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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를 융(Carl (Gustav) Jung) ***
카를 융(Carl (Gustav) Jung) * 출생 : 1875년 7월 26일 * 사망 : 1961년 6월 6일 * 국적 : 스위스 |
1. 개요
카를 융은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영향을 받아 분석심리학의 기초를 세웠고 외향성·내향성 성격, 원형(原型), 집단무의식 등의 개념을 제시하고, 발전시켰다.
카를 융의 업적은 정신의학과 종교·문학 관련 분야의 연구에 영향을 미쳤다.
2. 초기생애와 활동
언어학자이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카를 융은 어린시절에는 왕성한 상상력을 마음껏 펼쳤으나 외로움을 떨칠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와 교사의 행동을 유심히 살피고 분석하려 했다. 특히 아버지가 종교적 믿음을 잃어가는 것을 걱정하여 자신이 경험한 신을 아버지에게 전하려고 애썼다. 카를 융의 아버지는 많은 점에서 친절하고 참을성 많은 사람이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융의 가족들 중에는 성직자가 많았기 때문에 그 역시 목사가 될 운명인 듯했다. 그러나 융은 10대에 접한 철학, 폭넓은 독서, 소년시절에 느낀 실망 등으로 인해 가문의 전통을 버리고 의학을 공부하여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바젤대학교(1895~1900)와 취리히대학교(1902 의학박사)에서 공부했다. 1900년 카를 융은 취리히대학교 부설 부르크횔츨리 정신병원에서 일했다. 당시 이 병원의 원장이었던 오이겐 블로일러는 오늘날 정신병의 고전적 연구로 평가되는 심리학적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부르크횔츨리에서 융은 이전의 연구자들이 시작한 연상검사를 매우 성공적으로 응용했다.
카를 융은 특히 자극어에 대한 환자의 독특하고 비논리적인 반응을 연구하여, 그러한 반응이 정서적인 내용이 포함된 일련의 연상 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상들은 불쾌하고, 비도덕적이며, 성적(性的)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식에서 억제된다. 융은 이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지금은 유명해진 콤플렉스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3. 프로이트와의 관계
카를 융은 정신과 의사로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프로이트의 연구를 이해하게 되었다.
카를 융의 연구는 프로이트의 많은 생각을 확증해주었고 1907~12년 두 사람은 공동작업을 하기도 했다. 융은 정신분석 운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고, 사람들은 그가 정신분석을 창시한 프로이트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그들의 관계가 틀어짐에 따라 무산되었다. 성격과 견해 차이 때문에 그들의 공동연구는 5년 만에 끝났다. 이 시기에 융은, 노이로제가 성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프로이트와 견해를 달리했다.
이러한 갈등은 1912년 카를 융이 프로이트의 의견과 크게 다른 내용의 <무의식의 심리학 Wandlunggen und Symbole der Libido>을 출판함으로써 심각해졌다. 융은 1911년 국제정신분석학회 회장에 선출되었으나, 1914년 이 학회에서 탈퇴했다.
카를 융의 첫번째 업적은 태도의 유형에 따라 사람들을 외향성과 내향성의 두 부류로 나눈 데 있다.
나중에 카를 융은 정신의 기능을 사고·감정·감각·직관의 4가지로 구분하고 사람마다 이중 한두 가지가 우세하다고 했다. 이 연구 결과는 〈심리적 유형 Psychologische Typen〉(1921)에 잘 설명되어 있다. 〈무의식의 심리학〉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도 융의 폭넓은 학식이 잘 나타나 있다.
소년시절 카를 융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강렬한 꿈을 꾸고 환상도 많이 경험했다. 프로이트와 결별한 이후 융은 신중하게 자신의 이런 면이 다시 작용하도록 했고, 자신이 타고난 비이성적인 측면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동시에 자신의 기묘한 경험을 자세히 기록하면서 이를 과학적으로 연구했다. 후에 융은 이러한 경험이 정신영역에서 나온다는 이론을 발전시켰고 그 영역을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갖고 있는 집단무의식이라 불렀다.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 개념은 원형이론과 결합되었는데 카를 융은 이 이론이 종교심리학을 연구하는 데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종교철학). 융의 용어로 원형이란 보편적인 형태를 갖는 본능적 유형으로, 행동과 심상에서 표현된다.
4. 융의 심리치료의 특징
카를 융은 자신의 견해, 특히 종교와 심리학의 관계에 대한 견해를 발전시키는 데 여생을 바쳤다.
카를 융의 견해에 따르면 과거 작가들이 쓴 모호하고 보통 간과되어왔던 글들이 그 자신뿐 아니라 그의 환자들의 꿈과 공상에도 예기치 않았던 빛을 던져주었다(헤르메티시즘). 융은 심리치료자가 치료를 성공적으로 하려면 옛 거장들의 작품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융은 그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새로운 심리치료법을 개발하고 이를 이론화했을 뿐 아니라, 이른바 연금술의 전통에 새롭게 중요성을 부과했다.
