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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k1 : 문시야리- 릴람 - 만싱톱 - 바발다르
Munsiyari (2200m) - Leelam (1875m) - Man Singh Top (2722m) - Babaldhar (2420m)
릴람까지 차량으로 이동
날이 밝았다. 화창하다. 오늘도 판차출리가 반겨주고 있다. 오늘부터 난다데비 이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시작한다. 모두들 카고백을 마당에 내 놓고 차를 기다린다. 트레킹 시점인 릴람까지는 차량으로 이동한다.
문시야리는 이 근방에서 제일 큰 마을이다. 문시야리를 중심으로 주변지역을 함께 문시야리 테실(Tehsil)이라고 부른다. 테실은 인도와 파키스탄 행정 구역의 지역 단위로 행정 중심지 역할을 하는 마을과 주변 여러 여러 마을을 이르는 명칭이다. 우리나라의 군과 비슷한 개념이다.
2023년 현재 문시야리 테실은 230개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구는 모두 61,410명이라고 한다. 2011년 조사에는 46,523명이었으니 인구가 늘어난 현상이 특이하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농촌, 산간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Munsiari Population 2023, Tehsil Village List in Pithoragarh, Uttarakhand 자료)
네팔은 물론 인도 히말라야에도 중산간지방에 엄청난 수의 마을이 산재해 있다. 수백 년 동안 살아온 터전이지만 이런 오지를 방문할 때마다 어떻게 이런 열악한 곳까지 들어와 삶을 이어가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리고 그들의 고단한 삶과 우리들의 힘들었던 예전의 삶이 겹쳐져 애잔한 마음이 드는 것은 불가항력적인 기억의 작용이리라.
짐칸은 힘들어
두 대의 지프에 나누어 타고 8시 50분 출발했다. 차 한대는 뒷칸이 벤치형 의자가 있는 짐칸인데 나를 포함한 네 사람이 탔다. 1시간 가면 된다고 하니 주변 경치를 감상할까 하고 자청한 것.
그런데 예상과 달리 얼마 후 먼지가 풀풀나는 비포장길, 급하게 꺾어지는 급경사 산허리 절벽길을 간다. 이리저리 흔들리며 차 위 손잡이를 놓칠새라 꽉 잡고 가노라니 죽을 지경이다. 이틀 전 카트고담에서 문시야리 오던 것과 같은 험한 길을 좌석이 아닌 짐칸에 타고 오니 더 힘들 것은 당연한 일. 괜히 호기를 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시야리에서 릴람까지 22km를 1시간 20분 걸려 오전 10시 10분 도착했다. 예전에는 찻길이 없어 릴람까지가 하루 일정이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 찻길은 계속 확장 공사중이다.
잠시 쉬면서 출발을 기다린다. 우리팀은 트레커 13명에 가이드 주방장 등 스태프 5명, 마부 8인에 말 24마리다. 아주 큰 규모다. 마부가 많은 이유는 각자 자신의 말 세 마리를 데리고 오기 때문이다. 보통 마부 한 사람이 여러 마리의 말을 관리하는데 이곳은 특이하다.
작년 팀은 트레커 9명, 가이드 1, 보조가이드 1명, 마부 2명, 말 5마리였다고 한다. 말이 적은 이유는 이 팀이 인도 현지인 위주여서 현지식과 현지 다바(숙소)를 많이 이용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모든 식사와 숙소를 직접 해 먹고 자기 때문에 짐이 많다.
릴람에서 만싱톱까지 오르막 6km, 847m 상승, 4시간 20분 소요
10시 50분 출발. 본격적인 트레킹 시작이다. 처음부터 고개까지 계속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은 아래 작년 팀 후기를 보아 알고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
첫 4km는 릴람 마을에서 만싱(Man Singh) 정상까지 이어진다. 이 부분은 힘들었는데, 특히 해가 뜨겁고 오르막길이 험했다. 몇 곳에서는 경사가 가파른 곳도 있어서 높이 떨어진 부분이 무서웠다. 전망은 화려했지만 우리는 그것을 많이 즐길 수 없었다.
