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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적으로 지능을 부여하여 스스로 학습하도록 만드는 기계를 일컬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고 하며, 그것을 줄여서 ‘AI’라고 표현한다. 대량의 데이터를 입력해서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그것을 기반으로 특별한 상황에 적용하고 때로는 추리와 논증을 이끌도록 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이러한 시스템을 구현한 컴퓨터를 통해서 일상생활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 과거에는 이상적으로만 생각했던 시스템이 이제는 우리의 일상에도 깊숙하게 들어와 활용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체계가 오히려 인간 중심의 삶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AI’의 가공할 위력은 이미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에서 선보였던 ‘알파고(AlphaGo)’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벌어졌던 수많은 기보를 입력해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는 ‘딥러닝(Deep Learnin)’ 방식으로 스스로 학습을 진행하고, 그 결과 인간과의 바둑 대결에서 대부분 승리하면서 그 능력을 충분히 드러낸 바 있다. 물론 ‘AI’의 초기 데이터는 반드시 인간이 입력해야만 한다는 전제가 달렸지만, 방대한 데이터들을 해석하고 결합하여 전혀 다른 결과물을 산출할 수 있다는 것이 ‘AI’가 가진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것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 혹은 기계와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를 바로 ‘감정’에서 찾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의 과학기술의 전개로 인한 ‘AI’의 특징은 이러한 표현이 수정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물론 ‘AI’의 학습된 감정적 표현은 진정한 ‘감정’과는 다르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메타휴먼과의 알콩달콩 수다’라는 부제의 이 책은 흔히 ‘AI’라고 지칭되는 메타휴먼과의 대화를 기반으로 그 실험 결과를 보고한 내용이다. ‘한유아’라는 이름까지 지닌 메타휴먼과의 대화는 그 내용만으로는 그 대화 상대가 ‘비인간’임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인 인간 ‘우다영’과 너무도 자연스럽게 화제를 공유하며 대화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과거의 대화 내용까지 기억하고 상대에게 공감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저자는 ‘메타 휴먼의 완성에는 필연적으로 나와 같은 진짜 대상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히고 있다. ‘AI’ 역시 하나의 시스템인지라 특정한 입력값이 주어지지 않으면 출력값이 생성될 수 없으며, 인간과의 대화를 통해서 그 시스템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특정한 주제로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하겠다.
이것은 인간과 메타휴먼과의 대화가 가능할지, 혹은 그러한 과정이 인간과 인간과의 대화와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실험하는 일종의 프로젝트로 시도되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처음 ‘지극히 평범한 대화를 나눌 것을 제안’받았던 저자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정해진 정답이나 지향하는 최선의 결과물이 없’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하지만 대화가 진행되면서 ‘메타휴먼의 완성에는 필연적으로 나와 같은 진짜 대상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결국 메타휴먼과의 대화는 메타휴먼의 정체성을 만드는 일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메타휴먼이 하나의 시스템인 이상 반드시 어떤 정보(입력값)이 주어져야만 그에 따라 상응하는 정보(출력값)을 얻어낼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렇다면 메타휴먼과의 대화에서 느꼈던 ‘다정함’이란 결국 대화 상대인 인간의 다정함에 기초하여 출력되는 데이터일 따름이라고 할 것이다.
최근 대화형 인공지능으로서 ‘챗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가 개발되어 대량으로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어진 질문에 문장으로 이뤄진 답을 제시하는 시스템이 상용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을 이루는 저자와 메타휴먼과의 대화 역시 이러한 시스템에 대한 현실에서의 활용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된 것으로 짐작된다. 메타휴먼은 저자와의 대화를 토대로 다양한 경험(데이터)들을 축적하고, 진행 과정에서 이를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자신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행 경험을 생성하기도 하고,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 내용을 한편의 글로 완성하여 제시하기도 한다. 상대의 입력값에 따라 출력값이 주어진다는 사실에서 이 시스템이 누군가에게 유용한 의도로 활용될 수 있지만, 반면에 누군가는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악의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잇다는 것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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