카를 융은 그리스도교를 의식의 발달에 필요한 역사적 과정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영지주의파에서 시작해 연금술에 이르는 이교도 운동을 그리스도교의 다양한 형태 속에서 적절히 표현되지 못한 무의식의 원형적 요소들이 표현된 것으로 보았다. 융은 특히 현대의 꿈이나 환상에도 연금술에서와 같은 상징들이 나타나는 사실을 발견하고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연금술사들이 집단무의식에 대한 일종의 교과서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카를 융은 4권으로 된 전집에 이런 내용을 실었다.
역사의 연구는 중년과 노년, 특히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심리치료를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카를 융은 환자들을 도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자신들의 삶의 위치를 평가하게 했다. 환자들은 대부분 종교적인 믿음을 상실했는데, 융은 그들이 꿈이나 상상을 통해 표현되는 그들 자신의 신화를 발견한다면 더 완전한 인격체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카를 융은 이 과정을 개체화라 불렀다. 그후 융은 취리히의 연방과학기술전문대학의 심리학 교수(1933~41)와 바젤대학교의 의학심리학 교수(1943)로 재직했다. 개인적 경험, 계속된 심리치료, 역사에 대한 폭넓은 지식으로 인해 융은 시사논평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1918년에 이미 융은 독일이 유럽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따라서 나치 혁명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융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견해를 많이 피력했기 때문에 나치 지지자로 잘못 평가되기도 했다.
죽을 때까지 카를 융은 단순한 것들, 즉 그가 자란 스위스의 시골, 농부, 전원생활 등을 사랑했다. 융과 아내 에마는 취리히 호숫가에 아름다운 집을 짓고 살았다. 에마는 저명한 방문객들의 안주인 노릇을 했고 남편의 연구를 도왔으며, 그녀 나름의 독창적인 일도 했다. 융은 85세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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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신경증(psychoneurosis , 精神神經症, 신경증, 노이로제, neurose, 다원적 신경정신증, 정신장애) ***
< 요약 >
기능상의 결함을 일으키는 정신장애. 신경증, 다원적 신경정신증이라고도 함.
신경증은 개인의 생활환경과 연관성이 없이 나타나는 불안·우울·근심 또는 불유쾌한 느낌 등의 증상이 특징이다. 신경증은 생활, 대인관계, 또는 외적인 일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개인의 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으나 개인을 무력하게 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신경증에는 정신병에서 나타나는 심한 현실감의 손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증상들을 분류하여 처음으로 '신경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19세기 중엽의 정신과 의사들은 그 원인이 신경학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신신경증의 '정신'이라는 접두사는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후, 정신적인 요인과 정서적인 요인이 이 질환의 원인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지면서 덧붙여졌다. 현재는 신경증이라는 용어가 더 보편적이지만, 2가지 용어가 함께 사용되고 있다.
* 정신신경증 이론
전통적인 정신분석학적 관점은 정신내부적 갈등(정신의 여러 요소들 사이에 있는 본능적 욕구, 충동, 동기들 사이의 갈등)으로부터 신경증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의 핵심은 의식에 수용되지 않거나 억압된 사고·감정·기억 등이 저장되는, 정신의 일부인 무의식의 존재를 가정하는 것이다. 억압된 정신내용은 대부분 성적이거나 공격적인 충동, 또는 감정적인 상실의 고통스런 기억, 아동기부터 유래된 충족되지 못한 열망 등이다.
수용되지 않고 억압된 충동들이 의식에 들어가려고 위협할 경우 불안이 발생한다. 즉 불안에 의해서 자극된 정신의 의식부분(ego)은 억압(repression)·부정(denial)·반동형성 등의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를 사용해서 억압된 정신내용이 급격하게 의식화하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방어 기제).
신경증의 증상은 방어기제가 깨지고 금지되어 있는 충동이나 본능적 욕구가 의식세계로 들어가려고 위협하게 될 때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신경증에 관한 정신분석이론은 미국과 서유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소련과 서유럽 일부 지역에서 받아들여지는 신경증의 또다른 관점은 학습되지 않을 수도 있는 스트레스에 대해 부적절하게 학습된 반응이다(-> 행동주의). 이 관점은 신경증은 병이라기보다는 조건화에 의해 형성된 잘못 적응된 습관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본다.
* 종류
1) 강박신경증
강박신경증은 원하지 않는 관념이나 사고, 감정들이 불가항력적으로 의식 내부로 들어오거나, 환자 자신이 불필요하거나 부당하다고 지각하는 의식적 행동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강박관념(obsessive ideas)은 반복해서 떠오르는 폭력적이거나 음란한 생각들을 말하며 강박행위(compulsive behaviour)는 손씻기나 문잠그기 등과 같은 의식적 행위를 반복해서 하게 된다.
최근에 강박신경증을 가진 많은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클로미프라민이라는 약이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2) 전환신경증
히스테리나 전환, 신경증 등을 포함하는 전환신경증은 신체구조적 질병이 원인이 아닌 시력상실·마비·청력상실 등의 신체적 증상으로 발현된다. 히스테리는 초기의 정신분석학자들이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었던 증상들 중 하나로, 그들은 히스테리가 각 개인의 정신성적 발달이 초기단계에 고착되거나 발단단계가 정지되어 유발된다고 믿었다.