첫날부터 오르막을 오른다는 사실은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힘들지는 몰랐다. 트레킹 오기 전 나름대로 훈련을 한다고 했는데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작년 그 험한 낭가 파르밧을 한 바퀴 돌았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하는 생각은 그저 생각에 불과했다.
히말라야는 과거를 묻지 않는다. 아무리 고도가 낮더라도 히말라야는 히말라야다. 1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내 신체도 그만큼 노화가 더 진행되었으니 작년을 기준으로 기대하면 안되었다.
릴람이 1875m이고 만싱톱이 2722m니 고도차가 847m나 된다. 첫날 이렇게 높이 올라가는 일정은 생전 처음이다. 보통 2~3일 동안의 운행은 워밍업 차원으로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고 그러다보면 다리 근육이 슬슬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 적응하게 된다. 이번에는 이 모든 공식이 깨졌다.
중간 중간 쉬며 끝없는 산허리길을 회돌아 오르는 만싱톱까지 6km를 4시간 20분 걸려 오후 3시 5분 도착했다(인도와 파키스탄은 고개를 그냥 톱이라고 하는 것 같다). 고개는 아주 평범해서 그동안 힘들게 오르며 잔뜩 기대한 마음이 무색해졌다. 수목한계선 아래여서 주변에 나무가 많다. 히말라야 고개의 특징인 타르초도 없이 그냥 있는듯 없는듯 지나가는 길이다.
바발다르에서 첫 캠프
잠시 쉬면서 목을 축인 후 하산을 시작했다. 무성한 숲길이다. 점심은 오르는 도중 간단하게 간식으로 때웠다. 오늘의 목적지 바발다르에는 1시간 걸려 오후 4시 10분 도착. 다바(dhaba)가 있는 곳이다. 다바란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숙소 겸 식당이다. 이곳을 이용하는 현지인이란 생필품을 나르는 마부들이나 고리 강가 강 양쪽 계곡 마을에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다. 시설은 흔히 말하는 '아주 기본적(basic)'이다.
이번에는 각자 자기 텐트를 치기로 했다. 원래 텐트 설친는 스태프들의 일이지만 인원이 많으니 시간이 너무 걸린다. 그리고 텐트 치기도 그리 어렵지 않다. 누구든 한번 보고 칠 정도로 간단하다. 여기서는 텐트 자리 잡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 제일 경쟁이 치열한 부분이다.
넓은 풀잎이 나 있는 바닥이 경사도 있고 습해서 질퍽거린다. 그래도 텐트 바닥에 까는 넓은 비닐이 있고 두꺼운 매트리스가 있어 견딜만 하다. 특이하게 매트리스를 덮는 시트까지 제공해 주었다. 매트리스 위에 침낭을 펼치면 되는데 굳이 시트까지 까는 이유를 모르겠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났겠지만.
이렇게 많은 텐트를 칠 자리가 있는 것도 신기하다. 난다데비 트레킹은 대중적이 아니어서 트레커들을 만나기 힘들고, 있다해도 일정이 겹칠 확률이 적으니 캠프사이트 이용에 문제가 없다. 현지인들은 다바를 이용한다. 우리팀 마부들도 이곳 다바를 이용한다.
저녁을 먹고 텐트로 돌아와 다리 근육을 풀어주는 파워크림을 바르고 부지런히 맛사지했다. 날이 흐려 걱정했지만 다행히 빗방울은 잠깐 떨어지다 그쳤다. 힘들었던 트레킹 첫날을 그런대로 무사히 마쳤다. ♣
카고백 대기
두 대의 지프에 짐을 싣는다.
호텔에서 키우는 특이한 털복숭이 개 두 마리
문시야리에서 한참 내려가다가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때까지는 포장도로라 괜찮았다.
