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결혼들을 하지 않으니 보면 참고가 될까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죽고 못 살 것 같은데 결혼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요? 하기는 구태여 결혼하지 않고도 동거를 할 수도 있으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세기 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입니다. 어른들이 야단이겠지요. 결혼도 하지 않고 살겠다고? 하면서 야단날 것입니다. 시대가 바뀐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냥 동거하는 것과 결혼을 하고 동거하는 것과는 다를 것입니다. 그냥 동거한다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헤어질 수 있다는 환경이 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결혼하면 헤어지는 일이 말 그대로 일이 됩니다. 마음만 먹었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 과정을 밟아야 합니다.
법원은 30일 숙려 기간을 준답니다. 그 시간 동안 재고해보라는 것입니다. 장난처럼 결혼하는 예는 없을 것입니다. 요즘에는 부모 선에서 결정하여 시집장가 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좋아서, 사랑해서 결혼까지 이르렀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헤어져요? 극단적인 예로는 신혼여행 갈 때와 달리 돌아올 때 따로따로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신혼여행 간 그곳에서 두 사람 중에 숨겨진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신체적인 문제이든 심리적 정신적인 문제이든 아니면 인간성의 문제이든 그 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좀 살아보지도 않고 그렇게 속전속결로 끝날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흔히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집 밖에서 만날 때와 집 안에 들어와서 만날 때가 매우 다르다고 미리 경고(?)해줍니다. 다시 말하면 연애할 때와 결혼해서 살 때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사실 새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알아챌 기회가 없었다는 말입니다. 연애하며 집 밖에서 만나는 경우 사람의 일상적인 버릇을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옷을 입고 벗는 것부터 시작하여 화장실 사용하는 법이나 잠자리에서의 버릇 등등 이런 것은 함께 생활해봐야 알게 됩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경우 놀랄 수도 있습니다. 좀 심하다면 내가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하나? 하는 걱정도 생길 것입니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탄식이 나올 수 있습니다. 쇠뿔도 단번에 빼버려?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였습니다. 변호사 준비를 하고 있는 백수 ‘이정렬’과 부잣집 딸 ‘홍나라’의 결혼은 어렵게 성사되었습니다. 가정환경부터 매우 다릅니다. 시골 출신 남자와 도시 사람 여자입니다. 속된 말로 여자 잘 만나 그럴싸한 아파트에서부터 신혼생활을 시작합니다. 남자는 변호사 시험 준비하느라 애쓰고 있습니다. 여자는 영화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나름 바쁩니다. 아마도 홍나라는 자기 스스로 집안일을 한 경험이 별로 없으리라 짐작합니다. 그럴 만한 환경에서 살았으니까요. 바깥일이나 하고 집에 들어오면 제멋대로입니다. 정렬이 시험 준비에 바쁜데 집안일까지 돌보아야 합니다. 이러자고 결혼했나 싶기도 하겠지요.
게다가 시돈 지간에도 환경의 차이로 인하여 사이가 매끄럽지 못합니다. 홍나라가 시댁에 방문하여 집안일을 돕습니다. 그러나 그 일상대로 일하는 모습이 시어미에게는 흡족하지 않습니다. 있는 대로 쓰는 사람과 절약이 몸에 밴 사람과의 차이입니다. 스트레스만 안고 돌아옵니다. 자연히 남편에게로 화살이 갑니다. 남편도 자존심 상하는 입장에서 가만 넘어가지 않습니다. 서로 잘난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티격태격 싸움판이 되기 십상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회수와 강도가 빈번해지고 높아집니다. 결국 끝내자고 결론을 내립니다. 가정법원으로 갑니다. 양쪽에서 이혼 사유가 조목조목 나옵니다. 어쩌면 그렇게 단점들이 많은지 서로가 놀랐을 것입니다.
30일의 숙려기간을 가지고 법원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티격태격하다가 그만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입원하고 깨어나기는 했는데 두 사람이 모두 기억상실증에 걸립니다. 자신들이 부부였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양가 부모는 일단 이혼을 결심하였으니 그렇게 진행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아직은 부부니까 그대로 한 집에 거하도록 합니다. 다만 서로 다른 방을 사용하도록 합니다. 나라의 여동생이 감시원으로 동거합니다. 담당의사는 가능하면 옛날 일들이 생각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라고 조언합니다. 가족도 친구들도 그렇게 도와줍니다. 그런데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요. 그런데 대부분 좋은 것보다는 좋지 않은 것이 기억에 많이 남아있습니다.
평소에도 좋은 것을 많이 담아두는 훈련과 습관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에게 아픈 사건이나 힘들게 한 사람이 마음에 더 잘 새겨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부부관계가 힘들게 되면 연애하던 시절의 좋은 추억을 떠올리면 좋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서로 좋아했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 좀 새로워지지 않을까요? 사실 부부가 한 평생 해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한 지붕 아래서 맞춰 살아간다는 것은 두 사람이 평생을 이겨나가야 할 숙제입니다. 남자든 여자든 무엇보다 참고 수용해주는 태도가 필요한 것입니다. 영화 ‘30일’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