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력(萬曆) 15년 정해년 3월 13일(임인)
맑음. 대사성(大司成)의 직위로 진사사(陳謝使)에 차임되어 이조참판을 겸임하고 대궐을 하직한 뒤 모화관에서 사대(査對)를 행하였다. 평소에 성현의 책을 읽었기 때문에, 어려운 일에 임하여 피하지 않는다는 뜻을 대략 알고 있었지만, 만리 길의 사행(使行) 업무를 생각해 보건대 나 자신은 그런 재능을 가진 자가 아니므로 감히 두려워하고 살피고 유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녁에 벽제역(碧蹄驛)에서 묵었다.
萬曆十五年丁亥, 三月三日壬寅. 晴. 以大司成差陳謝使, 兼帶吏曹參判, 辭闕, 査對於慕華館. 平日讀聖賢書, 粗知臨難不避之義, 而顧萬里專對, 非其才也, 家不惕然省念哉? 夕宿碧蹄驛.
▶ 진사사(陳謝使) : 앞 사신단인 하절사(賀節使) 윤자신(尹自新)과 하지사(賀至使) 성수익(成壽益) 일행이 회동관에 화재를 낸 일과 성수익 일행이 방물을 분실한 일에 사죄하기 위해 파견한 사신이다. 그러나 겉으로 내세운 사행의 명분은 사죄였지만 기실 이 사신단의 주요 임무는 종계변무였다. 정사는 배삼익(裵三益), 서장관은 원사안(元士安)이었다.
▶ 어려운 일에 임하여 피하지 않는다 : 원문은 ‘임난불피(臨難不避)’이다. 《진서(晉書)》 권 122 〈여광전(呂光傳)〉에 “서리를 맞고도 시들지 않는 것이 송백(松柏)이고, 어려운 일에 임해서도 피하지 않는 사람이 군자이다.(陵霜不凋者 松柏也, 臨難不移者 君子也)”라는 구절이 있다.
▶ 사행 업무 : 원문은 전대(專對)이다. 외국에 사신으로 나가서 전문적인 지식으로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을 가리킨다. 《論語 子路》
《국역 배삼익 조천록》 p147 ~ 148, 김영문(세종대왕기념사업회 국역위원)
첫댓글 대사성은 정3품의 벼슬인데, 임시로 종2품인 이조참판의 벼슬을 받아 사신으로 갔습니다. 이조참판은 실제로 받은 것이 아니라, 외교 활동의 편의를 위해 받은 것입니다. 훈련소에서 이등병 조교에게 일병이나 상병의 계급장을 붙여주는 것과 같은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