3) 불안신경증
불안신경증은 불안이 가장 특징적인 증상이며, 비교적 순간적이고 급격한 불안발작으로 나타나거나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을 만성적으로 느끼는 상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불안발작이 있는 환자는 과다한 발한과 집중력 저하, 소화불량, 두통, 심계항진, 불안, 불면증, 식욕부진 등으로 고생할 수 있다.
일종의 불안신경증인 공포는 특정한 상황이나 사물에 의해 과도하게 야기되는 부적절한 두려움이다. 흔한 공포의 대상으로는 개방 되거나 폐쇄된 공간, 불, 높은 곳, 먼지, 세균 등이 있다.
4) 우울신경증
심하지 않고 지속되지 않는 우울은 우울신경증으로 간주된다. 우울한 사람은 슬프고 절망적이고 비관적이며, 사고와 행동이 느려지며, 무관심하고 쉽게 피곤함을 느끼며, 숙면이 어렵거나 식욕이 감퇴될 수 있다.
5) 외상신경증
외상신경증은 자연적 재난이나, 고문, 강제수용소 감금 등과 같은 매우 고통스러운 사건을 견뎌야 했던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증상이다. 이 증상에는 악몽, 산발적인 불안, 다른 사람들이 죽었을 때 자신은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의식 등이 포함된다.
6) 이인신경증
이인신경증은 자기 자신이나 신체 또는 주변환경을 낯설고 비실제적이거나 기계적인 것으로 경험하는 증상을 말한다(-> 이인증).
* 치료
정신과 의사들과 임상심리학자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신경증을 치료한다. 정신분석학적 접근은 무의식 부분에 묻혀 있는 기억들, 즉 유년기의 경험에서 신경증의 원인을 발견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자들은 억압된 충동, 감정, 고통스런 기억들을 인식하게 됨으로써 신경증 증상들이 없어지고, 개인은 자신에 대해 더욱 더 깊이 이해하게 되어 인격성장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신경증이 학습된 반응의 결과로서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탈감각 과정을 통해서 신경증 환자를 원상태로 재건화한다. 예를 들어 높은 곳을 두려워하는 환자는 몇 주에 걸쳐 단계적으로 점점 높은 곳에 노출시키는 방법을 이용하여 치료한다(-> 행동요법).
그러나 많은 정신과 의사들은 약이나 전기충격요법과 같은 물리적 방법을 선호한다. 항우울제는 우울을 완화시키는 데 효과적임이 증명되었으며, 항불안제는 불안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전기충격요법은 충격이 뇌의 화학작용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우울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다. 많은 정신과 의사들은 이 접근법들을 혼용하며, 그 구체적인 내용은 환자와 증상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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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의식의 심리학(Psychology of the Unconscious) **
< 요약 >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이며 의사인 C. 융의 저서.
여기에서 그는 리비도 개념을 성적인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어떤 에너지로 봄으로써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는 다른 자신의 분석심리학을 수립하기 시작한다. 프로이트의 수제자로 인정받았으나 결국 이 저서로 인해 그와 관계를 끊었다. 이 책의 학문적 업적은 인간의 성격을 '내향형'과 '외향형'으로 나눈 데 있다.
1) 외향성(extroversion , 外向性)
내향성의 반대로 주의와 관심을 외부로 쏟고 다른 사람들에게 매우 민감하며 충동적인 성격이 특징이다. 극단적인 외향성은 공격적이고 집단의 승인에 지나치게 의존해 사고와 행동의 독립성을 잃게 될 수 있다. 이후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융이 제시한 2가지 성격 유형 사이에 위치한다. 즉 어느 누구도 전적으로 외향적이거나 내향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2) 내향성(introversion , 內向性)
외향성과는 대조적으로 생각이 끊임없이 안으로 향하는 성향.
내향성인 사람은 사회적 상황에 적응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고, 지나치게 몽상적이고 내성적인 성질로 어떤 일을 결정하기 전에 여러 가지 고려사항을 신중하게 재본다. 그러므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움추러드는 것이 내향성 성격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그러나 융도 인정했듯이, '전형적으로' 내향성이거나 외향성이라고 꼭집어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결과이다.
3) 집단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 , 集團無意識)
전인류에 공통되며 뇌의 선천적 구조에서 비롯되는 무의식(개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기억과 충동을 포함하는 정신의 일부분)의 한 형태이다. 집단무의식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개인적 무의식과는 구별되며, 원형, 즉 보편적인 원초적 상과 관념을 내포한다.
4) 원형(archetype , 原型)
문학과 사상 전반에 보편적인 개념이나 상황으로 여겨질 만큼 자주 되풀이하여 나타나는 근본적인 상징·성격·유형을 가리키는 문학 평론 용어.
(그리스어로 '최초의 유형'이라는 뜻의 archetypos에서 유래).
