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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두르고 있는 띠지에는 ‘열국지와 초한지, 삼국지의 시대’라는 구절이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다. ‘제왕학의 교과서’라고 칭해지며, 다양한 기록들에서 인용되는 <자치통감>의 번역본을 이번 기회에 읽을 수 있었다. <사기열전>과 <맹자> 등을 통해서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인물과 사건들에 대해, 역사의 흐름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2권의 내용은 한나라의 전성을 이끌었던 한문제의 치세로부터 시작된다. 중국의 역사에서 드물게 약 4백년의 통일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고제 유방을 비롯해, 초창기 군주들의 치세가 어느 정도 안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평가된다. 아마도 중국을 통일했던 진나라가 권력에 취해 무도한 정책을 펼쳐 민중들에게 버림받앗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렇듯 오랫동안 지속되었기에 한나라 역사를 뜻하는 ‘한기(漢紀)’가 60권에 달해, 당나라 역사를 기록한 ‘당기(唐紀)’(81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흔히 중국에서 안정적인 시기를 일컫는 표현으로 ‘한당송(漢唐宋)’의 3국을 아울러 칭하고 있다. 이 책이 송나라 신종 때 완성되었으니, 아마도 송나라 역시 중국 역대의 역사를 통해서 치국(治國)의 요체를 찾으려는 의도를 지녔을 것이라 여겨진다. 저자는 사마광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나, 한 사람이 이처럼 방대한 기록을 검토하여 엮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실제 송나라 조정에서 많은 학자들을 동원하여 자료 조사와 편찬에 도움을 주었고, 편찬을 위해 임시 조직을 만들어 사마광의 저술 작업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이 책의 저술을 위해 역대의 정사(正史)와 실록 및 다양한 야사(野史)를 비롯하여, 수많은 인물들의 ‘묘지명’에 이르기까지 300종이 넘는 방대한 자료들을 참구하여 ‘편년체’로 엮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역사를 기록하면서 <한서(漢書)>의 저자인 역사가 반고의 평(評)을 인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에 덧붙여 편찬자인 사마광 자신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분명히 드러내기도 하였다. 따라서 중국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선 사마천의 <사기>와 더불어 <자치통감>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수 목록에 포함된다고 하겠다. 2권에서는 ‘한기’ 60권 가운데 한문제로부터 한원제까지 약 15권에 걸쳐 당대의 역사를 번역문과 함께 원문이 나란히 수록하고 있다. 역대 제왕의 뛰어난 점과 아울러 그들의 실정까지 함께 수록하여, 군주로 하여금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는 방책을 제시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할 것이다.
군주는 모든 일을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능력이 있는 인물을 적절한 직책에 맡겨 보좌하도록 하며, 항상 민중들의 삶이 안정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하여 자신의 뜻에 영합하는 인물들만을 고집할 경우 그 결과가 좋지 못하다는 것을 역사는 실증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이 중국의 역사를 기술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현대의 위정자들 역시 이 책을 통하여 올바른 정치의 요체를 알도록 확실하게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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