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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감상하기(2)(차은주)
구스 반 산트 감독의 <굿 윌 헌팅>은 잔잔하면서도 격정적인 청춘에 관한 영화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보아왔던 '천재 스토리'와 달리, 인간의 존재 방식에 관해 진지하게 다가서는 작품이기도 하다. 더구나 <굿 윌 헌팅>은 현재 할리우드의 청춘스타로 부상한 맷 데이먼과 벤 에플렉 콤비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영화. 특히 이 두 사람이 영화의 각본을 써 더욱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영화는 로빈 윌리암스와 맷 데이먼 사이에 오가는 심리적 변화를 중심으로 떠나버린 사랑과 다가오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여기에 미국 인디 록(포크) 씬의 스타 엘리엇 스미스가 구성해내는 사운드트랙이 영화적 재미를 배가시킨다. 구스 반 산트는 이 작품 이후 또 다른 '천재'를 다룬 <파인딩 포레스트>를 연출하기도 했다.
<굿 윌 헌팅>은 애정이 결핍된 불우한 천재 젊은이가 스승과 친구를 통해 타인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따뜻하게그린 휴먼 드라마이다. 이 작품은 헐리우드에서 가장 촉망 받는 배우인 맷 데이몬과 벤 애플렉이 직접 각본을 쓰고 주연까지 맡아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영화의 시나리오는 맷 데이몬이 하버드 대학 과제로 제출한 50페이지 분량의 단편 소설을 기초로 작성한 작품이다.
미국 보스톤의 아카데믹한 분위기를 배경으로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영화 음악, 탄탄한 각본, 명감독의 연출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모든구성 요소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평가 받는데, 그 무엇보다도 주연에서부터 조연급에 이르기까지 실력파 배우들의 뛰어난연기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아내를 잃은 슬픔을 지닌 숀 맥과이어교수 역은 로빈 윌리암스가 맡았는데,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생애 처음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브레이킹 더 웨이브>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했던 스텔란 스카스가드가 램보 교수 역을, 영국에서 건너온 실력파 여배우 미니드라이버(스카일라 역), 벤 애플렉의 친동생으로 <2 다이 4>에서 악동 역할을 맡았던 케이시 애플렉도 출연해 탄탄한 연기 대결을 보여준다.
DVD의 현장감이 시청각만 충족시킨다고 믿는다면 <굿 윌 헌팅>은 휴머니즘의 진한 감동조차도 DVD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는 새로운 발견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굿 윌 헌팅 에서 제일 산뜻하게 느껴졌던 두 가지는 천재라는 것을 묘사한 방법과 주인공과 그의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묘사한 방법이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윌 헌팅 (맷 데이먼)은 천재지만 그가 한 씬에서 설명하듯 그것은 모짜르트와 베토벤의 머리에선 저절로 음악이 보였듯이 그의 머리에선 저절로 수학공식이 보이기 때문이다. 마치 키가 크게 태어 난 사람이 키가 작게 태어 난 사람은 볼 수 없는 높은 선반의 것을 볼 수 있듯. 이런 하나의 타고 난 특성을 제외한다면 천재도 그가 모짜르트이건 윌 헌팅이건 보통사람과 똑 같이 괴롭고 즐겁고 착할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 한 인간일 뿐이다. 아마데우스 에서도 그랬듯 천재성이란 것을 이렇게 본인과는 직접적 관계가 없는 우연하게 받은 특성으로 스켓치 한 것이 좋았다.
