 잎은 솎아서 떡에 넣어 먹거나 생즙을 내어 마시기도 하며, 가을에 만개한 꽃잎을 따서 술과 차와 떡으로 먹고, 말려서 베겟속이나 이불속에 넣어 향기로운 잠에 취해볼 수도 있다. 줄기와 뿌리는 말려서 약으로 쓴다.
세계적으로 2만가지, 우리나라에도 390종이 있지만 식용으로는 토종 야생국화를 주로 쓴다.
국화차 만들기
국화차는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환경에서 피어난 꽃만 준비된다면 별도의 도구 없이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 국화를 차로 만들기에는 깨끗한 산천에서 자란 야생 감국이 제격 . 감국은 줄기가 붉은색을 띠며 맛이 달고 향기가 좋다 . 줄기가 푸르고 맛이 쓴 국화는 식용으로 이용할 수 없다 . 시중에 나와있는 국화 역시 농약을 사용해 키우기 때문에 꽃잎의 향을 우려먹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 산에 들에 한창 피어나기 시작하는 토종 국화가 향이나 크기가 차를 만들어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 국화는 꽃이 활짝 핀 것보다는 막 피어나려고 하는 것이 좋다 . 꽃을 우릴 때 살포시 꽃잎이 벌어지는 아름다움까지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화는 꽃이 피었을 때 줄기 전체를 베어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활짝 핀 산국이나 감국 또는 뜰에 재배하는 국화를 아래 부위에서 베어 10여 줄기씩 묶고 그늘진 벽에 거꾸로 매달아 둔다. 잘 말린 국화 줄기는 3㎝ 정도로 썰어 종이봉투에 넣어 보관한다.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덜어내 쓰면 된다. 국화는 꽃이나 잎, 줄기 , 뿌리 어느 부위나 쓸 수 있겠으나 약으로 쓸 때에는 모두 섞어 쓰는 것도 좋다. 그 외에도, 국화꽃을 말리기 전에 수증기에 살짝 찌거나 덖어내면 국화에서 나는 역겨운 냄새가 말끔히 사라져 깨끗한 향의 국화차를 즐길 수 있다. 국화의 색과 향을 그대로 보존해 차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살짝 피어나기 시작하는 국화를 그대로 냉동실에 넣어 얼리면 국화꽃 고유의 색이나 향을 차로 우려 마실 때까지 느낄 수 있어 더없이 좋은 국화차가 된다.
생화 그대로를 이용할때느는 국화꽃을 송이째 깨끗이 씻어 물 1리터에 국화 30g을 넣어 중간 정도의 불에 15분 정도달여 체로 찌꺼기는 걸러내고 수시로 마신다. 맛은 달고 쓰다.
국화차는 향 못지 않게 좋은 효능도 있다. 옛 문헌을 살펴보면 본초강목에는 "오랫동안 복용하면 혈기에 좋고 몸을 가볍게 하며 쉬 늙지 않는다.위장을 평안케 하고 오장을 도우며, 사지를 고르게 한다. 그밖에 감기, 두통, 현기증에도 유효하다"고 명시돼 있다.
국화차가 이러한 약효를 지니는 것은 국화의 성분 중에 눈과 간 기능 회복에 좋은 비타민A, 비타민 B1, 콜린, 스타키드린, 아데닌 등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국화꽃은 간장을 보호하고, 눈을 밝게 하며, 머리를 맑게 하는 데 효과가 뛰어나다,따라서 국화차를 복용하면, 백내장이나 좋고 눈이 침침하거나 통증이 있을 때 미열이 날 때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울 때 효과가 있다. 특히 신경을 많이 쓰는 정신근로자나 학생, 눈을 많이 쓰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좋다.
또한 위와 장을 안정시킬 뿐 아니라, 오랫동안 마시게 되면 혈기를 이롭게 하고 몸이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