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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일상이다 보니, 간혹 마주친 단어나 표현의 정확한 의미나 어원에 대해 궁금하면 사전이나 자전을 찾아보기도 한다. 한자에서 연원한 단어는 자전을 찾아, 한자의 다양한 의미 가운데 어느 것이 해당 단어에 맞는 것인지를 따져보기도 한다. 대체로 한자어인 경우 한자의 뜻을 좇아서 정확한 의미나 조어법에 대해 쉽게 유추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일본식 조어법을 그대로 취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한자로 된 고전 문헌을 보다보면, 동일한 의미가 현재 사용되고 있는 단어와 달리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말을 따라하면서 그 표현들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지만, 정작 그 말의 의미를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오랜 기간 동안 출판계에서 활동을 한 저자가 ‘말공부’를 위해 펴낸 책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왔다. 아마도 출판 관련 일을 하다보면, 가장 많이 마주치는 일이 교정과 교열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정확하고 적절한 표현에 대해 민감하고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이 책은 바로 저자의 경험과 생각이 담겨 기획된 내용이라고 여겨진다. 저자가 다루는 대상은 주로 한자어로서, 각 단어가 지닌 어감(뉘앙스)을 탐구한 내용이라고 하겠다. 지금 일상 언어로 사용되고 있는 한자어의 의미와 어감 등을 비교하여 설명하는 내용으로, 아마도 글쓰기를 하는데 있어 적절한 표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우리말의 단어 가운데 한자어의 비중은 많게는 70%를 상회한다고 한다. 더욱이 요즘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한자 공부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한자를 알면 너무도 쉬울 한자어인 단어들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물론 한자를 배우면 단어의 의미를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이유로 그저 맹목적으로 한자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기의 필요에 의해서 시작하면 효과가 있겠지만, 그러한 당위를 내걸고 누군가에게 강요를 하는 것은 결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한자 공부는 지루하고 지닌한 과정을 반복해야만 한다는 것을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로 한자어 표현들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의 저자 역시 한자 공부에 대해서 특별히 강조하지 않는다. 분명히 한자 공부를 한다면 단어의 뜻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한자를 공부해야한다는 논리로 변질되는 것에는 나로서는 찬성할 수가 없다. 한자 공부 역시 다른 어학(외국어) 공부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흥미를 잃을 경우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저자는 ‘말공부’를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로 ‘인수분해 학습법’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한자어이기에 가능한 학습법이며, 이미 한자 공부에서도 이러한 방법을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또한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한자어의 대부분이 일본의 조어법을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되고 있기에, 전통시대의 한문에서 보는 표현과는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단어들도 적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 그래서 저자는 ‘근대와 근대어’의 의미를 별도로 설명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 책에는 ‘60개의 의미소에 딸린 낱말과 표현 3,000여 가지를 소개’되어 잇다고 한다. 네 개의 주제를 통해, 한자어가 지니고 있는 원래의 의미와 근대 이후 변화된 어감 등을 포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모두 4개의 큰 항목으로 구분하여, 각각 ‘몸’ ‘마음과 생각’ ‘모둠살이’ 그리고 ‘자연’과 관련된 한자어 단어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단어의 어감(뉘앙스)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유용한 참고서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저자는 이 책을 저술하면서, 한자의 어원과 글자 모양의 유래를 따지는 자학(字學)의 도움을 적지 않게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나 역시 한문을 읽으면서 수시로 자전을 참고하기 때문에, 한 글자에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이 매번 새삼스럽게 느끼기도 한다. 매 항목마다 말미에 그와 관련된 ‘말모음’들을 제시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한자어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 책이 지닌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앞부분에 작가와 교사들의 추천사가 제시되어 있는데, 아마도 언어를 다루는 그들에게 단어의 어감을 세밀히 구별하는 이 책의 기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내용을 통해서 새삼스럽게 받아들인 내용도 적지 않다. 물론 부분적으로 미흡하거나 충분치 못한 정보들도 눈에 띠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한자어만 다루고 있다는 점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각 항목에 한자어와 함께 토박이말까지 다뤘다면, 언어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인식을 던져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또 다른 과제일 터, 한자어의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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