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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우리 속담은, 우리가 하는 말의 중요성을 새삼 상기시키는 표현이다. 또한 ‘세 치 혀를 잘못 놀리다’라는 표현은, 잘못된 말 한마디로 누군가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기에 말조심을 하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밖에도 ‘촌철살인’이라는 성어는 뜻 한 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쇳조각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의미로, 흔히 짤막한 경구나 단어로 사람을 감동시키거나 사물의 핵심을 찌르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이 책의 표지에 쓰여있는 ‘보이지 않는 말이 칼보다 깊은 상처를 남긴다’라는 문장의 의미도, 말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고 하겠다.
유대인의 정신적 지도자라고 칭해지는 랍비이자 율법학자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상처 주지 않고 미움 받지 않는 인간관계의 지혜’를 전해주고자 한다. 그래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타인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 지닌 위험성을 거듭해서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서문에 해당하는 ‘들어가며’의 제목도 ‘말로써 상처를 남기지 마라’고 하였다.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말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매일 수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다른 이들에게 용기를 주거나 위로가 되는 말도 있겠지만, 때로는 상처가 되는 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친한 관계일수록 말을 함부로 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해 보면 가까운 사람에게 받는 상처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기에, 친한 사람일수록 말을 조심스럽게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전체 5부로 구성된 목차를 통해서, 저자는 말이 지닌 위험성을 환기시키면서 남의 얘기를 제대로 전하는 방법과 대화의 예절 등에 대해서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말의 치유적 기능을 강조하면서 올바른 언어생활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특히 정치인들의 언어가 끼치는 영향력을 감안하여, 저자는 몇몇 정치인들과 함께 ‘험담 금지의 날’을 제정하기 위한 의회의 결의안을 추진하기도 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 이후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폐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한국 정치에서도 너무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작금의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표현들을 보면 언어의 품격은 사라지고, 상대방을 헐뜯고 비난하는 내용들이 난무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언론들도 그들의 말을 그대로 중계하듯이 보도하면서 이러한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폭력적인 언어는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얼마 전 인터넷상의 악성 댓글에 시달리면서 괴로워하던 한 연예인이 그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사건이 있었다. 실상 그 이전에도 악성 댓글로 인안 폐해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었지만, 익명의 그늘에 숨어 타인을 향해 무차별적인 비난을 퍼붓는 현상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만약 자신의 신상이 노출되고 타인들로부터 이유없이 비난을 받는다면, 제정신으로 참고 견딜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바로 이 때문에 서로의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 보는 이른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이 필요하다 하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평소의 내 언어 습관을 돌아보게 되었다. 가급적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때로는 감정이 격해 말을 함부로 했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상대방과의 대화에서는 이제부터라도 더욱 조심하고, 내 말의 의미와 효과를 따져볼 것을 다짐했다. 그리고 이미 오염될 만큼 오염되었지만, 그릇된 언어를 일삼는 일부 정치인들이나 언론인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른바 악성 댓글을 추방하고 좋은 표현으로 댓글을 달자는 ‘선플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참하여 널리 퍼지기를 기대해 본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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