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나무 우듬지에 매미 하나 붙어 운다.
끝나지 않을 오포(午砲) 소리같이 캄캄하다.
길게 자지러지는 아이 울음 뒤로
살색 흰 여자가 떠나고
눈을 훔치는 손등에도 땡볕 캄캄하다.
굴속 같던 울음이 찌르찌르 개자
잠시 세상이 밝아진다.
더위에 지친 머위잎들도 다시 정신을 차리고
저물기를 기다린다.
어두운 부뚜막과
생솔가지 매운 연기의
멀건 호박풀때의 저녁이
천천히 그 위로 내리곤 했다.
<김사인의 ‘매미’ 전문>
이 시를 읽으면서 ‘오포(午砲)’라는 단어가 인상적이었는데, 시계가 귀하던 시절 사람들에게 낮 12시에 대포를 쏘아 시간을 알려주던 것이 바로 ‘오포’이다.
점차 대포에서 싸이렌으로 바뀌었지만,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서 시인의 기억이 먼 과거로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여름에 들리는 매미 소리는 정말이지 끈질기게 느껴진다.
‘모과나무 우듬지’에 붙어서 우는 매미 소리를 시인은 ‘끝나지 않을 오포 소리같이 캄캄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아마도 어머니인 듯한 ‘살색 흰 여자’의 손에 이끌려 ‘길게 자지러지는 아이’를 목격한 이후, 화자는 땀이 흐르는 ‘눈을 훔치는 손등’으로 인해 강렬한 해가 내리쬐는 ‘땡볕'조차도 '캄캄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잠시 ‘눈을 훔치던 손등’으로 인해 ‘굴속 같던 울음이 찌르찌르’ 울리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 ‘잠시 세상이 밝아’지는 것처럼 여겨진다.
여름 한낮 ‘더위에 지친 머위잎들도 다시 정신을 차리고 / 저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다시 밥을 짓기 위해 ‘어두운 부뚜막’ 불이 잘 붙지 않는 ‘생솔가지 매운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연출되곤 하였을 것이다.
저녁 밥상에는 ‘멀건 호박풀때’가 올려지던 그 시절의 회상, 시인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여름철의 모습이라고 이해된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