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022년 12월 1일(목)
누구랑 : 나 홀로
어디를 : 영인산(흐느재, 상투봉, 작은 상투봉)
기온은 내려앉았지만 바람이 얌전하게 잦아들은 12월의 첫날
나홀로 조용히 영인산을 찾았다
하긴 대다수의 날들이 늘 혼자였기는 하지만...!
오늘은 거의 하산길로만 잡았던 시멘트 임도인 서북 등로를 따라 흐느재로 향했다
이 시멘트 길은 미군 통신부대가 주둔할 당시
군차량만 통행하던 군사도로로
영인시내에서 연화봉 밑의 흐느재까지
생필품과 군수물자를 실어 나르던 외길이었는데
현재의 등산로가 휴양림 위주로 생기면서 전면 폐쇄되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이른바 비등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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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아산만 바다위에 떠 있는
고용산(高聳山)과 서해대교의 훤출한 모습을 바라보며
무료한 시간을 흘려 보낸다
9시 20분에 출발하는 온양행 버스를 타려는 삽교호 정류장은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관광지로
횟집들이 줄비하고
서해의 힘찬 바다가 들려주는
파도소리도 마주 할 수 있는 곳이지만
사실은 박정희 전 대통령 생전의 마지막 날 행사 장소여서
유명세를 타게 된 곳이기도 하다
영인시내에서 버스를 내려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내를 건느며 마을 뒷켠으로 들어선다
조금 오르다 보면 둔덕에 한우를 기르는 작은 목장도 보이고!
본격적인 등로 언덕길로 들어서면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 나무들이
음산하기조차 한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띄우며 그늘을 만들어 준다
나뭇잎들과 여름날의 치열한 싸움에서 높은 가지를 차지한 노박덩굴은
노란 껍질에 빨간 알맹이를 숨기고 있는 예쁜 덩굴식물이다
갈잎이 수북하게 덮인 등로는
나름 운치도 있지만 세월의 허전함도 다분히 느끼게 해준다
돌을 캐낸 자리에 평택 산꾼이 회심의 루트를 만들어 놓은 암벽은
날씨가 추워지니 마니아들의 발길이 끊긴 것 같았고!
언뜻언뜻 눈에 띄는 묘지는 먼저 떠나버린 사람들의 외로움을 슬며시 드러내고
가끔은 고라니의 휴식처가 돼주기도 하리라
파란 철문으로 막힌 비등로의 경계선을 넘으면
등나무가 늘어진 평상 쉼터가 있어 쉬어가기 마땅한 곳이지만
그 위의 공터인 헬기장으로 쓰이는 흐느재를
나는 등나무 쉼터보다 더 선호 하는 편이다
비록 시멘트 바닥이기는 해도...!
오늘은 연화봉과 깃대봉은 아예 포기하고
스티로브 잣나무가 우거진 박물관 방향의 편한 길을 잡아
상투봉으로 향한다
어젯밤에 흩날렸던 눈발이 살포시 풀섶에 내려 앉아 있었고!
바라봄 언덕
그 곳에도 성긴 눈발의 자취가 보인다
오늘 산행의 중요 목표 지점인 상투봉
요즘은 영인산 전체구간 일주를 하기보다는
구간구간을 짤라서 쉬운 걸음을 하는게 패턴이 돼버렸다
닫자봉과 그 뒤로 도고산
가야산과 아미산이 긴 띠를 두르고 있는 내포 평야는
내가 자전거로 누비는 희열의 벌판이다
작은 상투봉
오늘은 저 곳으로 하산길을 잡아 놓았네
신선봉과 깃대봉
영인산의 주능선으로 그간 많은 발길을 들여 놓았던 산길이지만
오늘은 정반대 방향으로 길을 잡았으니
어쩔 수 없이 인연을 미뤄둬야 하겠구나
겨울옷을 챙겨입은 목백일홍은
일년 내내 연못에 몸을 비추며 제 몸매를 가다듬는데
평상의자가 있어 영인산을 다녀가는 사람들이
손쉽게 휴식처로 삼는 곳이건만 오늘은 빈 의자가 썰렁해 보였다
관리소 주변의 산책로에 가지런히 늘어선 팥배나무 가로수가
꽃보다 진한 빨간 열매들을 다닥다닥 붙이고 있다
사계절 내내 피고지기를 거듭하는 온실안의 제라리움과 늘 푸른 선인장은
이쪽을 지날 때면 어김없이 살펴보는 열대식물들인데
온실 문짝 수리를 하고 있어 좀 시끄러웠다
부지런히 상투봉 앞에 도착하여
높낮이의 폭이 들쭉날쭉한 계단을 단 숨에 올라서서
습지원 풍경을 뒤돌아 본다
KCC가 뭘하는 곳인지는 모르지만
무명봉 옆에 들어선 거대한 건물은
아산 시민들의 생활 일터인 것만은 분명하니
은근히 든든할 수 밖에...!
