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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약을 전혀 하지 않는 무화과는 '웰빙과일', '신비의과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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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돈삼 |
| 꽃이 속에 숨어 있다고 이름붙여진 '무화과(無花果)'. 사실상 돌기모양의 많은 꽃들이 고스란히 모아져서 과육이 된다. 구약성서에 아담과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따먹고 자신들의 벗은 몸을 가릴 때 쓰던 나뭇잎도 바로 무화과 잎이었다.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알칼리 식품으로 고혈압과 변비, 부인병, 활력회복에 좋다고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 기록돼 있다. 비타민과 미네랄, 철분 등이 풍부해 고기류를 섭취한 다음 먹으면 소화흡수가 빠르고 숙취 해소에도 좋다는 것.
게다가 면역성이 강해 병해충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농약을 전혀 하지 않는 유일한 무공해 식품이다. 그러나 기후가 따뜻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재배 주산지는 한정돼 있다.
전라남도 영암군은 전국적으로 이름난 무화과 재배단지다. 이 지역에서만 130㏊를 재배, 연간 1500톤을 생산한다. 재배면적 기준 전국대비 72%, 생산량은 83%나 된다.
"처음 공판장에 가지고 갔을 때, 상인들의 표정이 생뚱맞았어. 하긴 그것이 과일인 뭣인지 모르던 때였응께, 그럴 만도 했겄제."
전라남도 영암군 삼호지역을 무화과 주산지로 만든 산파역을 맡았던 고재서(70·영암군 삼호읍)씨의 얘기다. 고씨는 '신비의 과일' '웰빙과일'로 불리는 무화과를 보급하는데 앞장선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때는 1970년대. 당시 고씨는 삼호농협에서 영농부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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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화과 보급에 앞장섰던 고재서씨(왼쪽)와 당시 조합원 교육용 책자 〈농촌소득증대를 위한 무화과, 영리재배의 실재>의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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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돈삼 |
| "그렁께 73년으로 기억하는디, 지금은 고인이 됐제.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박부길씨가 농협 초대조합장으로 취임을 해가지고, 그 분이 농촌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 무화과를 들여온 것이여."
당시 박 조합장은 무화과가 삼호지역의 기후와 토양에 적합하다는 것을 알고 그것의 보급과 육성에 팔을 걷었다. 조합원 교육을 위한 책자 <농촌소득증대를 위한 무화과, 영리재배의 실재>를 발행한 것도 그 즈음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박 조합장이 무화과 재배가 본 궤도에 오르기 전에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무화과 재배사업도 잠시 멈칫했으나, 이후 박영종 조합장과 직원들의 노력으로 결실을 봤다.
고씨의 무화과 보급 노력도 여기서 진가를 발휘했다. 무화과가 소득작물이 될 수 있다고 본 그는 날마다 박 조합장과 함께 마을을 돌아다니며 농업인 교육에 열정을 쏟았다.
74년엔 무화과 묘목(품종-봉래시)을 대량으로 만들어 심어놓고 반상회, 이장단회의 등에 참석, 무화과나무 식재를 장려했다. 빠른 보급을 위해 묘목을 3년 동안 무상 공급키로 하고 밤낮으로 뛴 결과 초기 200여 농가가 참여했다.
이듬해인 75년부터 생산된 무화과의 판로 확보에 팔을 걷었다. 농협차량으로 농가를 돌아다니며 수확한 무화과를 수집, 광주로 가져가 팔았다. 당시 광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삼호에서 용당으로 옮겨 도선에 싣고 목포로 나간 다음, 다시 광주공판장으로 갔기 때문이다.
영암읍을 거쳐서 가면 훨씬 가까웠지만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보면 열매가 깨지고 제 값을 받지못할까봐 그렇게 했다는 것. 아침에 딴 무화과를 광주까지 운송해 가면 밤10시. 그리고 새벽 4시에 경매를 마치고 돌아오면 오전 8시가 됐는데, 이같은 생활은 무화과를 따는 동안 일상생활이었다고.
"상인들이 맛을 본께 당도가 좋고 맛도 좋거든. 그제서야 서로 사가겠다고 나서더랑께…. 가격도 높게 받았제."
고씨의 이같은 노력으로 무화과는 재배한 지 몇 해만에 광주와 목포 등지에 널리 알려져 소득작물로 자리를 잡았다. 광주공판장 판매를 중지하고 농가에서 개별판매를 한 것도 그 때부터였다고.
무화과 보급의 산파역을 맡았던 고씨는 "영암이 무화과 주산지가 된 것은 당시 조합임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그 일에 자긍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갈수록 무화과 값이 떨어지는 게 안타깝다"면서 "무화과 재배농가의 지속적인 소득증대를 위해선 판로 확보와 함께 가공식품 개발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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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영암은 전국적으로 이름 난 무화과 재배단지다. 추석을 앞두고 재배농가에서는 무화과 수확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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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돈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