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2일 일요일 점심을 먹고 신설동으로 향했습니다. 노숙자들과 독거노인과 탈북청소년들을 위한 ‘사명당의 집’입니다. 을지로 굴다리 따비에 사용될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일요일 저녁에 음식배급 봉사 보다는 직접 음식 준비하는데 참여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미리 연락을 하고 출발 했습니다.
신설동역에서 내렸습니다. 한겨울에 바람이 차갑습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날 같습니다. 신설동풍물시장 정문에 서 있으니 제영법사(석명용)님이 마중 나왔습니다. 사명당의 집은 풍물시장 정문 바로 부근에 있습니다. 주변에는 작은 빌딩이 서 있는데 유일하게 70년대쯤 지은 2층 가옥형태의 주택입니다. 10년 전에 월세를 들어 지금까지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안으로 들어 가니 운경행님이 반겨 줍니다. 처음 을지로 갔을 때 보았던 여성봉사자입니다. 이날 음식 준비에는 제영법사님, 운경행님, 본인 이렇게 세 명이서 준비 했습니다.
저녁에 있을 을지로 따비를 위해 이날 준비한 것은 바나나 270개, 백설기 250쪽, 둥굴레차와 커피 각 100여잔, 촌지, 양말셋트입니다. 을지로 따비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백설기입니다. 약 80에서 100명 가령 모이는 거사(노숙자)님들을 위해서 따끈따끈한 백설기 두 쪽을 제공합니다. 교회 등 다른 단체에서는 빵과 우유를 제공한다는데 작은손길에서는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영법사님에 따르면 명절을 앞두고 특식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 설의 경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삼계탕이나 오뎅우동 등 따끈한 음식 대신에 양말을 준비 했습니다. 두텁고 목이 긴 양말입니다. 마트에서 7,000원에 해당되는 양말세트입니다. 겨울철이기 때문에 노지에서 사는 자들에게는 적절한 설선물이라 여겨집니다.
운경행님과 함께 바나나를 포장했습니다. 두 개씩 비닐에 넣어 포장하는 작업입니다. 모두 100명 분을 준비 해야 하니 포장하는 것도 일입니다. 먼저 바나나를 일일이 분리 해야 합니다. 이때 소위 삼겹살 가위라 불리우는 가위로 꼭지를 자릅니다. 그런데 바나나가 수입산이다 보니 약간은 역겨운 암모니아 냄새가 납니다. 그래서 물기와 약품처리 된 것을 제거하기 위해 수건으로 일일이 깨끗이 닦습니다. 다음으로 포장입니다. 비닐에 두 개씩 넣습니다.
바나나를 비닐포장하는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거사님들에 대한 배려 입니다. 바나나를 낱개로 하여 나누어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받는 입장에 따라서는 모욕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고스럽지만 일일이 포장하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이유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바나나를 낱개로 주었을 때 먹고 난 다음 아무 곳에나 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닐 포장을 해 놓으면 먹고 난 다음 껍질을 비닐에 넣어 버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수고스럽지만 바나나를 일일이 닦아서 비닐에 포장하는 이유라 합니다.
을지로에 여러 봉사단체가 있지만 과일을 제공하는 단체는 작은손길이 유일할 것이라 합니다. 거사님들은 돈이 없기 때문에 과일을 사먹기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사과 등 달고 맛있는 과일을 선택할 수 있지만 바나나나 귤을 선정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거사님들 대부분이 치아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럴 경우 부드러운 바나나가 제격이라 합니다.
운경행님과 바나나를 포장할 때 제영법사님은 둥굴레차를 끊였습니다. 경동시장에서 사온 둥굴레 뿌리 한 주먹을 커다란 솥에 넣어 끓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맛 보는 티벡의 둥글레차와 맛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둥굴레차를 끓이는데 있어서 노우하우를 가지고 있는 제영법사님의 둥굴레 차맛은 한마디로 깊고 그윽한 것에 있습니다. 마시면 더부룩하고 거북한 것이 쑥 내려 가는 듯 합니다. 그래서인지 현장에서 인기 메뉴입니다. 거사님들은 보온병이나 페트병을 이용하여 많이 담아 가기도 합니다.
시간이 되자 을지로로 이동했습니다. 운경행님은 귀가하고 제영법사님, 니르바나 오케스트라 단장 강형진님, 실장 심소현님, 그리고 본인 이렇게 네 명이서 차를 탔습니다. 차는 늘 그 자리에 도착했습니다. 굴다리 아래에는 벌써 긴 줄이 서 있습니다. 몇 십분 전에 대기 하는 이유는 교통이 막히는 것도 감안 한 것이지만 거사님들에게 안도감을 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합니다. 만일 차가 시간이 됐는데 도착하지 않았다면 불안해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차에서 대기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것은 노숙자의 삶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에 대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보호소로 들어 가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하여 이구동성으로 ‘자유’를 들었습니다. 보호소에 들어 가면 통제가 따른다고 합니다. 마치 군대나 감옥에서처럼 정해진 룰에 따라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참기 힘든 것은 옆에 자는 사람이 매일 바뀌는 것이라 합니다. 옆 사람이 매일 바뀌는 것은 두렵고도 공포스러운 일이라 합니다. 홀로 자면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거사님들은 왠만 하면 길거리에서 노숙한다고 합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자유’ 때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통제를 가하고 명령이나 지시에 따르는 삶 보다는 비록 굶주리고 추위나 더위에 고통받을지라도 혼자 있으면 자유롭기 때문에 기꺼이 거리에서 자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몸이 망가져 더 이상 거동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보호소로 가게 될 것입니다.