문학평론가들은 '집단 무의식'이론을 체계화한 심리학자 카를 융의 저서에서 이 용어를 차용했다. 융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다양한 경험은 어떤 식으로든 유전 암호가 되어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논리 이전의 사고에 기원을 둔 이 원초적인 심상 유형과 상황은 독자와 저자에게 놀랄 만큼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 원형 ** < 심리상담 참고사례 > 저희 아버지는 어디에서나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입니다. 밖에서는 이렇듯 완벽한 이미지의 신사인데, 집안에서는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고 가족들에게 자신의 방식을 강요합니다. 이에 따르지 않으면 심한 체벌도 하죠. 식구들은 아버지만 집에 들어오면 불안해서 숨도 크게 못 쉽니다. 도대체 아버지는 왜 이런 이중적인 성격을 갖게 된 걸까요? 앞 사례에서 말하는 ‘이중적’이라는 말은 때에 따라 상반된 두 특성이 번갈아 나타나는 경우를 뜻합니다. 밖에서는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올곧은 사람이 집안에서는 폭군으로 군림하며 불합리하게 행동하는 것이죠. 이 사람은 의식 속에 지나치게 자신의 옳고 선한 모습만을 강하게 부각시켜놓았기 때문에, 그 반대급부로서 불합리하고 악한 모습이 고여 있다가 집안에서만 터져나오는 이중인격자가 된 것입니다. 분석심리학에서는 무의식 속에 자아의 짝이 되는 어두운 측면이 존재한다고 설명하며, 이를 그림자라고 부릅니다. 자아와 그림자는 한 쌍을 이룹니다. 그림자는 대개 무의식에 속해 있기 때문에,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그림자가 의식되지 않고 오랜 기간 방치되면 미분화된 채로 남아 있기 때문에, 미숙하고 열등한 존재가 되어 천박하고 포악한 성질을 드러내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림자가 의식화되어 잘 분화되면, 강력한 동기와 정열로 나타나 창조적 힘의 원천이 됩니다. 이렇듯 분석심리학에서는 그림자가 항상 악하거나 나쁜 것만은 아니고 노력 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긍정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사람은 종종 외부세계에 자신의 그림자를 투사하고서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유 없이 누군가가 몹시 밉고 싫다면, 필히 자신의 그림자를 투사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신입직원이 이유 없이 직장동료 하나가 싫거나 거북할 수 있습니다. 그 나름의 이런저런 표면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무의식을 들여다보면 숨겨놓은 자신의 그림자, 즉 혹시나 외부에 드러날까 봐 두려워하는 자신의 부정적인 측면이 그 직장동료에게 투사되어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일 수 있습니다. 누구나 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를 가지고 있으며, 그림자가 외부로 투사될 때 자신의 그림자를 알아챌 기회가 생깁니다. 우리가 자기반성을 통해 투사된 그림자를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려 의식과 통합한다면, 인격의 전체성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무의식 속에는 개인의 경험이나 생각, 감정이 억압된 그림자도 있지만, 우리가 태어날 때 이미 간직한 선험적인 인류보편의 무의식도 존재합니다. 이것을 ‘집단무의식’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여러 원형(Archetype)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형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행동 유형이며, 신화와 종교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여러 원형들 중에는 아니마(Anima)와 아니무스(Animus)가 있습니다. 아니마는 남성의 무의식 속에 있는 여성적 요소이고, 아니무스는 여성의 무의식 속에 있는 남성적 요소입니다. 사랑에 빠진 여성은 자신의 무의식에 있는 아니무스를 상대방에게 투사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실제로 멋진 사람이기도 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 내부의 남성인 아니무스가 투사되었기에 매혹당하는 것입니다. 집단무의식 앞 사례의 아버지는 자신의 이중적인 면을 잘 의식하지 못하고 있으니, 매우 미숙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그림자를 의식하지 못하고 꽁꽁 숨겨놓고 있다가, 그 그림자가 더는 견디지 못할 때 터져나와 주변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종종 스스로가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단지 이중적인 것만이 아닙니다. 천 갈래 만 갈래 갈라진 마음들이 그나마도 제자리에 있지 않고 여러 대상에 투사되어 마치 내 마음이 아닌 양 딴청을 피우기도 하죠. 그게 우리의 모습입니다. 자신의 여러 가지 모습에 놀란다면 오히려 다행입니다. 이제부터 갈래갈래 갈라진 의식과 무의식들을 찾아 한데 모아야 합니다. 완전히 하나로 꿰매서 틈새 없이 이어붙이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그것은 절대 불가능한 미션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갈라진 마음들을 그저 인정하고, 못생긴 것도 아름다운 것도 모두 모아 조화롭게 땋아서 내 것으로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 융의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여러 개념들 • 집단무의식: 모든 인류가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신화적이고 상징적인 과거역사. • 원형: 여러 세대를 거쳐 축적된 영속적인 정신 내의 상징적인 의미들. • 콤플렉스: 개개인이 원형상과 상호작용하는 경험을 하면서 발달하게 되는 감정이 응축된 사고. • 페르소나: 개개인이 외부세상을 접하는 인격을 덮고 있는 표면. • 아니마: 남성에 있어서의 여성적 원형. • 아니무스: 여성에 있어서의 남성적 원형. • 그림자: 자아의 어두운 면, 무의식적 측면에 존재하는 자아의 분신. • 자기: 자기원형. 여러 원형과 콤플렉스를 통합해 균형을 이루려는 원형. |
5) 콤플렉스(complex)
< 요약 >
정신분석학 용어의 하나.
