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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 인기 TV드라마는 마지막 회 시청률이 48%를 넘었다는 '솔약국집 아들들'이었다. 핵가족 시대에 보기 드문 3대 가족이 모여 살며 일어나는 가족 간의 사랑과 건전한 결혼풍속도를 그린 드라마였다. 솔약국네 집은 마당을 중심으로 집과 방이 둘러싸는 '□'자 형태의 개량 한옥이다. 집의 구조처럼 집안은 질서 있고 사랑에서도 안마당처럼 넉넉하며 안온하다. 어느 시청자는 '마음으로 본 드라마'라고 평하기도 했다. 지난 해 최고 인기 TV드라마는 '엄마가 뿔났다'였다. 이 드라마에서도 4대 가족이 한집 마당에서 살아간다. 2층집과 아래채에는 고모네 집, 세탁소 가게까지 딸린 이 집 역시 마당공간을 사이에 두고 전개되는 가족드라마이다. 핵가족 아파트시대에 이미 상실해 버린 대가족의 모습들, 그 틈바구니에서의 갈등과 반란조차도 지금은 그리운지도 모른다. 드라마에는 어수선한 마당 집과 대조적으로 고급 아파트와 고품격 거실이 등장한다. 상류층의 물질적 풍요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아파트 거실은 가족애와 인간성이 결여된 가정으로 희화화된다. 마당 집이 인간적인 공간으로 표현된다면 고급주택의 거실이나 대기업 로비와 회장실은 그와는 대조적인 막장드라마 배경으로 등장한다. 전통주거 요소인 마당과 대가족이 드라마 무대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우리 정서에 자리하고 있는 보편적 주거형태에 대한 공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집 안마당은 세면과 빨래, 김장은 물론 가족들의 대화 감정표출도 일어나는 다기능 공용공간이다. 여름밤 평상에 누워 별을 헤는 사색의 공간이기도 하다. 또한 마당은 대문에서 마루로 이어지는 과정적 여유 공간이며 대문을 나서면 골목으로 이어지는소통 연결공간이다. 부대끼며 살아가는 가족들과 파노라마로 펼쳐 보이는 마당과 골목의 전개는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살아 숨 쉬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사라져 가고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향수요 추억이 되고 있다. 김원일의 소설 '마당 깊은 집'은 6·25전쟁 직후인 1950년대 대구의 골목 마당 깊은 집에 모여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설은 1990년 TV드라마로 제작 방영되기도 했다. 최근 과거의 골목길 흔적과 마당 깊은 집의 원형을 찾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의 '마당 깊은 집'은 기억하기조차 싫은 피란시절 생존의 현장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골목문화의 재생과 문학의 산실로, 새로운 도시 스토리 가치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지켜온 전통건축의 요소들은 현대 도시 변화에서 경제적 논리에 밀려서 온전하게 정착을 못해 왔다. 서울 북촌의 한옥동네들도 개발이냐 보존이냐 시행착오를 거쳐 오면서 최근에서야 문화적·경제적 가치로서 정착되었다. 큰 골목에는 느티나무 아래 마당이 넓은 주민자치센터 갤러리 문학관이 있다. 골목 안길에는 마당 깊은 집들이 품위 있게 모여 있다. 마당은 서양의 테라스나 발코니보다 훨씬 다양한 기능과 풍요로운 인간적 정서를 담고 있다. 현대의 아파트에도 일률적인 발코니와 거실 대신에 전통 한옥 마당 집의 공간개념을 도입하는 노력도 기울어야 할 것이다. 마당에서는 서로 다름과 차이도 이해되고 소통되며 배려하게 된다. 넓은 마당에서는 마음이 넓어지고 정도 더욱 깊어질 것이다. 가을에는 마당처럼 넉넉한 가슴이 되어 보자. 최상대 대구건축가협회 수석부회장·영남대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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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을에는.... 아니 가을만이라도 마당처럼 넉넉한 가슴이 되어 보자고 이 연사 소리 높여 외쳐 봅니다.^^
'마당 깊은 집'을 잘 풀어내셨네요. 삶과 접목 시킨 시선이 좋습니다.
아파트 아닌, 그러한 마당집을 갖을 수 있을런지,
제가 돈 많이 벌면 마당집 하나 사드리겠습니다. ㅎㅎ 연못에 수련이 피고 물풀이 자라고 녹색의 개구리밥이 물위를 부유하고 물속엔 소금쟁이, 붕어, 버들치, 물방개들이 뛰어노는 연못 딸린 마당집을.... 교수님, 오래 사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