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학과 시대의식, 이재선 외, 새문사, 1981.
1900년 즈음을 경계로 한국문학을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으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점이다. 하지만 작가의 활동이나 작품의 창작이 어떤 시기를 경계로 구분될 수는 없기에, 이처럼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은 지극히 편의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그 경계를 전후로 한 시기에, 이전과는 다른 작가나 작품이 출현하였다는 것에는 이론이 없다고 하겠다. 그렇기에 이전의 문학을 구문학(고전문학)이라 칭하고, 이전과 다른 새로운 양식의 작품들을 일컬어 연구자들이 ‘신문학’이라고 일컬었던 것이다. 따라서 신문학은 고전문학과 다르고 현대문학과도 구별되는 일종의 과도기의 산물로 평가하고 있다. 당시에 새로운 양식이 작품이 등장했지만, 당시의 독자들에게 고전문학의 주요 작품들은 여전히 인기를 얻고 많이 읽혀지고 있었다. 예컨대 1920년대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팔린 책이 고전소설 <춘향전>이었으며, 가장 인기 있었던 음반도 바로 고전시가인 잡가를 수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의 과도기에 해당하는 시기를 일컬어 ‘개화기’나 ‘애국계몽기’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했으나, 이 두 용어는 그 의미에 있어 문학사의 시기로 구분하는데 적절하지 못하다고 여겨져 지금은 잘 사용되지 않고 있다. ‘개화(開化)’라는 용어가 처음부터 서양이나 일본의 발달된 기술과 문화를 받아들여 사회를 개방을 해야한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사용되었으며, 그 이전의 상황을 개화되지 못한 ‘미개(未開)’의 상태로 여긴다는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계몽(啓蒙)’이라는 단어 역시 이전까지의 ‘몽매(蒙昧)’함을 깨우쳐야 하며, 그 지향이 애국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개화’나 ‘계몽’이라는 용어는 그 이전의 상황을 스스로 ‘미개’나 ‘몽매’ 혹은 ‘야만’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라도 하겠다. 현재로서는 이전의 상황에서 근대로 전환하는 시기라는 의미에서 ‘근대전환기’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개화기나 애국계몽기라는 용어가 스스로를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에 이에 비해 객관적인 의미를 품고 있다고 하겠다.
한국문학 연구의 초창기에는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의 주요 작가와 작품들이 연구 대상으로서 주류적인 위치에 놓여 있었기에, ‘근대전환기’에 해당하는 시기의 문학사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언급이 있었을 뿐이다.대체로 문학사에서는 이 시기의 문학을 주요 작가나 작품을 소개하고, 그것이 이전과 이후 시기를 잇는 과도기적 성격을 지녔다는 점만이 언급되었을 뿐이었다. 이 책은 1970년대의 ‘신문학’ 연구 성과들을 모아 엮은 결과물로서, 한국문학사에서 근대전환기의 문학적 성과들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 초기의 결과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전소설과 다른 ‘신소설’의 출현이라든지, 최넘선에 의해 시도되었다가 실패로 끝난 ‘신체시’ 그리고 노래로 불리던 시조와 가사와 달리 신문에 연재되어 독자들에게 독서물로 다가섰던 그 시기의 시조와 가사 등이 연구 대상으로 다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전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신문학’ 작품들과 그 작가들에 관해서 소개하는 것을 기획 의도로 내세우고 있다.
목차는 크게 3개의 항목으로 구분되는데, 다양한 연구자들에 의해 포착된 ‘신문학’의 주요 작품들에 대해 탐구한 ‘작품론’이 먼저 소개되고 있다. 이인직과 이해조를 비롯한 신소설 작가들과 주요 작품들이 연구 대상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근대전환기에 새롭게 등장한 각종 신문에 연재되었던 시조와 가사 그리고 다양한 시 양식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어지는 ‘생애와 비평’은 일종의 작가론과 주제론을 겸한 것으로 이해되는데, 주요 작가와 작품 그리고 다뤄지고 있는 주제들을 문학사의 관점에서 점검하고 있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자료’라는 항목에서는 <대한매일신보>에 수록되었던 ‘사회등가사’ 3편과 신소설인 '혈의 누'와 '금수회의록' 등의 작품 원문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출간 이후 근대전환기 문학사에 대한 연구가 깊이 있게 진행되었기에, 여기에 수록된 논문과 자료들은 연구사 초기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