'복잡'·'착종'·'복합체'라는 뜻으로 강한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관념이나 기억의 일군의 모임이다. 이 용어를 처음 쓴 사람은 브로이어로 그는 이것을 관념복합체(Ideenkomplex)라고 불렀다. 후에 이 용어는 C. G. 융에 의해 강조되었는데 그는 언어연상 시험에서 특정 단어에 대한 피검자의 반응시간 지연, 연상 불능, 부자연스런 연상내용 등이 그가 명명한'잠재된 감정의 복합체'(콤플렉스)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융은 환자나 건강한 사람 모두에게 콤플렉스가 있으며 의식적인 경우나 무의식적인 경우 모두 있다고 했다. 콤플렉스는 깊이 무의식화될수록 강하게 되고 또 병리성을 띤다. 프로이트는 콤플렉스의 개념이 심리학적 유형화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 이 용어를 즐겨 쓰지 않았다. 한편 아들러 학파에서는 열등 콤플렉스(inferiority complex)를 중시한다.
- 엘렉트라 콤플렉스(Electra Complex)
요약 여자아이가 아버지에게 애정을 품으면서 어머니를 경쟁자로 인식하고 질투하거나 적대시하는 경향.
프로이트가 제시한 이론으로 융에 의해 명명되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생식기 단계(phallic stage:3~5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그의 학문체계에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대비가 되지만 그것만큼 중요시되지 않고 있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이 단계의 여자아이는 자신의 성기(clitoris)에 관심을 갖는데 남자아이의 성기(penis)에 비해 열등감을 느끼고 그것을 선망하게(penis envy) 된다. 그러나 남자와 같아지려는 희망을 포기하고 거세(castration)된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아버지를 사랑하고 어머니에 대해 반감을 품게 된다.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초자아(superego)를 발전시킴으로써 해소되어 다음 단계인 잠복기로 넘어가는데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는 노이로제의 주요원인이 된다.
엘렉트라는 그리스 신화의 인물로, 동생 오레스테스와 함께 어머니 클리템네스트라와 그녀의 정부 아이기스토스를 살해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
< 요약 >
정신분석이론에서 이성 부모에 대한 성적 접촉 욕구나 동성 부모에 대한 경쟁의식을 가리키는 말.
정상적인 발달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 Die Traumdeutung〉(1899)에서 이 개념을 도입했다.
이 용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테베의 영웅 오이디푸스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그는 모르는 상태에서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했다. 여성에게 나타나는 이와 비슷한 현상은 엘렉트라 콤플렉스라고 하는데 이 용어는 자기 어머니의 살해를 도운 또다른 신화 속의 인물 이름을 딴 것이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약 3~5세 아동들의 특징으로 보았다. 그는 보통 이 단계가 아동이 자기자신을 동성 부모와 동일시하고 자기의 성적 본능을 억제하게 되었을 때 마무리된다고 했다. 부모와의 이전 관계가 비교적 애정이 깊고 심리적 외상이 없으며 부모의 태도가 지나치게 금압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았다면 이 단계는 조화롭게 지나간다. 그러나 심리적 상처가 있었다면 '소아 노이로제'가 일어나며 이는 아동이 성인기가 되어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중대한 전조가 된다.
성인의 의식있는 정신을 지배하는 도덕적 요인인 초자아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과정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반작용을 인간정신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성취라고 생각했다.
6) 상징(symbol , 象徵)
< 요약 >
인간·사물·집단 등의 복잡한 개념을 단순하게 나타내거나 표시하도록 만든 의사전달의 한 요소.
상징은 그리스도교의 십자가, 그리스도교 구명단체의 적십자, 이슬람 국가의 초승달 등과 같이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프랑스의 마리안, 영국의 존 불, 미국의 엉클 샘처럼 인물을 표상화시켜 사용할 수도 있으며, 화학원소 칼륨을 의미하는 'K'와 같이 문자로 나타낼 수도 있다. 이밖의 무한대를 나타내는 수학기호 '∞' 또는 달러 표시 '$'와 같이 임의로 상징을 부여할 수도 있다.
철학에서 상징이란 그 자신과는 다른 어떤 것에서 인과적으로 산출되는 것이 아니면서 그 다른 어떤 것을 가리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연기는 불의 상징이 아니다. 연기는 불의 인과적 결과이기 때문이다. 상징이라는 말은 기호론에서도 매우 여러 가지 뜻으로 사용된다. 또한 과학분야 이외에 예술이나 종교 등의 영역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기호를 뜻하기도 한다.
다양한 철학적 배경과 특히 논리개념학의 한 분야인 기호학의 관점에서 볼 때 상징과 기호 사이에는 아주 뚜렷한 차이가 있다. 독일어 Symbolishe Logik(기호논리학)이나 Symbolishe Logik(기호논리학)이나 Symbol der Chemie(화학 기호들)에서 symbol은 '비(非)도상기호'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쓰인 것이다. 이러한 다의성을 과학언어에 끌어들이지 않기 위해 과학언어에서는 상징이나 상징 체계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기호와 기호체계라는 말을 쓰는 것이 좋다.