도도님 화이팅!!
온양 시내와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광덕산과 설화, 배방산
요즘은 자주 못갔더니 애잔한 그리움이 들기도...!
서원 골짜기를 뒤덮은 활엽수 나목들
햇볕이 내리쬐고는 있지만 완연한 겨울이 들어서 있다
아산호(평택호) 일원
항상 내 눈을 시원하게 사로잡는 곳이다
상투봉에서 건너다 보는 영인산 전경은
풍수지리를 모르더라도 왜 이 산이 명산임을 알아채게 해준다
닫자봉을 향한 철탑의 무리가 삽교호를 건너 마구 달려 오는 듯...
가끔 자전거로 진입해 보는 강청골의 식당 주변도
가까이 끌어댕겨 봤다
곡교천
양 옆으로 늘어선 뚝방길은 내가 자전거로 온양을 드나드는 익숙한 코스이고!
염티읍 중방리의 석회광산
야산이긴 했지만 몇십년 동안 몇개의 봉우리가 사라졌다
상투봉 정상의 팥배나무도 팥알같은 열매들이 가지를 가득 채웠네
상투봉 아래의 침대바위
돌침대가 없는 분들은 한 번쯤 몸을 뉘어 보시라! ㅎ
상투봉
선비의 상투를 닮지 않았냐고요~?
상투봉에서 남쪽으로 약 50m 거리에 솟은 전위봉은
전깃줄을 무시하며 들판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조망처로
상투봉의 제1 절경지로 내놔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몸을 비틀어 뒤돌아 보면 이런 뷰~도 잡히고!
다시 빽하여 조그만 정상석이 있는 상투봉 데크로 돌아왔다
올라오는 사람들을 비켜서 갈대가 하늘대는 습지원으로...
멧돼지들의 흔적
수목원 잔디밭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습지원 주변을 어슬렁 거린다
땅에 매설된 수도관이 터졌는지 물이 솟아 오르고 있었고
이를 제어 하는 관리인이 물벼락을 맞고서야 물길은 멈췄다
목수국이 남아 있는 계단은 작은 상투봉으로 오르는 언덕
잘 정돈된 철쭉 단지도 보기 좋고!
계단 끝에서 내려다 보는 상투봉과 수목원 일대
작은 상투봉 정상에는 국가지정 번호판이 세워져 있는데
이런 숫자나 글자 표시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 것이다
비탈진 길을 얼마쯤 내려오면 북서쪽으로 뚫린 조망처가 나타나며
영인 시내와 아산만 방조제, 서해의 풍경들이 한아름 잡힌다
영인산의 조망도 빼아나고~!
하산길은 언제나 그렇듯 편안하지만 괜히 마음은 바빠진다
아직도 남아 있는 단풍을 뒤로 하고 주차장으로 내려 섰으나
커피집앞의 화살나무와 피라칸사스의 붉은 열매에 매료되어
걸음을 멈춰 세웠다
버스 시간이 촉박한 것도 잊은채...!
평일이라도 한적한 영인산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데
추워진 날씨 탓인지 오늘은 정말 빈 산을 휘젓고 다닌 느낌이다
일부 몇사람들과 마주친 곳이 있기는 했으나
평소에 비하면 오히려 뭔일인가 싶을 정도로
산은 아주 호젓하기만 했다
산을 내려와 버스로 삽교천으로 되돌아 와
집으로 돌아가려 하니 버스 시간이 맞질 않는다
급한 것 도 아닌데 택시를 타는 것도 이상하고
1시간 이상을 버스를 기다리고 있기도 애매하여
점심때가 지나 조금은 시장하기도 하지만
챙겨온 간식거리로 군입을 달래고
약 9km쯤의 거리를 걷기로 한다
논바닥의 비둘기 떼
호수공원을 지나 들판으로 들어서자 이내 철새들의 무리를 만난다
삽교천 너머로 영인산이 마주 보이는 남원천을 건느고
그 물길을 따라 둑방길을 걷는다
남원천 수로를 차지한 오리들의 망중한
예민한 녀석들은 내 발소리에 푸드득 날아 오르기도 한다
결국은 되돌아와 장소를 바꾸기도 하면서...
잠잠한 바람의 너그러운 배려가 있어
사방이 노출된 들판길도 편안히 걸을 수 있었던 12월 첫날의 트레킹이었다
많은 것들을 보게 해준 좋은 날싸에 그저 감사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