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명랑운동회 참 재미있었습니다. 참 요상한 사람들의 참 요상하고 재밌는 모임, 귀가 쫑긋~!^^
뒷풀이때, 서로 글 쓰자고 약속한 심군섭 님이 이번달 안올리냐 물으셔서, 그에 답글입니다. 함께 약속한 분들도 약속 지켜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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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이런 얘길 했답니다. 이 세계에 대한 지식에서 단 하나만 고르라 한다면, 원자..라고 하겠다고.. 아마도 원자(atom)가
이 세계 구성의 기본이라 생각해서 일 것이고, 원자에 대한 지식이 모든 이론의 기본 토대라 생각해서 일 겁니다.
미생물 공부에 재미를 들이고 있는 요새, 저보고 일반인들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미생물 지식을 들라 하면, 세균과 바이러스의 구분. 이라
할 듯 합니다. 세균(bacteria) 과 바이러스(virus) .. 이에 대해 익숙한 분도 있을 거고, 익숙치 않을
분도 있을텐데, 저는 꼭 시간을 내서 이 부분에 대한 기본지식을 갖추길 권하고 싶습니다. 이에 대한 상식이,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기본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요 동영상 좋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25GL3OC3FTA
이 둘은 모두 미생물(micro-organism) 로 묶어 불리긴 하지만, 실은 완전히 다른 종류들입니다.. 미생물이란 말그대로 (인간의 눈으로)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이라는 뜻이긴 한데, 그 속에는 어마어마하게 다른 생물들이 묶여있습니다. 진화론적으로 보자면, 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는 저와 물고기의 차이보다 더 큽니다.. 아주 다른 존재죠. 그런 존재를 한꺼번에 미생물이라고 퉁치고 있으니, 실은 미생물이란
말 그 자체가 아주 인간중심적인 언어인 셈입니다.
일단, 바이러스와 세균의 차이는 크기부터 차이 납니다. 평균 100배. 박테리아의
크기가 1 mm 의 1/1000 인 1υm(마이크로미터) 인근인데, 바이러스는 여기에
1/100 정도인 10nm 정도의 크기입니다. 하도 작으니, 보통의 광학현미경으로
관찰도 안됩니다. 나아가 바이러스는 생명체인지, 아닌지가
불분명한 존재입니다. 생명의 핵심이자 유전체인 DNA 나 RNA 가 있으니 만큼 생명체일 것도 같은데, 스스로 증식을 못하니
생명체가 아닙니다. 대신 인간의 다른 세포나, 박테리아를
뚫고 들어가서 그 세포안에 있는 여러 물질을 이용해 증식을 합니다. 이렇게 다르니, 바이러스는 세균잡은 약인 항생제를 먹어도 잡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이 바이러스성인 감기에 항생제를
먹는 것은 헛발질입니다. 괜한 내성만 키우는 격이죠. 최근의
연구는 항생제가 바이러스를 오히려 증가시킨다는 결과도 있을 정도이니, 가능한 항생제는 먹지 말아야 합니다.
어쨌든, 이 바이러스 역시 지구에 생명체가 생기기 시작했을 때부터
존재했을 겁니다. 또 기록된 역사만 봐도, 15세기 유럽을
휩쓸고 그후엔 중미 아즈덱 제국의 수도를 삼켜버린 천연두바이러스처럼 늘 인간의 몸안과 주위에 머물렀을 겁니다. 하지만, 뭔지를 몰랐습니다. 보이질 않으니까요. 1670년대에 레벤후크가 현미경으로 박테리아를 처음 관찰하고, 1880년대에
파스퇴르와 코흐가 질병과 세균을 연결시킨후에도 바이러스는 몰랐습니다.
그러다 몇 사람이, 세균보더 더 작은 무언가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심을 합니다. Chamberland 나 이바노프스키 와 같은 사람들인데,
세균외의 그 무엇을 의심한 그들은 일종의 필터를 만듭니다. 1890년대 얘기입니다. 그때까지 세균은 이미 관찰되고 있었고 크기도 알려져 있으니까, 세균의
크기인 1um 보다 훨씬 더 작은 구멍을 가진 필터를 만듭니다. 그
필터에다 감염된 용액을 부으면, 세균은 걸러질테니까, 걸러져
내려온 물에는 세균은 없는 거죠. 그리고, 이바노프스키는
그것을 담배잎에 뿌리고, 보통 알려진 담배모자이크 병에 걸리나 안걸리나를 관찰합니다. 결과는? 걸렸습니다. 세균이
없는 것이 분명한 용액인데도, 담배모지이크병을 일으키는 그 무엇, 세균보다
훨씬 적어서 필터를 통과한 그 무엇이 그 용액안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바이러스가 인간의 개념에 잡힌
순간입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실제로 관찰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광학현미경보다 훨씬 배율을 높혀 미세한 관찰이 가능한 현미경이 필요했으니까요.
