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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대의 중간쯤에 청개구리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오랜 가뭄 탓일까. 이 녀석을 보니 어찌나 반가운지, 단비를 만난 기분이다. 비소식이라도 전해주려 찾아온 모양이다. 빗속에서 개굴개굴 우는 청개구리의 울음소리가 어서 듣고 싶다. 금슬 좋은 노부부
"밭에 가세요?" "아뇨, 서숙(조) 해갖고 집에 가요." 노부부는 밭에서 조를 수확해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할머니는 달구지에 타고 할아버지가 달구지 손잡이를 잡고, 누렁이 황소가 앞에서 끌고 간다. "이랴~ 이랴~!" 할아버지의 외침에 황소는 묵묵히 길을 간다.
"어디로 가세요?" "쩌기~ 윗동네(화양면 화동리)로 가요." 할머니는 환한 미소로 답한다. 장군주유소 삼거리를 지나 화동· 이목 방향으로 향한다. 화양고 앞 내리막길이다. 이걸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싸악~ 싹' 소리가 나 자세히 살펴보니 리어카 아래 폐타이로 제동장치를 만들어 놨다. 내리막길에서 할아버지는 리어카 손잡이를 높이 치켜들어 제동을 한다. 할머니네 집에 도착했다. "할머니 소달구지 타니까 재밌어요?" "허리가 아파서 타, 4년 전에 5백만 원이나 주고 허리 수술을 했어."
"할아버지! 소 이름이 뭐예요?" "이름이 뭐 있다요? 그냥 암소지. 귀때기에 번호는 있습디다마는... 암소야! 하고 불러." 할아버지는 전남 여수 화양면 화동리에 사는 김정문(80)씨다. "올해 딱 팔십이야. 마누라는 나보다 다섯 살 떨어져. 칠십 다섯이여." "소달구지에 싣고 온 게 뭡니까?" "하~이거, 밭에서 서숙 끊어 왔어. 2가마 끊었어." 할아버지는 벼농사도 짓고 서숙(조)농사도 지었다고 말합니다. "고구마는 쬐끔(조금) 우리 먹을 것만 심었어. 옛날에는 많이 심었는디. 늙어 논께 운반하기도 힘들고, 농협에서 절간고구마(얇게 썰어서 볕에 말린 고구마)로 해 달라고 해서 힘들고 뵈(화)난께 안 해 부러." 넉넉하고 후한 인심
"한개 더 먹으면 안돼요?" "예! 더 잡숴요." 시원스런 대답이 나온다. 인심이 참 넉넉하고 후하다. 이걸 지켜보던 할머니는 "빼 줌시롱 먹으라고 해야제"라며 가운데 꼬쟁이를 빼주라고 한다. 곶감에 나비가 날아와 먼저 맛보고 있다. 노부부의 후한 인심 때문일까. 곶감이 정말 달콤하다.
옆집도 방문이 폐쇄된 채 집이 비어 있다. 이집 할머니는 다리가 아파서 여수의 아들네 집에서 사신단다. 사립문 옆에 커다란 노란 꽃이 예쁘게 피었다. 할머니는 딱나무라며 씨앗까지 챙겨준다. 할아버지가 하와도 섬에서 씨앗을 가져와 심었단다. "꽃이 딱 하루만 피어. 오래 잊지를 안 해. 하지만 다른 꽃송이가 계속 피어나기 때문에 꽃이 오래가. 그곳은 심구도 안했는데 바위구멍에서 나." "무슨 꽃일까? 궁금하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니 분명 닥나무(딱나무)는 아니다. 타들어가는 가뭄
"안 여물어. 물을 뽈아 묵을게 없은께 다 몰라 부러."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가뭄에 작물이 타들어간다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할머니는 "작으면 작은 대로 해묵고, 잘되면 잘된 대로 해묵고, 그렇게 살어"라며 애를 쓰고 가꾼 곡식이 가뭄으로 타들어갈 때와, 도둑맞았을 때가 가장 가슴이 아프단다. 할아버지는 물을 끓여 고단한 몸을 씻기 위해서 고구마 방에 불을 지피고 있다. |
첫댓글 "서숙도 산두도 가뭄으로 여물이 안 들고 그래. 작물이 물을 못 묵어갖고 안 돼." "안 여물어. 물을 뽈아 묵을게 없은께 다 몰라 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