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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사바나에서 하버드까지’라는 부제가 이 책의 성격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고 여겨진다. 자전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데, 저자는 마사이족 출신으로 다른 이들과 달리 공부에 열의를 보여 미국으로 유학을 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인물이다. 유목민으로 떠도는 삶을 살고 있는 부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기에, 학교 교육을 받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학교를 다니면서도, 마사이족 전사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유목부족이 많은 케냐에서는 자녀 가운데 한 명은 반드시 정규 학교 교육을 받도록 했고, 보통은 장남이 다니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자유롭게 떠도는 삶을 추구하는 다른 형제들과 달리, 저자는 부족민의 정체성과 학교 교육 모두에 관심을 보여 교육을 받게 되었다.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미국으로의 유학을 가서 졸업을 한 후 교사라는 직업을 지니고 있으며, 1년에 6개월 정도는 고향으로 가서 마사이족 전사로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자신의 횅적으로 바탕으로 케냐의 유목민들에게 더 많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비영리단체를 운영하기도 하고, 지역의 공동체 개발 사업에도 참여해 깨끗한 상수도를 공급하기 위한 활동을 펼쳐 정부에서 수여하는 ‘위대한 전사 훈장’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국에서의 유학 경험과 직장생활에 안주할 수 있었음에도, 저자는 마사이족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방학 중에는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마사이 전사로서 생활하면서, 변해가는 환경에 대비할 수 있도록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과 환경 개선에도 적극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케냐의 사바나와 미국의 도시 문화를 동시에 수용하고, 각각의 사회가 다를 뿐이라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만큼 마사이족 문화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기에 가능한 인식이라고 여겨졌으며,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지켜나가면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이해되었다.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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