7) 이마고(Imago)
< 요약 >
무의식 속에 있는 보편적 원형. 융은 이를 집단무의식과 연결하여 원형심상이라고 정의했다. 이마고는 보편적 원형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있는 고정관념으로 작용하며 저절로 생기는 콤플렉스라는 것이다. 반면 라캉은 이마고를 자기를 인식하는 최초의 이미지로 분류하면서 융과 달리 부정적으로 이해했다.
무의식에 내재한 보편적 원형으로서의 상(像). 정신의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1911년 <리비도의 변형과 상징(Wandlungen und Symbole der Libido)>에서 이마고를 집단무의식과 연결하여 신화적 형상 또는 원형 심상이라고 정의했다. 융에 의하면 이마고는 개인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는 보편적 원형이기 때문에 고정관념으로 작용한다. 이 관념은 시각적 표상과 관계될 뿐만 아니라 느낌으로도 관여하는 주관적 결정체이다. 환자가 자상한 아버지에 대해서도 무서운 이미지를 가질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는 인류의 집단무의식이 인격을 형성시키는 이마고의 원형(Archtype)이라고 보았다. 융이 말하는 이마고는 저절로 생긴 콤플렉스로서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놓이며 긍정적이거나 또는 부정적으로 기능한다.
1912년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무의식에 잠재돼 있는 콤플렉스’라는 뜻의 잡지 <이마고(Imago)>를 창간했다.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여기에 착안해 ‘자기를 인식하는 최초의 이미지’, 무의식이나 영혼 깊은 곳에 있는 최초의 자기영상을 '이마고'라고 불렀다. 조작된 것일 수도 있는 이 최초의 영상은 ‘나는 어디에 있는 누구인가’라는 존재 인식이므로 대단히 중요하다. ‘나’를 발견하고 자기라는 주체를 독립적으로 인지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라캉은 이 순간을 타자와 만나는 ‘최초의 나’로 설정하며 거울 속의 어린아이, 즉 ‘거울 단계’에서 ‘저 이상한 존재’를 ‘나’로 인식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라캉은 가족관계 속에서 어린아이가 형성하는 원형적인 억압의 콤플렉스가 이마고로 자리잡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융과 달리 이마고를 부정적인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이해했다. 이마고는 기만적이고 파괴적이어서 인간에게 나타나는 최초 효과는 ‘주관적 소외’ 형태로 자리잡는다고 보았다. 1945년 라캉은 젖을 뗄 때의 이유(離乳, weaning) 콤플렉스, 거울단계의 침입(intrusion) 콤플렉스, 아버지에 대한 오이디푸스(Oedipus) 콤플렉스로 이마고를 분류했다.
이처럼 콤플렉스는 가족관계 속에서 부모라는 대상을 인지하고 ‘나’라는 주체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생기며 그 콤플렉스가 이마고를 구성한다고 본다. 라캉에 의하면 가족관계 속에서 형성된 최초의 이마고는 인간이 타자라는 대상을 대하는 원리이자 평생 동안 간직하는 환상이 된다는 것이다.
8) 페르소나(persona, 페르소나에, 페르소나스)
페르소나는 본래 고대 그리스의 연극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이었지만, 스위스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에 의해 타인에게 파악되는 자아 또는 자아가 사회적 지위나 가치관에 의해 타인에게 투사된 성격을 뜻하는 말이 됐다. 페르소나는 일종의 가면으로 집단 사회의 행동 규범 또는 역할을 수행한다. 융에 따르면, 페르소나가 진정한 자아와 다르며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 하거나 자신을 은폐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진정한 자아와 갈등을 일으킨다고 보았다.
9) 방어 기제(defense mechanism, 防禦機制)-불안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입시나 입사에 실패 했을때, 그리고 연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았거나 타인에게 무시를 당했을때 우리는 불안과 우울, 수치감과 죄책감 같은 불쾌한 감정을 경험한다. 이러한 감정을 경험할 때 우리는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것이 방어 기제다.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보자면 방어 기제란 원초아와 초자아 사이에서 자아가 유지하던 힘의 균형(역동(무의식 참조))이 깨어졌을 때 발생하는 불안을 처리하기 위한 전략이다. 사실 프로이트는 방어 기제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 대신 방어라는 표현을 정신분석 초창기부터 사용했으며, 수년 동안의 억압(repression)과 같은 의미로 사용했다.
방어 기제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프로이트의 딸이자 후계자인 안나 프로이트였다. 그녀는 1936년, 『자아와 방어기제(The Ego and the Mechanism of Defense)』에서 자아(자아심리학 참조)가 방어적으로 사용하는 열 가지 기제에 대해 기술했다. 비록 프로이트가 방어 기제를 직접 정리하지는 않았지만 안나가 책을 펴낸 시점이 프로이트가 죽기 전이었다는 점에서 방어 기제라는 개념을 프로이트의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안나에게 시작해 이후 많은 정신분석가들은 다양한 방어 기제를 제안했는데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억압(repression)
감당할 수 없는 생각과 감정을 무의식으로 보내기. 정신분석의 대표적인 방어 기제. 억압의 예로는 며느리가 자신을 괴롭히는 시어머니에 대한 분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나 초등학생 시절 당했던 성폭행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들수 있다. 심인성 기억상실증도 일종의 억압이다.
