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달 박상아님의 교우단상: 내 가족을 돌려줘 ◈
작년부터 서울에서 형과 살고 있던 나는, 올해부터는 가족과 떨어져 서울에서 살아보기로 했다. 굳이 떨어져서 서울에 있을 이유는 없지만, 내가 가족과 떨어져서 살고 싶기도 했고 가족들의 잔소리가 싫었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기에는 아빠가 화가 나서 화를 내면 그 화가 엄마, 형에게 가고 그것들이 자연스레 나에게로 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서 스무 살이 되기도 했고, 가족이랑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는 나는 서울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렇다고 이걸 독립이나 자취라기에는 애매한 것 같다.
왜나면 엄마아빠의 물질적 지원을 통해 행복하게 살고 있고 나는 만족스럽다.
나는 지금 서울 생활을 하면서 행복하다. 물질적 지원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자유롭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엄마아빠가 보시면 잔소리 할 것들이 많긴 하지만, 옆에 안 계시기 때문에 상관없다. 그래도 전화를 할 때마다 잔소리를 하시기 때문에 잔소리에 대한 그리움은 생기지 않는다. 전화를 할 때마다 잔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사실 내가 부모님 말을 안 듣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전화하는 10분 동안 잔소리만 하시니까 요즘 엄마와 통화를 하면 서로 짜증이 나서 통화하는 게 힘들다.
사실 엄마 말이 다 맞고 내가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임을 알지만, 그게 잘 안 되는 거 같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엄마아빠의 연락을 피하게 되는 거 같다. 그리고 형은 서울에 올 때마다 자연스레 자신의 잔소리를 한다. 정말 우리 가족은 대단한 것 같다.
(형은 그나마 그래도 많이는 안하고 적당히 한다.)
부모님께서는 그냥 모든 내 생활 행동 하나하나에서 교훈을 찾고 배움을 알려주려 하신다. 예전에 내 가족은 재밌게 서로의 이야기하고 듣고 놀았다.
웃고 떠들고 하는 내 가족이 너무 좋아서 누가 나에게 “너는 자랑할 게 뭐야?” 라고 하면 “우리가족” 이라고 말 할 정도였다.
정말 내가 가진 것들 중에 제일 자랑스럽게 느낀 것이 가족이었는데, 그런데 요즘은.......
싫은 것은 아니지만 전보다는 별로다.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 전에 가족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나는 아마 부모님의 말을 절대 듣지 않을 것이다.
예수님께서 병사들에게 잡혀가시기 전에 베드로에게 말하시기를 “닭이 울기 전에 너는 나를 세 번 부정할 것이다”라고 말하셨지만 베드로가 결국 부정을 한 것처럼 엄마아빠가 나에게 닭이 울기 전에 잔소리를 해봤자 나는 닭이 울 때 까지 정신을 못 차릴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 후회를 하던 베드로처럼 울던 뭘 하던 하겠지만, 그렇지만 닭이 울기 전에 엄마 아빠 말을 들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 마지막은 사랑한다는 말로 끝내겠다.
사랑합니다. 저희 가족과 교회 이웃 분들^^
◈ 꽃사슴 김향순님의 교우 단상: 주님을 기리며 보내는 고난주간과 부활주일 ◈
“KT 명퇴 후 ”주님, 주일성수 잘할 수 있는 직장을 주세요.”라는 기도의 응답이 왕궁 한센병 환우들이 살고 있는 지금의 일터이다.
10년 동안 열 한분이 천국에 가셨고, 우리 집에 권사님이 오셨다고 반가와 하며, 침대에 올라가 앉으라 하고, 방바닥에 엎드리며 기도를 해달라고 하심에 감사하면서도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목사님이 심방이라도 오시는 날이면, 양복을 차려입고 구두까지 신고 대문에 나가서 기다라는 것을 보자면 한없이 나의 부족함이 목구멍까지 올라오곤 했다.
집을 비우고 여행이라고 갈라치면 ”도둑님 방 따뜻하니 쉬어가시오“ 라는 글을 놓고 갔는데, 꽁꽁 잠가놓고 간 옆집은 오히려 도둑을 맞았다는 말을 전해 준 집사님이 재작년에 천국으로 이사를 가고. 지금은 치매를 앓고 있는 송집사님, 은퇴한 장장로님, 여장부 박집사님, 우리 들꽃에 한번 오신 천애고아 김집사님을 돌보며 9시간을 뛰어다니다, 화요일 밤엔 기도원에 가서 영육을 충전하고, 토요엔 큰언니 집에 가서 일손을 거들고, 허리수술 후 40일 만에 일터에 나가 허리띠 질끈 매고 일할 수 있었는데, 올해부턴 양 어깨가 아려서 집에 오면 꼼짝하기도 싫지만, 주님이 일하라 하시니 다시 일어나 일하고 있는 형편이다.순진하고 약했던 나를 주님은 안아주시고 책망하시며, 언제까지 고난으로 연단하실지 주님 뜻에 맡기며 살기를 다짐한다.
나라의 위기를 평화올림픽으로 이끌어주시고, 세계가 주목하는 한반도 정세를 평화와 대화로 풀어가도록 이끄셔서, 적폐청산, 미투 운동이 나라뿐만 아니라 종교계에도 미치는 지경에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며, 거룩한 부활을 맞이하기 위해 하나님 자녀로 거룩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
이번 주에 주님께서는 권력과 힘을 가진 어떤 사람에 의해 그동안 눈물로 이뤄놓은 농장을 빼앗길 지경에 이르게 되자 한 사람을 개입케 하셔서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사람들의 중심을 잡아 바른 길로 가도록 간섭해 주셨다.
그런데 이런 역할을 하신 분은 치매를 앓는 분으로, 상태가 좋아지면 입고 있는 옷 그대로 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리시는 것을 보면서, 믿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하여 주셨다. 주변 사람들이 힘들게 하거나, 주방을 보는 집사님이 퉁명스럽게 만 해도 나한테 이르고, 권사님은 엄마 같고, 누님 같아서 맘이 평안해지는데, 안보이면 불안해진다고 하면서 나를 의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우리 아이들 이름과 전화번호도 다 외워서 전화를 하시니 어찌 감사하지 않겠는가.
일상의 기쁨은 큰 것이 아니라 소소함에서 온다는 것을 지금의 직장에서 배웠다.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가도 알았다.
고난주간이란, 고난에 동참하라는 뜻이 아니라 고난 속에 감사가 있다는 의미임을 알자.
난 이런 마음을 들꽃식구들과 함께 하고 싶다. 그래서 들꽃은 나의 첫 번째 일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