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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망은 크지만 천성이 게을러 스스로를 자주 미워’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의 표현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시사 주간지의 기자인 저자는 ‘언젠가 책을 내긴 할 거라는 짐작‘이 ’이런 모양의 책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아직 ’그럴만한 좋은 기사를 쓰지 못해서‘,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책에서 취한 살과 뼈에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마음대로 이어 붙였‘음을 고백하고 있다. 여전히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어느 책에선가 마치 내 생각을 온전하게 표현한 듯한 구절을 발견하는 경험은 해보았을 것이다. 물론 그러한 구절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각자의 방식에따라 다를 것이다. 저자는 그동안 읽었던 ’책에서 내가 들고 온 슬픔의 쉴 자리‘를 찾아 활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처음 책으로 출간하는 에세이에서 대부분 저자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지나온 삶과 현재의 모습을 반추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마련이다. 저자 역시 이 책의 글들을 ‘나였던 것, 나인 동시에 내가 아닌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살아가는 일은 사라지는 일이지만’ 자신의 ‘젊음을 부러워하지도 그리워하지도 않는다’고 담담하게 토로하고 있다. 그리하여 젊은 나이에 홀로 되신 엄마가 저자 남매를 힘겹게 키웠던 힘이 무엇이었는지를 당시 그 나이보다 더 먹은 지금 생각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비혼주의자였던 저자가 현재의 남편과 만나게 된 사연과 자신이 좋아하는 이들과의 관계를 소개하기도 한다. 물론 각각의 글에는 저자가 읽었던 책의 구절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
‘문장에 얼굴을 묻고’라는 1부의 글들에서, 저자는 책을 좋아하고 읽으면서 공감했던 내용들을 인용하면서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책을 펴자마자 쏟아진 문장 앞에’ 얼굴을 묻고 울었던 저자의 경험을 떠올리며 쓴 글들이라고 하겠다. 길에서 만난 고양이를 우연히 키우게 되었다는 사연으로 시작하는 글이 수록된 2부의 ‘우리는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다’라는 항목 역시 그러한 방식으로 채워지고 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 앞에서’라는 제목의 3부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제 장럐식에 초대합니다’라는 글이 마지막에 배치되어 있다. 여전히 남성중심의 문화가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21세기 한국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일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공감하게 되었다. 아울러 자신이 읽었던 책의 내용을 적절히 활용하는 저자의 글 쓰기 방식도 인상적으로 여겨졌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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