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포장마차
이규진
겨울이 시작된 밤이다
아침에 입은 옷이 가을 끝자락 패션이라 오들오들 떨며 집 앞 수퍼에서 사들고 온 소주 한 병은 살얼음 처럼 춥다
엄마가 해준 마른 반찬에 갖은 짜증을 다시는 오지 말라고 독하게 소리를 지르던 서른의 마포우체국 앞 겨울에도 서 있던 포장마차
삼킨 채 안 한 말은 허리가 또 아플까봐였다. 절룩거리며 또 오면 심난한 직장생활에 짐 싸서 같이 내려가고 싶어질까봐
역시 안주로 최고다 눈물은 취해서인지 미안한 것과 연민이 지긋지긋해서인지 나도 모르겠다 에이... 문제는 그 때나 지금이나 아픈 허리다
그 땐 그래도 엄마와 소주도 대작을 했었으니 참 그리운 시절이 되었다
그 상경한 겨울들을 생각하며 이 계절의 소주는 진정 차게 함의 극치인걸 알겠다 왜정때 말로 아직 남아있는 그렇게 주도에 중요하다는 히야시 말이다
차가운 소주는 가슴을 데우고 머리를 빙빙 돌린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가는 마술이다
눈 없는 날 포장마차에 간 기억은 모두 지워졌다
냉장고 같은 파란 비닐 덮힌 포차와 소주의 냉기를 기억한다
거기에서 무얼 먹었을까
닭똥집과 소주 오뎅국물 외에는 모두 사라졌다
포장마차 겨울에 김이 모락모락 나던 그 옛날 포장마차 골동품 같은 기억 뿐이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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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진 시인의 방
그 겨울의 포장마차/이규진
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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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9
20.11.05 09:3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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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서정과 서사와 사람이 있는 시군요. 좋습니다.
술과 기억과 그리움 그리고 숙취도 있어요 선생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