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주 안에서 평안을 전합니다.
2023년 안식년 세 번째 편지를 보내드립니다. ‘세월이 쏜 살 같이 달아난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하는가 싶더니, 이내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드는 모습을 봅니다.
영원히 돌아올 수 없이 지나간 오늘 하루에 대한 감사와 다가올 내일에 대한 소망, 그리고 주께서 부르실 때에 언제든 주저 없이 본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삶을 기도합니다.
안식년으로 자그레브를 떠나기 전, 주님께 이 안식년이 ‘영육으로 깊어지는 기간’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었습니다. 그 응답은 고난이라는 은총을 통해 왔고 그 은총 안에서 깊어지는 시간을 경험해야만 했습니다.
선교지에서 끌어안고 온 무거운 짐, 상처, 감정, 피폐된 육신으로 도배된 나를, 하나님께서 고난의 은총을 통해 그 모든 것들이 버려야 할 하찮은 것임을 알게 하셨습니다. 밭에 감춰진 보화를 발견한 농부가 자신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산 것 같이 예수 그리스도와 영생의 약속 외에는 어떤 것도 삶을 지배하는 요소가 될 수 없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복음의 사명을 감당하면서도 눈덩이와 같이 뭉쳐진 자아를 보게 함으로 회개케 하시고, 참된 자유와 평강이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동행하는 단순함에 있음을 알게 하십니다. 지금은 고난의 은총으로 인해 비록 몸은 약해지고 활동은 현저히 줄었지만, 도리어 기쁘고 홀가분하고 평안합니다. 할렐루야!!
어느 날 깊은 밤, 한 찬양이 내 입술에서 맴돌았습니다.
나의 갈길 다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 내 주 안에 있는 긍휼 어찌 의심하리요..
믿음으로 사는 자는 하늘 위로 받겠네 무슨 일을 만나든지 만사형통하리라.
오래 전 선교사로 소명을 받았을 때, 주님은 내게 ‘너희 안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는 확신하노라’(빌1:6)라는 말씀으로 나타나 주셨는데, 그날 밤 주님은 내게 ‘나의 갈 길 다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라는 찬양시로 다시 찾아와 주셨습니다.
나의 갈 길 다 갈 때까지 인도하시는 주님의 긍휼을 어찌 의심할 수 있을까요? 그 믿음으로 사는 자가 하늘 위로 받음을 믿습니다!
나의 갈길 다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 어려운 일 당할 때도 족한 은혜 주시네
나는 심히 고단하고 영혼 매우 갈하나 나의 앞길 반석에서 샘물 나게 하시네.
나의 고난을 정확히 아시는 그 분을 느끼면서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려운 일 당할 때도 족한 은혜 주시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선 오로지 고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다른 모든 것에 은혜를 부으셨습니다. 육신은 심히 고단하고, 영혼은 매우 갈했지만, 반석에서 솟아 날 샘물의 약속을 믿으며 위로와 용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나의 갈길 다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 그의 사랑 어찌 큰지 말로 할 수 없도다
성령감화 받은 영혼 하늘 나라 갈 때에, 영영 부를 나의 찬송 예수 인도하셨네
내 입술 깊은 곳에서 나지막하게 셋째 가사가 불러집니다.
‘나의 갈길 다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 그의 사랑 어찌 큰지 말로 할 수 없도다.’
내 속에 용암처럼 분출하고 싶었던 고백이 이 가사를 통해 읊조려집니다.
성령감화 받은 영혼 하늘나라 갈 때에.. ‘영영 부를 나의 찬송.. 예수 인도하셨네’.
한 달쯤 지난 후, 문득 그 날이 생각나서 찬송가를 펼쳐 보았습니다. 찬송가 384장.. ‘나의 갈길다가도록’.. 그 밤에 읊조리며 불렀던 고백과 한 토도 틀리지 않는 가사를 보면서, 이는 성령의 음성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1. 근황
지난 2월 말 수술 후 저희는 경산에서 자리를 옮겨 제주로 왔습니다. 제주에는 애월교회를 시무하는 매제(오병근 목사)와 여동생(김현정 사모)이 있습니다. 애월교회 강용중 장로님의 섬김으로 한적한 곳에서 지금까지 요양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매달 한 두 번 정도 서울 세브란스에 예약이 있을 때만 올라가 진료나 치료를 받고 내려옵니다. 그 동안 심했던 부종은 안정을 찾아갑니다. 혈액검사 상으로는 아직 많은 부분이 정상은 아니지만, 몸이 주는 시그널은 긍정적입니다. 특별히 식단을 잘 조절하여 섭취하려고 노력하며, 음식에 대한 절제와 지혜가 필요합니다.
오병근 목사 부부와 함께 제주 불빛 정원에서
- 갑작스런 크로아티아 방문 계획
크로아티아 현지 법의 변경으로 6월 29일까지 외국에 체류중인 영주권 소지자는 자그레브 현지 사무소에 직접 와서 등록을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갑작스럽게 자그레브를 방문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아직 서울 병원에서의 검진과 치료가 끝나지 않은 상태인지라 다시 돌아와야만 합니다. 자그레브 체류 일정은 2주 정도이며,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 남아 있는 검진과 치료를 하고 그 동안의 경과와 몸 상태를 살필 예정입니다. 그 결과에 따라 안식년과 크로아티아로의 귀임 일정이 정해 질 것 같습니다. 안전하게 다녀오게 기도하여 주십시오.
2. 사역
현지에 있는 학교와 동역자들의 근황을 나눕니다. 한글학교는 지난 토요일(6월 18일)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종강을 했습니다. 마지막 날, 종강 파티로 한국 라면과 한국 영화를 보는 유쾌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안식년 기간 동안 현지인 교사들이 학교사역을 잘 감당해 주었습니다. 저희의 부재는 도리어 현지인 교사에게 학교에 대한 주인 의식과 애착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 교사 줌미팅을 하면서 자그레브에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축복해 주었습니다. 군선교회와 드라젠은 평안하며, 저희의 이번 귀국 시 마중을 나와 줄 것입니다.
한글학교 교사 줌미팅 군선교회 드라젠
3. 선교사 자녀
지난 4월 이태리 밀라노에서 있었던 예장유럽선교회 대회에 두 딸 영은, 영진이 참석했습니다. 선교사 부모의 그늘 아래가 아닌 스스로 대회 기간 동안 찬양팀을 섬기며, 봉사하는 어엿한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했습니다. 두 딸의 소식을 한국에서 전해 들으며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이삭은 군복무를 시작한지 벌써 6개월이 되어갑니다. 지난 첫 휴가는 크로아티아를 다녀왔고, 얼마 전에 모범 사병으로 선출되어 곧 포상을 받는다고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자녀들에게 은혜로 채워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예장유럽선교회에서 찬양하는 두 딸 일병 김이삭 외박
4. 기도제목
- 김경근/문정미 선교사의 육신의 건강을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 안식년 기간 동안 영적으로 깊어지고, 성숙해지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 세 자녀들이 인격적으로 하나님과 교제하고, 성장하게 기도해 주십시오.
- 6월 말 자그레브 방문 계획이 은혜롭게 진행되고, 체류기간 동안 복된 시간이 되게 기도해 주십시오.
- 건강검진 결과 출혈이 발견되었습니다. 항혈전제를 복용 중인데, 정확한 원인과 치료가 잘 이뤄지게 기도해 주십시오.
- 저희를 섬기는 후원교회와 기관, 동역자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김 선교사의 건강으로 인해 염려와 낙심치 않도록 기도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6월 20일
제주에서
김경근 문정미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