투사(projection)
자신의 바람직스럽지 않은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옮겨서, 그 감정이 외부로부터 오는 위협으로 보이게 하는 과정이다. 흔히 볼 수 있는 투사행위로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노여운 감정 때문에 우려될 때 오히려 그 사람을 적대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비난하는 경우이다.
부정 혹은 부인(denial)
위협적인 현실을 외면하거나 인정하지 않기. 억압이 무의식 수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부인은 의식이나 전의식 수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이들이 망자에게 문자 메시지나 메일을 보내거나 홈페이지나 블로그의 방명록에 글을 남기는 행동이 그 예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도 망자의 방이나 물건을 일정 기간 동안 치우지 않고 때로는 청소를 하면서 마치 그가 살아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전치(displacement) 혹은 치환(substitution)
문제의 초점을 바꾸거나 대상 바꾸기.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는 하나의 생각을 수용하기 쉬운 생각으로 바꾸는 것이다. 전이 역시 전치의 일종이라고 볼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음에 들지 않는 부하 직원이 작성한 기안문서에서 오탈자를 집중적으로 찾거나 넥타이를 비롯한 옷매무새를 지적한다.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라는 속담이 전치의 예로 자주 인용된다.
반동 형성(reaction formation)
불편한 감정과 생각을 정반대로 표현하기. “미운자식 떡하나 더준다”는 속담처럼 우리는 종종 불편한 감정이 있는 대상에게 지나치게 친절을 베푼다. 감정을 다루는데 미숙한 어린 아이들은 좋아하는 친구를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성인들에게서도 종종 나타난다. 또한 오염에 대한 강박사고로 과도하게 손을 씻는 행동을 보이는 강박 장애인 결벽증은 그 이면에 오히려 지저분하거나 난잡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고 본다. 자신이 매우 연약하거나 못났다고 느끼는 사람이 자신의 힘을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잘난척하는 것도 반동 형성의 전형적인 예다.
합리화(rationalization)
그럴 듯한 이유를 만들어 결과를 정당화하기. 이솝 우화의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다. 너무 높이 매달려 있어 따먹을 수 없는 포도를 보고 배고픈 여우는 이렇게 말한다. “저 포도는아직 익지도 않았군. 난 신포도는 필요없어!”자신에게 불행한 일이 닥쳤을 때 그대로 받아들일 힘이 없는 사람들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거나 현실을 왜곡한다.
이지화(intellectualization)
감당할 수 없는 자신의 경험을 학문적으로 분석하기. 예를 들면 실연으로 실의에 빠진 대학생이 ‘감정이란 신경전달물질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애써 태연해지려고 하는 것이다. 흔히 지식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어 기제로 상담 과정에서는 인지적 통찰로 나타난다.
감정 분리(emotional isolation)
자신의 경험에서 감정과 생각을 분리시키기. 예를 들면 어린 시절에 부모에게 상처받았던 일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때 아무런 감정 없이 말하는 것이다. 마치 그런일쯤은 이제 초월했거나 익숙하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실은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을 분리시켜 놓았을 뿐이다. 이지화도 감정분리의 효과가 있다.
퇴행(regression)
비교적 단순한 초기의 발달 단계로 후퇴하기. 동생을 본 아이들은 이미 뗀 젖을 먹으려고 하거나 응석을 부린다. 성인의 경우에는 교묘하게 나타난다. 마음이 힘들 때마다 몸져 눕는 사람이 있다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아기 같은 대우, 즉 세밀한 보살핌과 관심을 기대하기 때문일 수 있다.
방어 기제를 무조건 병리적, 비적응적, 역기능적인 대처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자아가 힘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다는 점에서는 적응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을 곧바로 인정하고 그 다음날 소개팅을 한다든지, 가족의 장례를 치른 후에 집에 오자마자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이상하다. 일정 기간은 마치 그 사람이 떠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애도의 기간이 끝났을 때는 자아가 힘을 회복해 더이상 방어를 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제아무리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사실을 받아들일 정도의 힘이 생겨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방어 기제를 계속 사용 한다면 다양한 신경증(신경증과 정신증 참조)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이상의 방어 기제를 신경증적 방어 기제라고도 한다.
신경증적 방어 기제가 있다면 건강한 방어 기제도 있기 마련이다. 미국 하버드의대 정신의학자 베일런트(George Vaillant)는 건강한 방어기제로 다음의 네 가지를 꼽았다.
억제(suppression)
감당할 수 없는 생각과 감정을 의식적으로 통제하기. 억압이 무의식적이라면, 억제는 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자신을 괴롭히는 시어머니에 대한 분노를 명확히 지각하는 며느리는 그 감정을 통제하면서 시어머니를 대한다. 억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아가 어느 정도 힘이 있어야 한다. 억압은 화병으로 발전할 수 있으나 억제는 그렇지 않다.
