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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농촌 계몽을 주제로 한 작품이 바로 심훈의 소설 <상록수>이다. 농업이 주요 산업이던 당시 농민들은 대부분 지주의 땅을 빌어 농사를 짓는 소작인의 처지에 있었고, 그로 인해 수확한 작물의 반 이상을 소작료와 각종 세금 등의 명목으로 강탈당해야만 했다. 따라서 당시의 농민들은 농사를 지어 근근이 생계를 꾸려나갈 수밖에 없었으며, 오히려 수확한 작품이 떨어질 즈음에 찾아오는 보릿고개로 인해서 빚을 내어 살아가야만 하는 비참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지주들은 이를 빌미로 높은 이자를 감당해야만 하는 고리대금으로 돈놀이를 하였고, 대부분의 농민들은 그로 인해 해마다 빚이 늘어나는 등 빈곤의 악순환을 면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이 작품은 극심한 빈곤과 늘어나는 빚으로 인해 무력감에 처했던 당시 농촌을 배경으로, 농민들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분투하는 박동혁과 채영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이다. 두 사람은 모 신문사가 주최하여 농촌 계몽운동에 참여한 학생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한 다과회에서 처음 만나게 된다. 의례적인 인사말을 남기는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박동혁은 농촌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현실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이를 지켜보던 채영신은 박동혁의 모습에서 강한 인상을 받게 되고, 모임이 끝난 늦은 밤 영신을 바래다주면서 서로 호감을 느끼고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토요일마다 농촌운동에 뜻을 둔 학생들이 모여 토론을 하는 모임에 영신이 동혁을 초대하고, 모임을 지속하면서 동혁은 학교를 자최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농촌운동을 하기로 결심한다.
동혁은 고향인 한곡리로 가서 농우회를 조직하여, 청년들을 모아 활동하며 자신들의 힘으로 마을회관을 짓는 성과를 거둔다. 영신 역시 청석골로 가서 글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활동을 전개한다. 그 과정에서 일제와 결탁한 지주의 방해로 어려움에 처하는 동혁의 상황과 아이들의 수를 제한하는 경찰의 부당한 저사에 직면한 영신의 상황 등이 그려진다. 한곡리를 방문했던 영신은 농촌운동에 진력하는 동혁의 활동에 깊은 감명을 받고, 3년을 기한으로 농촌운동에 최선을 다한 후에 결혼을 하기로 약속한다. 이 과정에서 진흥회라는 관제조직을 앞세워 마을회관을 빼앗으려는 악덕 지주 강기천에게 맞서는 동혁과 청년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몸을 사리지 않는 영신이 병이 들어 입원하는 등의 고난이 닥쳐온다.
작품에는 악조건 속에서 농촌운동을 전개하는 두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펼쳐지고 있으며, 제목이기도 한 ‘상록수’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그 뜻을 변하지 않겠다는 동혁의 다짐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일제 강점기의 상황에서 농촌 계몽이라는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작가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당시 농민들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여 계몽이 지닌 의미를 높이 평가하는 시각도 공존하고 있다. 특히 농촌운동을 하다가 병을 얻어 죽음을 맞는 채영신이라는 캐릭터는 농촌 계몽 운동으로 일생을 바친 최용신이라는 실제 인물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특히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 당시 농촌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교육과 계몽을 통해 농민의 변화를 이끌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표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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