윌 헌팅과 그의 여자친구 스카일라(미니 드라이버)의 관계도 신선하게 그려져 있다. 윌 헌팅은 빨리 돌아가는 그의 머리가 축적한 것외에는 20살이 되었어도 제대로 사회화되고 성인화되지 못한 서투른 곳이 많은 사람이다. 이런 윌을 스카일라가 리드해서 둘은 사귀게 되는데 그들의 첫번 키스도 스카일라의 주도로 이루어진다. 그들은 패스트푸드 카운터에 앉아 피자를 먹는데 스카일라가 윌보고 나중에 헤어질 때 굿 나잇 키스할 생각만 하는 것아니냐고 묻는다. 윌은 질소냐 하고 자기는 차라리 굿 나잇 섹스("goodnightlay" - 한글 번역은 실수도 있었지만 짐작에 우리 관객의 정서를 생각해서 일부러 번역을 안 하거나 점잖은 쪽으로 바꾼 대사들이 많았는데 이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영화의 강점 중의 하나가 대사인데 이 때문에 번역에서는 펀치를 많이 잃는다)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
굿 윌 헌팅의 줄거리는 크게 말해 신데델라 이야기를 현대로 옮겨 놓고 신데렐라를 남자로 바꿔 놓았다고 생각하면 대충 맞는다. 신데렐라의 이름은 윌 헌팅인데 신데렐라같이 그는 부모가 없지만 악한 의붓엄마도 없다. 대신 그의 친 아버지는 그와 그의 엄마를 몹시 학대하던 위인이었으므로 기억 속의 아버지가 의붓 엄마 노릇을 하는 셈이다. 그리고 윌은 남자니까 여자인 신데렐라에게 요구되는 마음씨 곱고 얼굴 예쁜 덕 대신에 머리가 비상하다는 덕이 대치된다. 마음씨로 말하면 윌은 도리어 건방지고 못 되 먹은 쪽이다.
툭하면 싸움이나 하고. 이런 그의 심리적 문제가 이 영화의 주요 소재이기도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왕자가 있는 궁전 대신 최고의 지식인들이 모인 하바드와 MIT라는 배움의 궁전들이 등장한다. 이들 궁전에는 세계 곳곳에서 모인 지성의 왕자, 공주님들이 무도회 대신 공부를 하러와 있는데 물론 윌은 여기에 끼일 처지는 못되고 그는 MIT에서 복도 걸레질하는 청소부다. 그러던 어느 날 윌은 복도 칠판에 게시된 수학 문제를 풀게 되는데 그것이 신데렐라가 떨어뜨린 유리구두와 같은 것이다.
그가 푼 문제는 너무 어려워 학생들은 물론 문제를 낸 교수도 한참동안 못 풀었던 문제인데 윌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풀어 놓은 것이다. 확인 차 또 하나 내 놓은 더 어려운 문제도 마찬가지로 풀어놓게 되자 문제를 푼 주인동을 찾던 교수에 의해 드디어 윌은 발견된다. 여기서부터 윌의 인생이 바뀌기 시작하는데 바로 윌을 발견한 램보교수와 그의 심리 치료를 담당하게 될 숀 맥과아어다.
숀과 램보는 대학 동창인데 학생 때는 숀이 램보보다 도리어 우수했다. 하지만 램보는 강한 목적의식과 야심으로 인생을 살아 MIT라는 세계적으로 이름 난 대학의 이름 난 교수가 되었는가 하면 숀은 벙커힐 지역대학 (Bunker Hill Community College)이란 완전히 차원이 다른 대학의 교수다.
인생을 어떤 목적지를 향해 한시 바삐 달려가는 고속도로라고 생각하고 오늘은 오로지 미래라는 탑을 쌓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믿는 주류사회적인 생각이 램보라면 반대로 인생은 가는 길 자체가 중요하고 순간 순간의 중요함이 바로 전체의 중요함이라고 생각하는쪽이 숀이다. 로빈 윌리암스는 이 영화에서도 죽은 시인들 사회 에서와 같이;carpe diem"을 외치는 꼴이다. 이런 관념의 반목뿐 아니라 숀과 램보간에는 계층간의 반목도 존재하고 있다. 숀은 윌같이 험하고 가난한 보스턴 남쪽동네 아일랜드 이민계 출신이고 램보는 바에서 탄산수를 주문할 때 클럽 소다라 하지 않고 뻬리에라는 프랑스 상표를 대는 중산층 출신이다. 윌 헌팅은 과연 어느쪽을 택할까?