1930년에 이르러서야 전자현미경이 발명되고, 그것을 통해서야, 바이러스는 자신의 모양을 인간의 시야에 드러내 줍니다.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의심하고,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확인하기
위해 도구를 만들고,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의 영향을 눈에 보이는 그 무엇으로 확인하고, 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에 바이러스 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 .. 참
위대한 상상력과 용기와 땀이 느껴집니다.
이런 과정은 거시의 세계에서도 비슷합니다.
영화 그래비티의 첫장면, 주인공 산드라 블록이 우주에 떠다니며 고치려고
한 것은 허블 망원경입니다. . 세계
천문학사에 큰 업적을 남긴 20세기 허블 이란 사람의 이름을 딴 것이라 합니다. 구글에 ‘허블망원경’을
치면 수많은 우주 영상을 뜨게 하는 이 망원경은 천체의 움직임을 대기의 방해마저도 받지 않고 관찰하려고 1990년에
쏘아올린 것입니다. 지난 25년동안 이 망원경은 우주의 팽창, 별의 생성과 소멸과정을 생생히 지구에 전달해 주며 정말 우주라는 것이 실재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바로 보여주었습니다. . 내년에 이 허블망원경이 은퇴하고, 렌즈가 6.5미터로 허블보다 2.5배 큰 망원경으로 쏘아올려지면 130억 광년까지 관찰 가능해 진다합니다., 아마도 태초 우주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듯 하여 기대가 두근두근합니다.
이제사, 아니 아직도 우리는 우주의 진면모를 모두 보지 못하고 있지만, 이 우주가 137억년 빅뱅부터 탄생했고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는
것은 1960년대부터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동의합니다. 실재의
관찰보다 개념이 먼저였다는 겁니다.
이런 예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뉴턴의 고전역학이론역시 사과가 땅에 떨어지게 하는 것은 지구와 사과 사이의 만유인력때문이고, 이런 힘은 태양과 지구의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이론 역시 눈으로 보았다기 보다는 상상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시골에 살면서 슬슬 걸으며 생각에 깊게 잠기는 것을 좋아했다는 뉴톤은
사색에 대한 많은 뒷얘기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책 사피에스에 의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그것을 개념화하고 또 그것에 힘을 부여하여 다수의 사피엔스들이 공감하고 믿고 복종하는 시스템을 만는 혁명..인지혁명이 사피엔스가 수많은 거대동물을 제치고 생태계의 최고포식자에 등극하게 된 첫 계기입니다. 종교, 돈, 국가.등등이 대표적인 인지혁명의 산물이라는 것.
이런 인지혁명은 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대를 이끌고 있는
과학이라는 것 역시 인지혁명의 산물이고, 그 연장입니다.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상상하고, 그 무엇을 증명하기 위한 연구디자인을 하고,
그 결과를 통해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실재화 하는 작업.. 과학역시 사피엔스의 인지혁명능력이
아니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첫댓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사피엔스!
그래서 저도 상상이란 걸 해봤죠.
혜성님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라 45시간이다 하고 말입니다. ^^
사람마다 하루의 시간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제게도 좀 알려주세요.제게는 없는 하루 21시간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는지요.
ㅋㅋ 상상이란 단어를 생각하며 생떼 한 번 써 봤습니다.
미생물, 바이러스 잘 읽었습니다. ^^
아참, 어제 운동회때 받으신 상품 바꿔 주셔서 감사합니당 ∼
혜성님이 개발한 치약, 가글액이 써 보니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욕심났습니다. ^^
~^^ 감사..~
어제는 형님을 오랫동안 뵈어서 참 좋았습니다. 함께 손잡고 달리기도 하고 말이지요 ㅋㅋ 사피엔스 과학혁명 읽을 차례인데 형님의 글이 동기유발에 제격입니다. 즐거운 글쓰기방이 생겼을때 누구보다 기뻐했는데, 여러 회원들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요^^
내년엔 풍선도 터트리는 걸로~ㅋㅋ
미생물(디테일 수렁) + 우주(막막) + 사피엔스(개념화, 인지혁명) = 명랑운동회(앙상블 혹은 인연, 계기)
저도 이 글의 철학을 개념화 해 봤음다.
^^;;
주백~ㅋㅋㅋㅋ ... 너 다워~~^^
김혜성님이 번역한 '건강한 장이 사람을 살린다.'을 보면서 원문이 그렇게 쉽고도 재미있고 간결한 표현으로 되어있나 했는데 이 글도 그와 비슷하군요.
끝나지 않은 인지혁명, 끝나지 않을 것같은 인지혁명, 김혜성님이 그 원인입니다.
얼마전 구입하여 잘 읽고 있는중입니다~^^
저희카페에 한줄 서평도 도전하시고
페이스북 보니 글 솜씨가 좋던데요
축제에도 글 써주세요~~^^
앗~ 원집..반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