이타주의(altruism)
자신의 욕구를 자제하고 타인의 욕구에 관심 갖기. 예를 들어 불편하고 힘든 감정이나 생각이 자신을 장악하려고 할 때마다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타인을 도우면서 자아의 불안을 연소시키는 방법은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승화(sublimation)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방식으로 욕구나 충동 표현하기. 누군가 흠씬 패주고 싶은 욕구를 승화시켜 격투기 선수가 되는 것, 사람을 칼로 찌르고 싶은 욕구를 승화시켜 외과 의사나 주방장이나 정육점 주인이 되는 것, 사람을 향해 총을 쏘고 싶은 욕구를 승화시켜서 군인이 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유머(humor)
난처하고 불편한 상황을 웃음으로 넘기기. 유머는 농담(joke)과는 다르다. 단순한 재미와 즐거움이 목적인 농담은 그 대상이 주로 타인이지만, 유머는 자신의 불편한 감정과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것이다. 유머로 유명한 민족은 유대인이다. 이들의 역사는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이런 고통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유머 때문이었다고 한다. 유대인들은 2차 세계대전의 홀로코스트를 경험하면서도 유머를 즐겼는데, 프랭클(Victor Frankl)은 자신의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Man’s Search for Meaning)』를 통해 죽음을 앞둔 유대인들을 붙잡아 주었던 것은 유머라고 했다.
방어 기제는 이제 정신분석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신분석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방어 기제에 대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우리 모두 불편한 상황과 감정을 대처하는 나름의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방어 기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건강하지 못한 방어 기제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고 있다면 자아의 힘을 키워 자신의 감정과 현실에 직면하도록 해보자. 한편으로는 건강한 방어 기제를 사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추천도서 ***
저자 | 앤 율라노프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융 학파 분석가로 뉴욕에서 개인 임상을 하고 있다. 또한 뉴욕 유니온 신학교의 정신의학과 종교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는 그곳에서 메모리얼 프로페서로 임명되었다. 저자 | 베리 율라노프 미국의 작가이재 재즈비평가로도 잘 알려졌다. 그는 1951년 카톨릭으로 개종한 후, 종교와 심리학에 몰두하였고, 두번째 배우자인 앤 율라노프와 함께 10여권의 책을 공동저술하였다. 줄리어드, 콜롬비아, 프린스턴 대학교, 유니온 신학교 등에서 가르쳤다. 역자 | 이재훈 뉴욕 유니온 신학대학원에서 정신의학과 종교(Psychiatry & Religion)를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고, 뉴욕 대상관계 정신분석연구소에서 Scientific Membership을 획득하였으며, 귀국 후 1996년에 국내 최초로 정신분석 연구소를 설립하여 현대 정신분석학의 이론과 실천을 소개하고 전파하는 데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였다. 특히 백여권에 달하는 현대 정신분석의 이론서와 기법서를 우리말로 번역 출간함으로써 한국 정신분석학의 발전을 위한 토대를 놓았다. 현재까지도 연구, 임상, 교육에 구준히 헌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비온 연구회를 설립하여 비온 저작들의 본래적 의미를 발견하는 작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 ||
저자 | 앤 율라노프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융 학파 분석가로 뉴욕에서 개인 임상을 하고 있다. 또한 뉴욕 유니온 신학교의 정신의학과 종교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는 그곳에서 메모리얼 프로페서로 임명되었다. 저자 | 베리 율라노프 미국의 작가이재 재즈비평가로도 잘 알려졌다. 그는 1951년 카톨릭으로 개종한 후, 종교와 심리학에 몰두하였고, 두번째 배우자인 앤 율라노프와 함께 10여권의 책을 공동저술하였다. 줄리어드, 콜롬비아, 프린스턴 대학교, 유니온 신학교 등에서 가르쳤다. 시기받는 사람과 시기하는 사람의 마음 상태와 남성에대한 시기심, 선한 것에 대한 시기심 등 시기심에 대한 심리학적 조명을 시작으로 죄로서의 시기심, 시기 시기하는 사람의 영적상태와 성적상태, 회개와 동의 등 시기심을 신학적으로 조명한 책이다. | ||
저자 | 도널드 위니캇 1896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소아과 의사로 일하면서 아이들의 증상을 순수하게 신체적 차원에서만 이해하고 치유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정신분석 수련을 시작했다. 이후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소아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로 활동하며 오만 명 이상의 아이들을 진료했다. 그는 아이와 엄마의 관계를 섬세한 시선으로 탐구했고, 우리가 풍성하고 창조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조건에 대해서 평생 연구했다. 아이의 의존성과 함께 자발성을, 엄마됨의 기쁨과 함께 괴로움을 깊이 이해하는 균형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영국 정신분석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프로이트 이후 가장 사랑받는 정신분석가’라는 표현이 결코 과하지 않을 만큼 오늘날 전 세계에서 정신분석 및 아동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역자 | 이재훈 출판 | 현대정신분석 연구소 | ||
저자 | 도널드 위니캇 역자 | 이재훈 출판 | 현대정신분석연구소 | ||
저자 | 도널드 위니캇 역자 | 이재훈 출판 | 한국심리치료연구소 | ||
저자 | 오토 컨버그 뉴욕 Presbyterian병원, Westchester분원의 인성장애연구소 소장이며 Joan and Sanford I. Weill 의대와 뉴욕시 코넬대학교 의과대학원의 정신과 교수다. 컬럼비아대학교의 정신분석 수련 및 연구 센터에서 수련과 지도감독 분석가이고 국제정신분석학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역자 | 이재훈 출판 | 한국심리치료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