굿 윌 헌팅 은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다 지나 간 다음 제일 마지막 화면에서 이 영화를 윌리암 버로우즈와 알렌 긴스버그에게 바치고 있다고 말한다. 버로우즈와 긴스버그는 히피 이전 비트세대를 대표하는 작가고 시인이다.
비트세대란 물론 50년대에 미국의 주류사회에 커다란 반기를 들었던 인물들이다. 마침 버로우즈, 긴스버그 두 사람 모두가 97년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추모의 뜻이 담겼겠지만 동시에 이 영화가 자기의 가슴은 윌의 가슴처럼 반 주류사회 쪽에 속 해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특히 이때 배경 화면에는 또 하나의 비트세대 대표주자인 잭 커루액 (Jack Kerouac)의 소설 On the Road 가 참조되듯 윌이 차를 몰고 미대륙 횡단 길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이 기다릴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는 윌은 이 긴 여행에서 On the Road 의 쌀처럼 여행을 안 했더라면 못 만났을 많은 사람들과 경험들을 만나고 그 자신의 내부 여행도 할 수 있게 될 지 모른다.
맷 데이먼, 미니 드라이버, 로빈 윌리암스를 비롯한 모든 출연진들의 액팅이 돋 보이고 맷 데이먼이 하바드에서 대학을 다닌 덕분인지 대학가의 셋팅이 사실감을 주게 자연스럽고 대사도 윌과 그의 친구들의 보스턴 남쪽의 터프함과 캐임브리지의 고상함을 섞어 잘 만들어 졌다.
"굿 윌 헌팅" 이란 제목은 윌 헌팅이 처음엔 문제아 같다가 숀 맥과이어의 치료에서 근본은 착한 (good) 윌 헌팅으로 드러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그가 어디선가 선의 (good will)를 구하고 있기 (hunting) 때문인 것 같은데 이 영화는 원래 맷 데이먼이 하바드 재학 시절 창작글 시간에 써낸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했다니까 제목도 그때 붙인 것인지는 몰라도 좀 미숙한 취향이 엿보이는 제목이다.
주말에 괜찮은 영화 보고 싶을때 권장할 수 있는 그런 영화다. 단지 이영화는 내용이나 기법에서 이무런 모험도 하지 않는 "feel-good movie"에 지나지 않는데 그 이상의 것을 가진 것 같이 힌트하기도 해서 하는 말이다.
올해 개봉했던 영화 <로얄 테넌바움 The Royal Tenenbaums>에서 오프닝 곡 “Hey Jude” 나 “Needle In The Hay”를 기억하시는지요. 혹은 <아메리칸 뷰티 American Beauty>(1999)에서 역시 비틀즈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Because"를 통해 울려 퍼지던 천상의 하모니를 혹시 기억하십니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라는 싱어송라이터인데요. 해외의 인디 관련 음악에 관심이 많은 분이야 지금쯤은 좀 귀 따가우실 테지만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뮤지션은 아니었죠. 그를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시킨 건 영화를 통해서가 아닌가 싶은데요. 앞서 이야기했듯 그는 <로얄 테넌바움>이나 <아메리칸 뷰티> 등 종종 영화에서 사랑받는 음악(인)이 되었지요.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미국 포틀랜드 출신의 무명 싱어송라이터를 말 그대로 '느닷없이’ 유명하게 했던 영화는 바로 <굿 윌 헌팅 Good Will Hunting>일 겁니다. <굿 윌 헌팅> 사운드트랙 음반에는 엘리엇 스미스의 노래가 무려 여섯 곡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중 영화를 위해 새로 만들어진 단 하나의 곡이었던 Miss Misery”는 베스트 오리지널 송에 노미네이트되는 영광(?)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쿠스틱 기타에 실리는 엘리엇 스미스의 목소리는 열광과 분노의 감정보다는 반추하고 성찰하는 구도자의 그것이면서도, 낙오자적인 어두운 정서를 반영합니다. 섬세하고 예민한 감수성은, 물론 따뜻하고 포근함도 선사하지만요. 들릴 듯 말 듯 나직하고 여린 목소리 속에 이런 정서를 담은 음악이야말로 이 영화의 분위기를 잘 포착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