계곡 건너편 폭포를 즐기고
철교도 건너고
이런 물길도 건넌다. 그리고 먼지 날리는 비포장길이 시작되었다.
현재 공사 중
공사판에서 잠시 휴식
릴람 도착. 이 차 뒤 짐칸에 타고 오느라 힘들었다. 여기서부터 트레킹을 시작한다. 길은 더 이어져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공사중인 막다른 절벽을 만난다. 예전에는 문시야리에서 여기까지 걸어 왔다.
구멍가게
구글렌즈로 번역
말에 짐을 싣는 동안 휴식. 나렌드라가 큰 오이를 가져와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트레킹 시작점 계단. 만싱톱까지 거리 6km, 고도 847m를 올려야 한다.
구글 번역. 만싱톱(Man singh Top)을 남자 시탑으로 번역했다.
10시 50분 힘차게 출발했다. 그리고 초지일관 오르막. 처음부터 숨이 턱밑까지 찬다.
11시 10분. 첫 휴식. 이런 곳을 다바(dhaba)라고 한다. 현지인들이 먹고 잘 수 있는 소박한 시설이다.
불과 20분 운행에 땀범벅이 되었다. 트레킹 첫날은 한동안 안쓰던 근육을 정신없이 쓰야 하니 힘들다.
한참 오르다 뒤를 돌아보았다. 저 아래 우리가 출발했던 곳과 그 위 우리가 쉬었던 다바가 보인다.
끝없는 오르막
계곡 건너편으로 보이는 중산간 마을들. 외출 한 번 하려면 힘깨나 들 것 같다.
칼코트 도착. 이곳 다바는 버려져 있다.
칼코트 0km - 만싱톱 3km.
우리를 따라잡은 주방팀. 헬퍼 마헨드라(왼편)와 주방장 난두. 난두는 문시야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이다. 요리솜씨 굿! 마헨드라는 작년팀 가이드 나렌드라의 보조였다. 이번에는 주방 보조.
가도가도 끝없는 오르막길. 산허리를 돌고 돈다.
자주 쉬면서 간식으로 칼로리 보충. 설마 나만 힘든 것은 아니겠지.
날이 더우니 이런 작은 폭포가 반갑다. 도마뱀이 많이 보였다.
우리 짐을 실은 말들이 도착했다. 시간은 어느듯 1시 40분.
계속 전진
이런 절벽길이 많다. 가끔 단체사진은 덤.
오후 3시 5분. 만싱톱( 2722m)도착.
고개는 생각보다 보잘 것 없지만 일단 오르막 고생은 끝이다.
하신길은 울창한 숲길. 고도 300여 미터를 내려간다.
오후 4시 10분 오늘의 목적지 바발다르(2420m) 도착.
마부들은 이 다바(돌집)에서 잔다.
각자 부지런히 텐트 설치. 원래는 스태프들 일이지만 텐트가 많아 시간이 너무 걸려 기다릴 수 없다. 처음이라 요령을 스태프들이 도와주고 있다. 그리 어렵지 않았다. 빨리 젖은 옷을 갈아입는 것이 좋다.
설치 완료. 진땅이지만 바닥 방수를 위해 준비한 비닐을 텐트 아래에 까니 별 문제가 없었다.
▶인도 난다데비 이스트 BC 트레킹 문시야리 에이전시◀
India Nanda Devi East BC Trekking Munsiyari Agency
www.himalyantreks.com (CEO Narendra Kumar)
첫댓글 난다데비 트레킹은 첫 날부터 힘든 코스네요. 바로 길게 오르막을 오르고 절벽길도 많고. 절벽길은 무시무시하네요. 미리 알고 가면 마음의 준비를 하겠지만 예상치 않고 가면 당황하겠어요. 캠핑 사이트는 좀 좁아보입니다. 앞으로의 여행기 기대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