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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시작된 ‘촛불혁명’으로 인해 전임 대통령이 탄핵되고, 선거를 통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어 이제 2년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이 바뀌고 변화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바뀌지 않은 것들이 적지 않게 남아있다. 사회의 민주화를 추구하는 움직임과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욕망 사이에 새로운 갈등의 싹이 자라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책에서는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왜 민주주의가 답인가?’(프롤로그)라는 해답을 찾기 위한 저자의 고민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그래서 ‘촛불혁명’ 이후 우리 사회의 현상을 진단하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더는 ‘가짜’가 아니라 진짜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에서 쓴 시민 교양서’임을 내세우고 있다.
이 책의 전반에 경제학자로서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저자의 관점이 잘 드러나고 있다. 촛불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점차 고양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제도와 경제 분야의 습속들은 민주주의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최근 최저임금제를 둘러싼 논의들을 보면, 비민주성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노동자가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최저의 임금을 뜻한다. 그동안 노동자의 저임금 정책은 기업과 사회의 경제 성장을 촉진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하지만 인간다움 삶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의 상황에서는 노동자가 ‘정당한 임금’을 받는 것이 당연하고, 그 첫 번째 관문이 최저임금의 현실화라 할 것이다. 그러나 재벌들과 일부 정치인들은 최저임금으로 인하여 경제적 어려움이 가증되고 있다는 비합리적인 논리를 펼치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그 논리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의 여파가 적지 않겠지만, 전체 경제적 측면에서는 최저임금의 인상이 오히려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 역시 적지 않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서 어떤 이들은 한국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언급하면서, 자신이 그 분야의 전문가임을 내세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한국 사회를 어려움에 빠뜨린 사람들은 이른바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었다. 예컨대 지난 시절 수많은 돈을 들였으면서도 여전히 골칫거리로 전락한 ‘4대강 사업’ 시행 당시, 그 사업에 대해 장미빛 전망과 온갖 찬사를 늘어놓았던 인물들 역시 전문가를 자처했었던 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그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작금의 현실에서 그들의 입장을 들어볼 수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체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1장은 ‘무엇이 민주주의인가?’라는 제목 아래, ‘민주 정부’ 아래서도 여전히 미완성인 민주주의의 현실을 진단하면서 ‘전문가들이 망쳐놓은 민주주의’의 실상을 파헤치고 있다. 교육의 민주화를 논하면서 자기 자녀에 대한 교육적 열망은 포기할 수 없다는 개인의 이율배반적인 인식에 대해 적나라하게 진단하기도 한다. 그래서 경제 민주주의는 개인의 살림살이를 더 윤택하게 하는 것이란 저자의 설명이 더 절실하게 느껴졌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공정성, 공공성, 생동성의 가치를 통해서 진단하고 있다. 2장의 ‘공정성의 가치’에서는 특히 노동자들의 현실과 비민주적인 기업 문화를 적시하면서, ‘민주주의는 공장 문 앞에서 멈춘다’는 격언을 제시하기도 한다. 노동자를 이윤추구의 도구로 전락시킨 ‘성과급 문화’와 직장 내 왕따 현상, 그리고 경비 절약을 위하여 강사들의 대량해고로 귀결되는 ‘강사법’에 대응하는 대학들의 조치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인간경시 풍조에 대해서 따끔한 질책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정치권과 결탁하여 채용비리를 저질렀던 사례가 최근에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며, 그것이 그동안의 관행처럼 여겨졌다는 사실에서 사람들은 더 큰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기업이 노동자를 정당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노동조합을 통하여 권익을 향상시키는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체라고 저자는 진단하고 있다.
3장에서는 ‘공공성의 가치’라는 제목으로, 과정이 어떻든 간에 결과의 합법성만을 강조하는 제도의 문제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저자 자신이 이장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포함하여, 분명 그 과정에서 불법이 만연했지만 합법이라고 판결하는 법원의 비민주성에 대해 상세하게 논하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형식 논리에 치우친 법관들의 자세가 최근의 ‘사법농단’을 초래한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이 국가의 균형 발전을 가능케 하는 조건임을 잘 알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의 토호와 지역 정치인들이 결탁하여 거대한 비리의 카르텔을 조직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역 개발을 둘러싼 뇌물 등의 비리로 중도하차하는 자치단체장들이 적지 않으며, 외형에 치우쳐 요란스럽게 개최되는 지역 축제 등에서 흔히 발견될 수 있는 문제점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또한 농사와 농민을 존중하는 마음을 지니고, 투기와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전락한 땅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자고 역설하고 있다.
‘생동성의 가치’를 내세운 4장에서는 한계에 봉착한 ‘성장 패러다임’을 넘어서 공존과 공생의 가치에 주목할 것을 말하고 있다. 대통령부터 나서서 고용문제에 신경을 쏟고 있지만, 이른바 기계화와 스마트 시대에 돌입하면서 고용의 질이 향상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누군가는 비정규직 시대에 ‘백수로 살아가기’를 추천하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우리 사회는 ‘물신주의를 넘어 공존공생으로’ 나아가야만 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나부터 그리고 더불어 민주 시민으로 살기’(에필로그)를 제안하고 있다. 아마도 이윤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기에, 우선 ‘나부터’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민주적 가치를 깨닫고 실천하는 삶이 필요한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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