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1 – 꽃말
바람의 기침 소리만 이따금 들리는 곳
빛도 어둠도 서로 배척하지 않는다는
넓이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저 꽃밭
채도와 명도가 너무 선명해 눈길을 주고 싶은 꽃
어떤 외압도 비굴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직립만 고집하는 꽃대
실패와 패배가 번갈아 찾아오는 날엔
꽃에게 위로를 받는다
봄날의 햇살과 대광해변의 청순한 바람이
불모지가 아니어서 좋다
꽃은 오늘도 번식의 꿈을 꾸고 있는지 몰라
오늘 봤던 그 꽃이 울고 있던 나를 기억할지도 몰라
사람은 사람이어서 좋고 꽃은 꽃이어서 좋고…
향기가 없어도 멀리 갈 수 있어
실연, 아픔이라는 꽃말
내 안에서 이미 만개했으니까
튤립3 _ 피날레
음표로 표현한다면 아다지오다
꽃들의 감성이 건반 위에서
싱싱하게 피어오른다
색색의 건반을 누르는 건
어머니와 아버지의 눈동자
오늘의 주제곡은 화해다
일렬종대로 호명 당하고 싶은 표정들
뭔 꽃이라요?
물어도 대답 없는 아버지는
깊은 도를 눌렀을 거다
참말로 오지게 이쁘요
화색이 도는 어머니는 솔을 눌렀을 거다
베토벤의 운명은 몰라도
운명 따라 모질게
팔순 근처까지 왔으니 고마웠을까
아버지가 어머니 손을 잡는다
누군가는 결말이라고 하겠지만
이건 절정이다
때마침 노을이 깔린다
손을 빼지 않는 어머니나
남사스러운 꽃들
그 부끄러움이
황홀 속으로 침몰한다
*2023년 시에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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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우 2023년 시에 여름호 / 튤립- 꽃말
박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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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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