8시 15분이 되자 제영법사님이 먼저 굴다리로 갔습니다. 미리 왔음을 알리고 인사말 등을 하기 위함입니다. 8시 25분이 되자 차가 굴다리로 이동했습니다. 정확하게 30분이 되어서 차가 줄이 서 있는 곳에 도착 했습니다. 도착하니 낯 익은 얼굴들도 있고 새로운 얼굴들도 있습니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회장님이 오셨습니다. 또 도인처럼 보이는 전회장님의 지인인 홍석환님도 함께 했습니다. 벽암 김경숙님과 이병관님 부부도 함께 했습니다. 특히 벽암님의 경우 여성 노숙자 몇 분에게 촌지 전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명절 때가 되면 여성노숙자를 찾아가서 적은 금액을 남 모르게 슬쩍 전달한다고 합니다.
거사님 봉사대로서 종문님, 혜룡님, 병순님이 함께 했습니다. 특히 병순님의 경우 수염이 점점 시커멓게 되어 갑니다. 물어 보니 영화에서 청나라 장수로 캐스팅 되었다고 합니다. ‘남한산성’이라는 영화가 촬영중인데 3월달에 촬영될 것을 대비하여 수염을 기르라 하여 기른 것이라 합니다. 엑스트라로서 삶을 살고 있지만 수입이 늘 불안정하여 노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격이 쾌활하여 봉사자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립니다. 그리고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두 번 줄을 선 사람들을 알려 주어 이중으로 음식이 나가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합니다.
1월 22일 을지로 따비는 활기가 넘쳤습니다. 그것은 봉사자가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영법사님, 강형진단장님, 심소현실장님, 전재성회장님, 홍석현님, 김경숙님, 이병관부부님, 그리고 거사봉사대로서 종문님, 혜룡님, 병순님 이렇게 모두 12명이 참가 했습니다. 이날 음식을 타간 거사님들은 80여명 됐습니다.
거사님들에게 백설기와 바나나, 커피, 둥글레차를 제공했습니다. 여기에다 설명절을 앞두고 특별히 양말세트를 제공했습니다. 늘 그렇듯이 15분만에 상황이 종료 됐습니다. 남은 떡과 커피와 차를 마시면서 간단히 환담 했습니다. 그리고 행사를 마무리하는 의식을 가졌습니다. 모두 둥글게 원을 그리고 말 없이 서로 합장하고 반배했습니다. 이어서 사방을 향해 합장하고 반배했습니다. 이런런 행위에 대하여 크게 두 가지로 봅니다. 하나는 자애와 연민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공덕을 회향하는 것입니다.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것은 자애의 마음이고, 모든 존재가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연민의 마음입니다. 둥글게 모여 합장을 하고 고개숙인 것은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기를!” “모든 존재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이라고 바라는 마음일 것입니다.
흔히 무주상보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상을 내지 않고 보시한다는 말입니다. 속된 말로 하면 ‘티내지 않고’ 주는 것을 말합니다. 주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냥 주는 것이 아닙니다. 남에게 주는 것이 보시이지만 결국 자기자신에게 주는 것이 보시입니다.
보시를 하면 보시공덕이 따릅니다. 앙굿따라니까야 ‘음식의 보시에 대한 경’에따르면 “수행승들이여, 음식을 보시하는 고귀한 제자는 보시 받는 자들에게 내 가지 은혜를 베푸는 것이다. 생명을 보시하는 것이고, 아름다움을 보시하는 것이고, 행복을 보시하는 것이고, 힘을 보시하는 것이다.”(A4.59) 라 했습니다. 그런데 남에게 보시하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도 베푸는 것이 되기 때문에, 보시를 하면 자신도 역시 생명, 아름다움, 행복, 힘을 갖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아름다운 보시는 ‘회향’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지은 모든 공덕을 이 세상을 살다 간 유주무주의 고혼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보시공덕은 조금도 줄어 들지 않습니다. 물질과 재물은 나누면 줄어 들지만, 보시공덕은 아무리 나누어도 줄어 들지 않습니다.
이병욱(진흙속의연꽃) 작성
첫댓글 다시 읽어 보니 오타가 많네요. 바로 잡았습니다.
무주상보시에 동참한 님들께 감사드립니다. __()__
직접 현장에 동참하시고 생생한 활동일지까지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추운 날씨에 동참해주시고, 일지까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한참만에 참여한 따비에 소중한 인연으로 만뵈어 반갑다는 인사를 드리며
고르지 못한 날씨에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심에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과 즐겁고 행복한 시간 가졌습니다. 여운 대표님의 지행합일 무주상보시의 정신이 널리 널리 퍼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