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절리 오딧세이
박옥위
실패의 탑신 하나 별밤에 눈을 뜬다
차가운 눈물기둥 바닷가에 쏟아놓고
절규는 파도로 남아 바위 들국화 피운다
무심코 굴러가는 바위가 있겠는가
아람 찬 생의 설계를 쏟뜨려 던져 둔 채
잠적한 신의 모습이 인간을 닮아 있다
태산 같은 고통이면 태산을 오르라고
높고 낮은 골짜기 붉고 푸른 생의 거리
절망이 깊고 푸르러 울음 기둥 우뚝 선다
누가 이 밤 태어나고 문득 생을 여읜다
적벽에 박힌 고리 우주 속 낙점 하나
절경은 푸른 침묵이구나, 기쁨이 서늘하다
입춘고양이
박옥위
봄빛 따라 아가고양이 꽃밭에 나왔다가
봄이 어디 있나 꽃밭을 긁었는데
퍼얼쩍 어미개구리, 얼결 양이 눈을 친다
어안이 벙벙한 양이 멀뚱히 앉았다가
길 가는 날 보고 울먹울먹 어쩌라고
봄 햇살 까르르 웃자 매화 반짝 눈을 뜬다
냐아옹! 이게 뭐야 봄은 참 무서워!
내 따귀를 때리고 달아난 게 봄이라고?
매화꽃 하아하아 웃다 배꼽까지 떨어진다
- 박옥위 시조집『주상절리 오딧세이』 2024. 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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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주상절리 오딧세이 / 입춘고양이 / 박옥위
김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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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15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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